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꼼수 아닌 실질적인 원전 비중 낮춰라”

정부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비중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최근 원전비리 등으로 원전에 대한 불신이 높은 현실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세운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원전비중에 비해 낮춘다는 것이 아닌 2035년까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상의 원전비중을 얼마로 할 것인가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운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기준 원전 발전비중을 59%, 설비 비중을 41%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애당초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계획이었고,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밀양 송전탑 갈등 등으로 국민수용성이 매우 낮아 실현불가능한 계획이 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비중을 1차계획에 비해 낮춘다고 말할뿐 실제 비중이 얼마를 계획하고 있는지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8월 새누리당 에너지특위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정협의를 열고 원전 설비비중을 33%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반영되어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신고리 5~8호기와 신울진 1~4호기까지는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1580만kW의 화력발전소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전비중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신규원전 예정부지로 지정된 삼척과 영덕에 원전을 추가건설해도 사실상 원전비중은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는다.

결국 정부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비중을 낮추겠다고 한 것은 명백한 꼼수이며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당정협의에서 밝힌 원전비중 33%는 원전비중을 낮추는 것이 아닌 원전을 확대하는 정책일 뿐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원전비리 등 잦은 사건사고로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을 가장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는 것이며 현재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설비비중 몇 %라고 하는 숫자놀음으로 국민들의 눈속임을 할 것이 아니라, 원전의 안전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원전은 사용후핵연료 뿐만 아니라 폐로 등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 최상위 에너지 계획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노후원전 폐쇄, 신규원전 중단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해서 원전의 비중을 지금의 24.2%에서 대폭적으로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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