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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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3.07.3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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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원자력, 安핵의 해법 ⑵출구 전략

▶지난호에 이어서
한 켠으로 바야흐로 운영허가가 끝나가는 원전을 어떻게 안전하게 해체하고 폐기할 것인가가 중대한 과제로 떠올랐다. 오늘날 세계 437기 가동 원전이 공히 안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온 지혜와 지식과 기술을 세계와 나누는 과업이 필요하다. 아직 원전의 안전과 해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학회는 없다. 이에 지리적으로, 시대적으로 필연적 위치와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가 잃었던 녹지를 되찾는 대장정에 올라야 한다.

우리나라 원전건설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면 원전을 해제하는 기술은 어느 수준일까? ‘아직은’이다. 원전해체는 천문학적 비용 못지않게 건설 시공보다 더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바야흐로 선진국 수준의 해체기술 확보를 위해 나서고 있다. 이는 곧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원전 연구의 무게중심이 원자로 개발에서 해체기술 개발과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으로 옮겨질 시점이다.

세계 원전 운영현황을 보면 미국이 100기 (11기 계속운전), 프랑스 58기, 일본 50기, 러시아 33기 (17기 계속운전), 캐나다 20기 (7기 계속운전), 인도 20기 (4기 계속운전), 영국 16기 (5기 계속운전), 중국 16기, 우크라이나 15기 (2기 계속운전) 순이다. 전체 437기 중 계속운전을 하고 있는 원전이 71기,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원전이 153기에 이른다. 30년 이상 운영 중인 원전만도 절반에 가까운 212기로 이 중 32기는 40년을 넘기고 있다.

세계적으론 현재 135기 (후쿠시마 4기 포함), 한국은 앞으로 10~30년 사이 12기 원전이 해체에 들어가게 된다. 2004년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시설 해체시장이 2030년에는 500조원, 2050년까지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력시설 가운데 70%가 상용 원전으로 1기당 2조원으로 계산한 셈이다. 연구용 원자로의 경우 588기가 영구정지돼 486기가 해체됐거나 해체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좁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생각하면 이젠 출구전략을 준비할 시점에 와있다. 노후원전 안전해체가 바로 그 것이다. 그간 우린 고속도로에 자동차는 늘어가는데 막상 녹지로 나가는 출구가 마련되지 못한 형국이었다. 원전 안전과 국민 안심을 위해서도 이젠 진지하게 폐로를 준비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늦지 않았다.

원전 23기를 운영 중, 5기를 건설 중인 우리나라도 계속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2020년대까지, 20년 계속운전을 하더라도 2040년대까지 12기가 영구정지에 들어간다. 한수원이 지난해 상향조정한 호기당 해체비용 6033억원을 적용해도 7조원의 해체비용이 필요하다. 전체 원전으로 따지면 14조원에 이른다. 국제원자력기구 식으로 계산하면 40조원까지 불어난다.

원전에서 쓰고 남은 사용후핵연료와 작업복, 신발, 부품, 공구 등 각종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자칫 폐로 과정에서 사고라도 일어나면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일본 정부는 100만 kW 급 1기당 폐로 비용을 약 3681억 원으로 추정했으나,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및 복구에 약 265조원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비용 이외에 우리나라는 폐로 정책과 제도가 전무한 것도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법 상 원자력시설 해체에 관해 원론적인 언급만 있을 뿐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등 세부 규정이 없다. 현행대로라면 영구정지된 원전을 해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정부에 원자력시설 해체에 대한 규정과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나라는 2000 kW 급 연구용 원자로를 폐로 하는데 5년의 시간과 192억 원의 비용을 들였다. 100만 kW 급 상용 원전의 폐로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원전해체 경험이 없는 데다 관련기술이나 전문가도 부족해 폐로과정에 대한 추정 자체가 어렵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노후 원전을 해체한다면 당장 해외에서 전문 인력을 대거 초빙해야 할 지경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 등으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불가능해 각 원전 부지 안에 임시 저장해 둔 상태. 폐로하려면 별도의 중간저장시설이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영구처분장을 만들어 사용후핵연료를 옮겨야 한다. 그러나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두 가지 모두 쉽지 않은 일. 결국 원자로와 임시저장 된 사용후핵연료는 놔둔 체 보조시설만 해체하는 부분 폐로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발전만 안 할 뿐 원자력시설로 계속 남게 돼 실질적인 폐로로 볼 수 없다. 폐로를 하고 싶어도 제도, 기술, 자금 등 국내 원자력계의 삼중고로 선뜻 나서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다.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해체를 위한 기반여건 조성에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원전해체 기술이 전무한 상태다. 현재 국내 원전 해체 기술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 견줘 70%를 밑돈다. 이마저도 연구용 원자로 2기와 우라늄 변환시설 1기 등 방사선 준위가 낮은 시설 해체기술이어서 실제 원전해체 능력은 없는 셈이다. 원전해체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38개 인데, 우리는 이중 21개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1500억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는 핵심기술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고리 1호기는 상업운전을 시작하던 1978년 운영허가를 30년으로 잡았다. 그 후 증기발생기 등을 교체한 후 운전연한을 10년 보태고, 10회 한주기 무고장 안전운전을 기록, 세계최고의 원전운영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작년에 불거진 일련의 불미스런 사건은 불행히도 30년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운영연한을 마친 원전은 ‘애물단지’가 된다. 까다로운 해체과정뿐만 아니라 방사성 물질이 쌓였기 때문이다. 연한이 끝난 원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꺼낸 뒤 오염된 원자로 계통과 오염되지 않은 기기와 구조물 등을 따로 해체한다. 100만 kW 급 원전에서 나오는 50만 톤 중 1만 톤은 장기 관리를 요하는 방사성폐기물이다.

