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이 ‘CGI Dedication’발(發) 태풍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영광 원전 5·6호기에 품질 보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공급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해당 부품을 교체,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K사를 비롯해 8개사가 공급한 부품은 퓨즈·스위치·다이오드 등 ‘안전성품목(Q등급)’ 대체품인 ‘CGI(Commercial Grade Item) Dedication(일반 산업용)’ 품목들로 한국수력원자력은 2002년부터 원전부품 중 Q등급을 사들이기 어려운 경우 일반 산업용 제품을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쳐 Q등급 제품 대체용으로 사용해 왔다.

◆CGI Dedication 제품이란
2003년부터 2012년간 위조된 검증서를 통해 원전에 납품된 미검증품은 총 7682개 제품(237개품목)으로, 재고 상태를 제외하고 실제 원전에 사용된 것은 5233개 제품(136개품목)으로 확인됐다.

136품목 내역은 퓨즈류(47품목), 계전기류(29품목), 전자부품류(20품목), 계측기류(12품목), 전자모듈류(7품목), 스위치류(9품목), 전기부품류(12품목) 등이며 미검증품은 주로 일반 기기류에 통상 사용된 상용 품목으로 밝혀졌다.

미검증품은 고리ㆍ월성ㆍ울진ㆍ영광 등 4개 원전본부에 모두 납품됐지만 실제 미검증품이 사용된 원전은 영광 3ㆍ4ㆍ5ㆍ6, 울진 3호기 등 5개 호기이다.

원전별 비중으로 보면 영광 5ㆍ6호기에 집중적으로 납품?사용됐으며 영광 3ㆍ4호기 및 울진 3호기에는 일부 사용됐고, 고리, 월성, 영광 1ㆍ2호기는 재고로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5233개 미검증품 중 격납건물 내 원전 안전성과 직결되는운전설비(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펌프 등)에 설치된 부품은 없으며 원전 운영상 보조기능을 하는 설비에 설치됐다.

미검증품은 주로 미국산으로 원래 납품하던 제작사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으로 기능과 성능에 이상이 없는 정상제품이다. 다만 품질보증 서류만 위조한 것으로 모두 원자로 안전성에 직접 영향이 없는 원전 운영상 보조기능을 하는 설비에만 설치돼왔기 때문에 원전 안전성에는 직접 영향이 없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특히 한수원은 “미검증품은 모두 원자로 격납건물 외부에 있는 설비에 사용됐고, 원전의 ‘다중화 시스템’이 부품의 오작동을 감지하고 있으며 ‘순차적 사고방지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사고 가능성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만일 “미검증품이 오작동할 경우에도 원전에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정상 가동되거나 만일의 경우에도 사고가 아닌 통상의 자동 정지가 전부”라고 덧붙였다.

그럼 ‘누가, 왜?’ CGI(Commercial Grade Item) Dedication 제품을 위조해서 납품했을까. CGI Dedication 제품은 외산으로 한수원이 원 제작사와 직접거래 방식으로 제품을 구입하지만 단품으로 구입 시에는 해외납품 에이전시를 통해 구입하고 있다.

실제로 10년 간에 걸쳐 위조 부품이 공급된 제품의 금액은 8억2000만원 규모로 K사를 비롯해 8개 납품업체가 업체당 평균 연간매출 1000여만원의 품질보증서 인증서 발행비를 줄이기 위해서 위조를 했을 것이라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수원은 “현재 광주지방검찰에서 수사를 의뢰해 품질검증서 위조사건에 대한 정확한 경위 파악이 진행 중이며 그 결과 한수원 직원의 비위 행위가 적발되면 관련규정에 따라 엄중 조치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광주지검은 한수원이 지정한 U사를 비롯한 12개 해외 검증기관과 8개 납품업체를 차례로 소환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산업계 엇갈린 반응
한편 이번 위조부품 사건을 접한 원자력산업계는 ‘그저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원자력산업체 종사자 A씨는 “국내 원자력산업은 지난 반세기 동안 원전기술자립과 기자재의 국산화 노력, 세계 최우수 원전 운영능력 등 자랑할 것이 더 많은데 고리납품비리에 이어 품질보증서 위조사건은 그 동안의 성과와 노력들을 다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어 안타깝다”고 탄식했다.

또 다른 원전 관계자 K씨는 “고리납품비리나, 이번 위조부품 사건은 당연히 지탄받아 마땋한 잘 못이라며 그동안 한수원과 원자력산업계에 잠재된 비윤리적 의식을 말끔히 고치는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K씨는 “문제는 이처럼 한수원 내부자도 인지하지 못한 사건들이 ‘00카더라’식 외부제보자에 의해 썩은 상처부위가 인지되고, 허둥지둥 수습하는 ‘뒷북’ 시스템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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