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두일 티유브이슈드코리아 그룹 대표이사
국내 원자력계 ‘선택과 집중 필요하다’ 조언
원전 정비‧해체 기술 개발 투자와 인력육성

▲ 김두일 티유브이슈드코리아 그룹 대표이사
“한국이 원전수출 5대 국가로 성장한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럼에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일부 국민들의 끝임없이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은 단순히 원자력을 기술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니 어려운 것이다. 원자력에 사회성와 심리성 그리고 원자력 안전에 대한 기준의 변화를 설명하는 시대성의 개념을 담은 ‘철학’이 세워져야 한다.”

김두일(사진) 티유브이슈드 코리아 그룹 대표이사는 지난 7일 본지와의 단독인터뷰에서 ‘국내 원전의 안전성 신뢰’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국민들이 요구하는 안전성 담보는 기술적인 논리 이해만이 아닐 것 이다. 그들이 속한 현재의 사회상과 심리, 감성 등이 담긴 종합적인 진정한 설득을 원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국의 원자력계는 시대적 감성에 대한 인문학적인 스킬이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한국 원자력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도 이미 원전에 대한 원천기술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해외 수주의 길도 열었지만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원천기술 확보 만큼이나 원전운전, 정비 기술과 해체기술에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으로 신흥 원전강국으로 도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티유브이슈드(TÜV SÜD) 코리아는 1992년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1994년에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부산 사무소와 서울 구로 시험소를 운영하며 20여년 동안 국내 고객들이 세계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해외 주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로서 확고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김 대표는 “티유브이슈드코리아가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제품 시험 인증 및 경영 시스템 인증, 산업 검사 및 관련 보고서, 교육 및 세미나, 전문 지식 및 정보 제공, 엔지니어링 및 컨설팅 서비스 등이 있다”며 “이들 서비스를 전기전자, 통신, 의료기기, 자동차, 철도, 승강기, 놀이공원 및 놀이기구, 발전소, 건설 그리고 환경 및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한국수력원자력, 8월 한전KPS, 7월 및 11월에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각각 원전의 안전성 강화 및 세계 원전 시장 진출 협력, R&D 및 엔지니어링 사업 협력 강화, 태양광제품 및 원자력발전산업 관련 상호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 2012년 12월 원자력 발전소 및 수ㆍ화력 발전소의 QS, Material Test와 EQ에 참여한 경험과 우수한 전문 인력을 보유한 코센을 티유브이슈드 코리아(TÜV SÜD KOREA) 그룹의 일원으로 합병해 더욱 철저한 원자력산업의 안전 개념과 독립적인 검증 기술을 접목해 높은 품질과 안전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티유브이슈드코리아가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코센을 비롯해 몇 년 사이 국내 원자력관련 기업들과의 인수합병 등으로 인해 곱지 않은 시선(국내 원자력산업에 대한 해외유출 오해 등)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의 원자력계 일부에서 티유브이슈드코리아를 타켓으로 ‘외국기업의 한국원자력 기술 및 자료 등의 유출’에 대한 루머가 돌고 있다. 알고 있나.
“20여년 가까이 한국산업계의 수출파트너라고 생각했는데 까만 눈을 갖은 민족임에도 역시나 우리를 파란 눈의 외국기업으로 ‘편견의 잣대’로 오해하는 것이 참으로 속상하다. 그렇다고 그런 루머들에 다 대응하기보다 오히려 더 철저히 한국의 원자력기술 및 자료 등 고객 정보 보안에 중요성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150년 동안 티유브이슈드그룹이 쌓아온 명성은 독립성과 공공성이며,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600개 사업장에서 독립적이 평가, 삼자검토 그리고 안전과 보안에 대한 기술자문에 기인한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로 지난달 23일 티유브이슈드 코센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티유브이슈드 코리아 그룹 본사에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원자력 안전ㆍ품질ㆍ보안 및 청렴 결의대회’를 자체적으로 갖지 않았나.
“이번 결의대회는 원자력 산업의 안전관리와 품질관리 및 직업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가운데 고객 정보 보안의 중요성과 보안 의식을 다시 한 번 다지고, 원자력 사업의 품질 확보를 위한 책임감과 의지 등 행동지침을 숙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함께 낭독함으로써 독일 본사와 동일한 수준의 완벽한 품질과 안전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본과 원칙을 준수해 한국의 원자력산업 안전과 해외수출에 기여하고자 다짐했다. 그 결의문은 ▲제반 규정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 고객이 만족하는 안전과 품질 및 고객의 정보 보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 ▲지속적 업무개선, 기술력 향상 그리고 업무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원자력안전 향상과 원전기술의 해외수출 지원 ▲대내외 업무수행에 있어 상호 소통과 적극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건전하고 청렴한 업무환경 조성하고 솔선수범해 실천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기자도 그날 결의대회 참석했는데, 다짐에 앞서 대표님의 모두발언에는 ‘외국기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벗어내고자’하는 결연의 의지가 엿보였다.
“고리, 영광, 울진 등 국내 원전 현장에서부터 열사의 땅 UAE 브라카 원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핀란드, 베트남 등에 이르기까지 500여명의 한국 직원들은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1만7000명 이상의 티유브이슈드 그룹 임직원들과 한마음 한 뜻으로 철저히 안전, 보안, 품질관리 및 청렴한 업무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술과 경험 그리고 고객의 정보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업무의 독립성을 기업의 근본 철학으로 원칙과 소신을 갖고 최고의 안전ㆍ품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며 업무에 임해야 한다. 이에 직원들에게 고객의 중요한 기술 정보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위해 높은 직업 윤리의식과 책임감, 사명감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거듭 당부했었다.”

