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전원설비 고장 은폐, 원전 납품 비리 등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달 17일 ‘한수원, 협력사 청렴 및 원전 안전운영 다짐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수원은 “원전산업 전반에 걸쳐 청렴문화를 정착시키고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수원 감사실은 올해 청렴도 및 반부패 경쟁력 평가 1등급(매우 우수) 달성 목표로 ‘비리발생분야 집중개선을 통한 비리 원천차단’, ‘경영진 및 간부의 청렴실천 솔선수범’, ‘전 직원 청렴지킴이 활동을 통한 청렴역량 강화’, ‘협력회사와의 청렴 동반자 관계 구축’, ‘부패 신고제도 개선을 통한 자정 기능 강화’, ‘친근하고 부드럽게 다가가는 청렴 교육’ 등 6개 항목의 중점 과제를 선정,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리와 관련된 한수원 임직원들을 해임 및 해직하고 관련 업체들에 대한 제재를 서두르고 있다. 한수원 신임 사장의 비리척결 및 청렴 경영에 대한 의지가 강해 더욱 힘을 받아 그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서 환영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수원의 이러한 다짐이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게 원자력 주변의 얘기가 돈다. 사고 은폐, 납품 비리가 왜 생겼는지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성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전시성으로 발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청렴 및 원전 안전운영 다짐대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수원은 이날 KEPCO E&C, 한전KPS, 두산중공업, 현대건설사, 대우건설사 등의 대표들과 손을 맞잡고 결의문을 낭독했다. 비리 사건과 사고 은폐 모두 한수원 임직원과 관련된 중소기업 사이에 발생한 일인데, 정작 결의문을 함께 낭독한 것은 대기업들뿐이다. 아마도 한수원이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에게 보여주기 위해 ‘쑈’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 커플 더 들여다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고장은폐는 한수원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몇 명을 해고하거나 징계하는데 주력했을 뿐, 진정성이 담긴 반성과 노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납품비리 사건은 이른바 ‘갑-을’ 관계를 악용한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확인한 사실은 뇌물을 공여한 업체가 하나같이 한수원 직원의 요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주었다는 진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재판의 판결문을 통해서도 확인했다. 또한 관련된 업체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힘없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슈퍼갑인 한수원 직원들이 ‘강도 행위’를 한 것이고 업체들은 그것이 잘못인줄 알면서도 생존권적 차원에서 응한 것이며, 이런 의미에서 중소기업은 분명 피해자일 수 있다. 이번 비리 사건에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수원 내부에 있으며 그 처방도 한수원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한수원은 비리 사건이 알려진 직후 관련 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공소장을 요구하며 공소장을 기반으로 제재를 할 것이고 그 수위는 최고수준일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다. 그리고 이는 신임 사장님의 결연한 의지라는 것도 곁들여서 말이다.

아주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 공소장을 기준으로 제재를 한다는 것은 그 근거도 없을뿐더러 한수원 내부의 원인을 찾아 개선하기 보다는 밖에서 보기에 생색내기 좋은 ‘관련업체 징계’라는 손쉬운 길만을 찾는 모습은 한수원이 진정으로 본 사건을 통해 거듭나려는 의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수원 직원들은 뇌물비리 사건으로 동료 직원이 자살을 했음에도 업체에 공공연히 뇌물을 요구할 정도로 심각한 도덕적 불감증에 걸려 있다. 그러므로 한수원 임직원들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대책과 구조적으로 발전소 현장에서 중소기업을 상대로 계약을 쥐락펴락 하는 상황의 개선 등이 수반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납품업체의 기술과 납품경력 자격 심사를 강화해 기술과 실적 없이 로비 또는 영업만으로 한수원 문을 두드리는 업체를 근본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취재 하면서 현재 한수원의 대응 및 처방은 상당부분 원인 파악부터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올바른 대책을 수립하길 바란다. 공연히 불쌍한 중소기업들 만 잡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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