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대담]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원자력女性 1호 국회의원
거버넌스ㆍ비정규직 문제 과학기술계 현안…관련 법안개정 발의 中

“분명 원자력이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전력위기가 반복되곤 하지만 특히 올해 우리나라의 전력사정은 심각한 상태이다. 에너지 수급문제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 마련없이 땜질식 처방만 계속되던 중에 시험성적서 위조 부품 비리로 일부 원전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민병주(사진) 새누리당 의원은 본지와의 대담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원전사고 은폐, 품질보증서ㆍ시험성적서 위조사건 등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원전산업은 모래 위에 세운 다락집처럼 불안하다”며 “재발방지책 마련은 물론 원전 안전을 위한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에게 ‘첫번째’라는 수식어는 항상 따라 다녔다. 일본 규슈대학 역사상 핵물리학 전공자 중 첫번째 여학생이었고, 한국원자력연구원 1호 여성 과학기술자를 넘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보직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근무하던 민 의원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되면서 당시 원자력계는 물론이고 여성과학기술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여성과학기술인들은 그가 여성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네들의 어려움을 제 일처럼 여기고 정책적ㆍ제도적 지원이 잘 이뤄 질 수 있도록 나서줄 것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을 것이다.
민 의원은 “여성 과학기술인들에게 있어 육아부담을 여성이 혼자 감당하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러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직장 보육시설의 설치가 시급하지만 현재 정부의 지원도 그렇고 직장 보육시설 설치 대상 기관들의 인식도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나도 직접 경험했지만 여성으로서 편견과 선입견을 깨는 것이 참 어려웠다”며 “여성계 권익을 대변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정책의 근간인 과학기술(원자력)을 친화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병주 박사의 국회 입성에 관련 업계의 기대가 컸다. 국회 입성 후 어느덧 14개월이 지났다. 과학인에서 정치인으로 지내 온 소감이 궁금하다.
“국회에 들어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해 3월 비례대표 1번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은 후 “과학자가 정치를 하니까 신뢰가 간다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공천 소감을 밝힌 적이 있고, 국회 등원 후 1년여 동안 초심을 잃지 않고 그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해 왔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선배 정치인들을 보면 아직 정치인으로서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특히 여성과 과학기술계를 대표해서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과학기술은 우리나라 미래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지만 지금까지 과학기술인들의 정치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고, 그 결과 정책결정이나 예산편성과정에서 과학기술계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으로서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폭넓게 수렴해 과학기술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역할을 더욱더 열심히 해나갈 것이다. 동시에 과학기술이 국민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국민의 안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지 10년이 됐고, 그동안 많은 관심과 기회를 통해 여성과학자의 비율은 늘어났다. 하지만 여성과학자들의 능력에 비해 출산과 육아로 그들의 경력을 이어가는데 장벽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여성과학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그에 맞는 환경이 절실하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0대에는 남성을 초월하나 30대에 가면 뚝 떨어졌다가 40대 이후에 다시 증가하는 ‘M자 커브’를 그린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로 사회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경우에는 육아 후 원래의 실력을 찾아 같은 수준의 직장에 재진입하기가 어려워 ‘L자 커브’를 그리게 된다. 일단 경력이 한 번 단절되면 재진입이 어렵고, 따라서 단절된 경력을 다시 이어주려는 노력에 앞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특히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사회가 책임져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 예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출연연 중 16개 기관이 법적으로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실제 직장보육시설이 설치된 기관은 2개 기관에 불과하며 추가로 1개 기관이 설립 예정일뿐이다. 그나마 설치된 기관도 운영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험과 출장이 많은 연구 업무의 특성을 반영하여 직장보육시설 지원확대 등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출산 후 경력단절을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입안이 절실하다. 또 정부 당국은 보육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젊은이들 전체의 문제이며 특히 맞벌이 부부가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먼저이다.”