-다른 질문들이다. 후무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기존의 원전운영국가들이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원전 폐로’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전 가동의 핵심이 설계, 건설, 시운전(Commissioning)이라 한다면 해체(Decommissioning) 또한 원전 관리의 필수적 요소이며 ▲정책적으로 폐쇄할 경우 ▲계속운전이 종료된 경우 ▲사고 후 해체로 분류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해체는 부지를 방사능노출과 피해로부터 영구히 안전하도록 하고 부지를 재 활용 할 수 있도록 복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전세계 운영 중인 430여기 원전 중 85% 이상이 2세대 원자로이며 향후 3 세대로의 발전소 첨단화를 위해 적절한 수명연장 후 거치게 되는 노후 원전의 해체는 원전 운영의 필수부분인 생애주기관리(Life Cycle Management)측면에서 그리고 원전 운영과 안전향상의 필수적인 사업분야이다.”

-원전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전을 잘 폐로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는가. 그에 따른 시장 현황과 기술들을 설명하자면.
“국제원자력기구의 해체에 대한 통계와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현재 발전 정지 상태나 폐로 단계로 진입한 원자로는 100기가 넘어서고 있고 400기 이상의 연구용 원자로가 폐로된 상황이며 100기이상 진행 중에 있으며 연료 주기 시설물들 또한 300여 개가 폐로 작업에 있고 200여 개가 폐로 종료된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많은 국가들이 안전문화와 발전소 품질 경영시스템 개선 등 안전증진에 더욱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원자력발전정책을 유지하면서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2050년까지 진행해야 하는 의무적 경비가 적어도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산정되고 있어 노후 원전의 해체기술은 국가의 원전 역량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원전 해체는 해체비용 산정 등 사전계획이 매우 중요하고 각 시설마다 설계, 지형, 노형 종류, 시설관리 문서 등 각종 요소가 작용하며 발전소 기타 특수상황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세밀한 공정으로 이뤄져야 한다. 해체를 정책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장기간 밀폐 저장 후 해체로 추진할 갈 것인지(Safe enclosure), 부분적 해체와 저장 후 해체로 갈 것인지(Partial dismantling), 즉시해체(Immediate dismantling)를 수행할 것인지, 장기간 봉인 저장으로(Long term entombment) 로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장기간 봉인은 자연적 제염이 완전히 가능하지 않는 한 영구적 해법이 될 수가 없다. 이러한 장기간 수행 특성으로 인해 해체는 일관성 있고 설계단계부터 잘 계획된 정책적 지원과 규제 설정을 필요로 한다.”

-그 폐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티유브이슈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으며, 티유브이슈드코리아는 그 준비 과정에 동참하는 것인가.
“1,2 세대 원전 및 연구용 원자로들을 해체해 완전히 Green field로 환원한 경험이 있고 AP1000 등 신형 원자로 건설도 진행 중인 미국은 원전 Life Cycle Management의 대표적 예이며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해체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과 기술을 연구 축적하고 있다. 독일은 원전 폐쇄 정책과 무관하게 그 이전부터 선진 해체 기술을 개발하여 보유하고 있는 KKN, KRS-A, KNKII, MZFR, KWO 등을 포함해 완전한 해체 및 폐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인허가 기관에 해체 신청을 하게 되면 단계적 제염 해체 과정을 진행하며 국제원자력기구가 권고하는 구조와 같이 티유브이슈드(TUV SUD)와 같은 기술 검사 기관에 자문과 함께 여러 가지 검증 및 검사 과정을 거치게 된다. 독일은 이러한 측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노후 된 원전을 다량 보유하고 Magnox, Gas-cooled Reactor 영국 원전들과도 밀접하게 협력으며 영국의 폐로 및 방사선폐기물 전문기관인 Nuclear Technology를 인수하여 전문적인 기술자문을 하고 있다.”

-폐로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결국 폐로기술력의 보유 유무에 달려있다. 한국도 폐로기술에 대해서는 연구단계이다. 기술개발에 ‘한국-독일’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없는 것인가. 그것이 실행될 수 있도록 티유브이슈드 코리아가 가교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해체는 노후 원전을 단순히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주요 기기 등 방사능 물질의 저장 부지, 방사능산정, 화학적 제염, 오염평가, 물리적 제염, 기계적 제염, 전기, 열적 표면 제염, 기기 및 배관 해체, 절단, 방사선량 측정, 방사능 구분, 부지 복원, 폐기물 관리, 철거에 대한 기술이 다양하게 필요하고 사용 후 연료 관리 등 사전 계획과 첨단 기술이 필요하여 실제 수명연장의 최고 기간인 설계수명 후 20~30년 후 훨씬 이전부터 관련 분야 많은 연구개발과 요소기술의 축적이 절실하다. 한국은 원전의 건설, 설계, 운영에 있어 우수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세계 해체 시장과 국내원전 기술과 국제적 경쟁력 제고 일환으로 해체기술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국제원자력기구 IRRS가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의 우수성과 함께 밝힌 해체와 사용 후 연료의 관리 및 지침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권고사안으로 포함되어 있듯이 효율적인 기술 축적과 정책 수립을 위한 국가간 원전 운영사업자 해체 가이드 라인 수립, 해체 기술이전, 공동 연구개발과 해체사업의 공동 참여 등 다양한 협력구도를 통하여 원전 생애 전 주기에 대한 기술과 체계 확보로 진정한 선진 에너지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되길 기대한다. 물론 이 모든 사업의 주체는 우리나라 기관, 기업이 되어야하겠고 티유브이슈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적인 자문, 독립적인 평가 그리고 안전성에 대한 검증 등을 통해 이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 산업의 체계적인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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