원전해체는 준비단계에서부터 방사성 물질 제거, 시설물 절단 및 철거, 연료 및 폐기물 처분, 환경복원 등의 단계로 15년 내지 80년이 걸린다. 해체기술은 기계, 로봇,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이 총망라되는 종합공학인 만큼 기획단계부터 실용화를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 해체에 필요한 융복합 기술을 가진 나라는 드물다. 현재는 미국, 프랑스와 일본뿐이다. 독일의 경우 구 소련 루브민에 있는 노후 원전을 해체하기 위해 15년 넘게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적 진척이 더딘 편이다.

원전해체는 원자력 관련 지식과 기술이 복합적으로 축적되야 가능하다. 원전해체를 위한 검사와 계획이 수립되면 오염물 제거, 즉 제염이 진행된다. 시설 내 방사선 준위가 높은 핵연료, 냉각수 등과 접촉한 배관계통, 기기 등에서 방사성 물질을 떼어내야 한다. 이 때 고도의 화학기술이 동원된다. 예를 들어 크롬-니켈-철 화합물로 이뤄진 금속재를 처리할 경우 크롬은 3가에서 6가로 산화시키되 철은 3가에서 2가로 환원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을 층별로 반복해서 진행해야만 제염이 완료된다.

철거도 일반 건물처럼 마구잡이로 부술 수 없다. 방사선 누출 우려 때문에 원전건설 역순으로 철거를 시행해야 한다. 이때 방사능 오염을 피하기 위해 특수 레이저 절단기, 기계톱 등의 중장비를 원격으로 조종해 진행해야 한다. 잔해는 두 가지 방법으로 처리된다. 원자로 등의 경우 밀폐공간에 옮긴 다음 방사선 준위가 낮아질 때까지 보관한다. 그러나 금속재료나 기기들은 또 다시 제염작업을 거쳐 재활용한다.

원전해체기술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원전 건설기술과 해체기술은 함께 가야 한다. 이는 한국형 원전 수출 시 큰 부가가치를 지니며 지지부진한 해외시장 진출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차제에 선진 해체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막대한 폐로비용을 미국, 프랑스나 일본에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는 마치 초기 원전을 일괄발주 방식으로 지으면서 막대한 외화를 벽난로에 집어 던졌던 1970년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원전 해체는 원자로 건설과 달리 국가간 기밀사항이 없기 때문에 독자적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곧바로 외국 기업과 합작을 통해 원전 해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가동중지된 원전들의 해체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해체 인력이 없어서다. 기술을 독자개발하는 ‘추격형’이 아니라 인력을 세계 시장에 파견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기술력도 함양시키는 ‘동참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원전 운영현황과 해당국가의 논문수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원전 수가 많은 미국, 프랑스, 일본에서 원전해체와 관련된 논문도 다른 국가에 비해서 월등하게 많이 산출되었다. 다만, 이탈리아와 독일은 예외적이다. 두 국가의 경우, 보유한 원전 수에 비해 원전해체에 대한 연구가 훨씬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듬해인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전을 폐지하였고, 독일은 1990년 이후 탈원전을 준비해왔으며, 2002년 4월 원자력법을 개정하여 원자로 신설을 금지하고, 기존 원자로를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논문 수 상위 15개국 간 협력 네트워크를 보면 많은 논문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가 주도적으로 원전해체 기술에 대한 협력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영국, 일본, 미국과만 일부 협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우크라이나는 실제 논문 수는 적은데 영국,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1986년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사건 이후의 원전 처리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원전 해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우리나라는 아직 연구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고, 아직까지 선진국의 협력 네트워크에는 제대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전해체 시장이 2020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 빨리 원전해체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및 다른 국가와의 기술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에 세계원전안전해체학회가 국내원전 출구전략을 가로 막고 있는 제도, 기술, 자금의 삼중고를 푸는데 기여할 것이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