윤창기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중앙위원장 직무대행
정부 고위직 낙하산 인사 단행 자태 뻔해
현장비리클린센터 운영 ‘내부 감시자 역할’

지난 6월 13일 김선재 한수원 노동조합 중앙위원장이 직원 강제이동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하면서 한수원 노조가 설립 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선장을 잃고 풍전등화(風前燈火)의 격한 풍랑 위기에 처한 한수원 노조 호(號).

특히 고리원전비리 사건을 계기로 사측이 경영쇄신 방안을 내세워 노조를 압박해 양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숱한 난제를 안고 있는 한수원 노조 호(號) 임시 선장을 맡고 있는 윤창기(사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만나, 향후 난국 타개책과 투쟁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16일 경주에서 열린 한수원 이사회에서 외부인재 영입확대를 골자로 하는 ‘한수원 인사관리규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와 관련 중앙 노조 집행부도 경주로 급파돼 사태추이를 관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외부인재 영입확대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7월16일 이사회를 통해 경력직 채용에 관한 인사관리 규정이 개정됐다. 금번 인사관리규정은 이사회의 결의사항이 아니라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은 노조와 합의하도록 하는 근기법에 따라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사항이다.

그러나 회사는 근기법 94조, 단협 23조를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이사회 안건 상정해 의결 하였다. 법과 원칙의 준수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경영진의 무법하고, 무원칙한 행태에 대해 노동조합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관리규정 개정에 따라 한수원의 본부장, 소장, 처장의 직위에 외부 경력직이 채용될 것이다. 사실 기존 법, 홍보 등 외부에서 충분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분야는 경력직을 채용해왔다.

그러나 규정개정으로 인해 모든 분야에 경력직 채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원전건설과 운영, 정비에 대한 경험이 한수원 내부직원보다 뛰어난 인재가 있을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원자력사업의 특성상 장기근무에 따른 고숙련인력 양성이 필수적인데 고위직등에 외부경력직 채용 확대로 인해 내부적으로 고숙련 경험인력 양성과 관리에 많은 문제점이 생길 것이다. 또한 1직급 인사 외부채용에 따른 내부승진 기회 박탈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기존 1직급 간부들의 자리 지키기 충성경쟁으로 인해 전 직원 노동강도 증가는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게다가 채용 기준에 사장이 인정하면 가능하다는 식의 문구를 넣어 회사 고위직에 정부관계자의 자리를 만드는 낙하산 인사가 이루어 질 것이다. 이는 수력원자력 산업의 안전성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노사문화대상 국무총리상과 노사협력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한수원 노사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비리 근절 등의 이유로 사측의 직원 강제이동 발령에 대해 노조가 강력한 투쟁저지도 펼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수원 노조는 회사설립이래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수력원자력사업의 대국민 수용성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사실 수력원자력사업은 전력의 안정적인 공급이라는 역할 이전에 대국민 수용성 여부가 가장 중대한 문제이다. 국민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사업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시민사회단체와 꾸준한 교류와 발전소 주변 지역과의 협력활동을 강화해 왔다. 이러한 활동에 대해 자연스럽게 노사과 보조를 맞추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각종 노사관계에 대한 상을 수상한 것이다. 사실 회사는 노사를 하나라고 말하면서 노조에 대해 많은 협력과 협조를 끊임없이 요청하였다. 그러나 노사는 하나라는 사실이 회사경영진의 필요에 의해 하나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는 것이 지난 조합원 인사발령으로 명확해졌다.

노사협의가 꼭 필요한 조합원 인사발령 사항도 사전에 어떠한 협의없이 진행하고, 심지어는 신임사장이 부임한날 밤에 인사발령을 내는 회사의 꼼수에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노조는 전력비상기간에 지난 천여명에 이르는 차장급 인사이동에 따른 현장 혼란이 잦아들지도 않은 시점에 다시 장기고숙련자를 한순간에 저숙련화시키는 직원 강제 발령에 대해서는 절대 동의할 수가 없다."

-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윤창기 한수원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 매체(뉴클리안)와 인터뷰에서 “강제인사이동의 상처를 조기에 극복하고 현장 조직력을 회복하며 조합원의 눈으로 새로운 투쟁 전선을 구축하는데 전력 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투쟁 전선은 무엇인가.
"노동조합은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자세로 돌아갈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한수원 노사관계는 청산하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한수원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기본권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이 가진 힘을 사용할 것이다. 사실 노동조합의 가장 강력한 힘은 조합간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 조합원에게서 나온다. 우리 노동조합은 소수 노조 간부의 역량만으로는 강력한 투쟁이 이루어 질수 없음을 절감하고 있다. 앞으로는 현장 조직력을 복원해 조합원들의 강력한 투쟁의지와 실천에 따라 조합간부들이 앞장서는 노동조합이 되도록 할 것이다."

-실제적으로 노조에서 우려하는 것은 ‘강제이동발령이 발전소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인데, 발전소 안전에 어떤 문제들이 생길 것으로 보는가.
"사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형태의 원자력발전소가 존재하고 있다. CE형, 프랑스의 프라마톰 형, 캐나다의 중수로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로 인해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교육기간에 1년에 이르고 중견기술자가 되는데 10년이 소요된다. 금번 강제이동의 기준이 되는 15년차 직원들은 특급기술자로 분류되는 고숙련 노동자들이다.

우리 한수원이 그렇게 자랑해온 세계최고의 운영능력의 바탕에는 사실 이와 같은 현장 특급기술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원전 안전성의 중요성이 어느때 보다 높은 지금 시점에 현장의 고숙련 특급기술자들을 관리하고 그들을 우대할 방안을 찾아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강제이동시켜 신입직원아닌 신입직원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회사가 앞에서 말하는 안전최우선 경영에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고리 1호기 정전사고와 납품비리 등으로 실추된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한수원이 전사적 봉사활동을 전개하는데 노조는 오히려 ‘전조합원 10만시간 강제 봉사 거부하자’며 반기를 들고 있다. 왜인가.
"우선 사전에 노조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진행한 사항이다. 이것 또한 근로기준법과 단협의 명백한 위반이다. 사실 우리 회사의 전직원은 현재 연간 14만시간에 이르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표된 10만시간 강제 봉사활동 수행은 본래 목적 달성은 고사하고 기존의 직원들의 사기저하와 피로도만 누적시켜 결국 현장 업무 수행에도 지장을 미칠다.

또한 소수의 비리직원들의 잘못에 대해 전직원을 비리자로 간주하여 강제노역을 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회사가 지난 과오를 혁신한다고 하면서 고작 10만 시간 봉사활동 수행이라는 졸속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에 대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기업문화 쇄신하겠다고 하면서 상명하복식 정책결정에 대해 경영진 내에서 아무런 저항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회사경영진의 마인드가 어떠한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내부적 동의와 자발성 없는 보여주기식 봉사가 그렇게 시급한 것인지 경영진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지난 12일부터 한수원 노동조합가 직접 ‘현장비리클린센터’ 운영을 시작했던데.
"이번 비리와 관련한 검찰조사결과를 보면 비리자의 다수가 회사 간부가 연루됐다. 심지어는 회사감사실장을 역임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여파는 직원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직원을 비리자로 간주해 강제이동하고, 강제봉사 시키며 직원들의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노동조합은 현장직원들을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비리로부터 보호하고 현장의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현장비리클린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은 이제 회사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현장의 감시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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