-역시나 출연연 거버넌스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정년 환원 등 과학기술계 현안에 대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
“거버넌스 문제에 관해서는 많은 쟁점이 있고 정부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여러 쟁점 중 지난 18대 국회에서 논의된 출연연 단일법인화 문제처럼 극심한 논쟁 끝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도 있었던 반면 출연연이 창조경제 실현의 중심축으로서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으로 모이는 문제와 같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도 있었다. 얼마 전 기초기술연구회와 산업기술연구회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는「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ㆍ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아직 논의가 더 진행돼야 하지만 출연연 간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고 연구회가 원래의 설립취지인 정책기능과 기획기능을 강화하여 소관 연구기관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인 지원과 효율적인 관리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이다. 모든 거버넌스 문제를 한 번에 풀어나가기는 힘들더라도 풀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그럼 이 현안들을 풀어갈 정책방향을 듣고 싶은데.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현재 기초ㆍ산업 출연연의 인력 2만1610명(올해 3월말 기준, 간접고용 포함) 중 정규직 외 인력이 51.7%인 1만1180명에 달하고 있다. 비정규직 인력이 50%가 넘을 정도로 많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일괄적인 정원 관리로 연구비 증가에 비해 연구원의 증가 즉 정규직 TO 확대가 어려웠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정부도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과 정규직 전환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해 자율성과 책임성 있는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개정안도 이미 발의해 둔 상태이며 동 법안이 비록 기획재정부 소관 법률이지만 기획재정부위원회 위원들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지속적인 설명과 설득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 출연연의 정년환원에 대한 논의는 지난 대선 때 부터 계속되어 왔지만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기업의 경우 지난 4월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출연연의 경우에는 정년환원의 범위와 기간을 놓고 부처간ㆍ기관간 이견이 분분하며 정부는 책임연구원 임용 후 7년 이상 지난 연구원을 대상으로 ‘우수연구원 정년연장제도’만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출연연을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하고 자율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해 정년 뿐 아니라 TO문제, 비정규직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과학기술계에는 많은 현안과 난제들이 있다. 쉽게 해결되기 힘든 문제들이지만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과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심도 깊은 논의와 조속한 법안통과가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의 안전성’을 두고 찬핵과 반핵으로 갈리고 있다. 그러나 이분법적 논리로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되는데. 의원님 생각은 어떤가.
“원전 문제는 찬핵과 반핵의 이분법적인 접근이 아니라 국가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하고 동시에 그 대안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원전 의존도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원자력을 포기하면 다른 에너지 대안이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에너지믹스 정책에서 원자력의 비중을 과연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중요다. 물론 원자력 비중 결정 과정에서 전기요금인상, 세제개편, 이산화탄소 배출량 문제,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국민들과의 교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 당장 원전을 멈출 수 없다면 원자력을 안전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ㆍ감독 시스템의 점검과 원전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해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신뢰를 강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그 일환으로 최근 원전부품 품질서류 및 기기검증보고서 위조에 따른 개선대책과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원자력안전 제도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정리하여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당 지도부에 에너지특별위원회 신설을 제안해 지난 6월 에너지특위가 만들어졌고, 에너지 특위의 에너지기본계획 분과와 원전안전 2개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년간 원자력 분야에서 일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에너지 믹스에 관한 최적의 방안을 찾음과 동시에 국민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원전 안전 확보 방안 마련에도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

-원전 해체철거비용, 핵폐기물 처분비용, 원전사고 피해보상비용 등을 원전 발전단가에 모두 포함시키면 원자력이 ‘값싼 에너지’라는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원전이 과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먼저 원전 해체 비용이나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등은 이미 원자력 발전단가에 반영돼 있다. 또 사고발생 위험비용의 경우 현재 국내 원전의 발전원가 산정에는 아직 포함되고 있지 않지만 일본 발전단가검증위원회가 추산한 사고대책비용(0.5엔/kWh)을 현재의 원자력 실적 발전원가에 전액 반영하더라도 원자력은 46.5원/kWh으로 산정돼 석유(252.9원), LNG(168.1원), 무연탄(103.8원) 등 다른 발전원에 비해 경제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러한 반영률이 적정한가에 대한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타당성은 좀 더 검토해 봐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원별 발전비용 평가에 있어 원전 사고비용 등을 발전비용에 포함하는 것처럼 화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풍력발전 등의 경우에도 환경비용을 포함해야 하는 등 종합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정부는 관련부서간의 협의를 통해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공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한창이다. 효율적인 공론화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 4개 원전부지에 사용후핵연료가 임시로 저장되고 있지만 2016년 고리를 시작으로 2021년이면 모든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정부도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의 시급성을 인식해 공론화 토론회를 개최하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준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부지선정 과정이나 중간저장시설 건설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하더라도 효율성을 논하기에 앞서 지역주민, 환경 단체 등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3년 부안군이 단독으로 유치 신청서를 제출해 부안군 위도가 폐기물 처리장 부지로 선정됐지만 주민보상 문제와 부안 주민·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된 바도 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현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안전과 관계된 중요한 사안인 만큼 과거의 사례를 참고해서 더 차분한 이해와 설명이 필요다. 또 공론화 과정을 왜 거쳐야 하며 공론화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올해는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몇몇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들로 인해 한수원을 비롯한 원자력산업 종사자 전체가 의심받는 상황이라 이를 파기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전르네상스 재진입을 위한 방안을 제언한다면.
“앞서도 언급했듯이 원전과 관련된 일련의 비리 사건으로 원자력 산업 전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따라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일벌백계하고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잃어버린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더불어 원전 비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원전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개선을 위한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막무가내식 비판과 비난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무리한 공기단축, 원가절감, 성과위주의 경영방침, 기술인력 감축 등도 원전비리의 근본적 원인 중의 하나인 만큼 시스템적인 개선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한국원자력신문이 네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축하메시지 한마디.
“한국원자력신문의 창간 4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4년의 시간 동안 한국원자력신문은 진실된 보도와 건전한 비판을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원자력 분야의 대표매체로서 자칫 멀어질 수 있는 국민과 원자력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안전한 원자력 문화를 조성하는데 많은 역할을 해 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원자력신문의 건승과 발전을 기원하고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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