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문화 확보 없는 개별적 안전노력은 미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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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문화 확보 없는 개별적 안전노력은 미완성”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4.01.06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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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이용희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ㆍ인간공학연구부 실장
‘원전 종사자 및 조직의 안전문화 증진…’ 기술혁신사업 추진
5개년 계획, 국내 현장적용 물론 원전도입國 시스템 구축 목표

“원자력산업에 있어서 안전은 이제 조직문화의 최우선(또는 전제적인) 목표로서 자연스럽게 안전문화로 귀결되게 된다. 또한 안전은 기본 전제이기 때문에 조직의 성과에 대해 ‘100-1=0(또는 -100)’이라는 수식이 성립한다.”

안전문화는 원래 조직문화의 일환으로 ‘조직안전문화’로 축약된다. 조직문화는 1980년대부터 전 세계에 확산된 기업(산업)성공의 핵심 분야로 부각됐다. 기업으로 대표되는 어느 조직의 특성과 역량을 파악하고, 변화를 꾀해 필요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목표 달성이 가능한 상태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 아직도 현대 경영학의 핵심영역중 하나이다.

이용희(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은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전체는 개별요소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안전문화는 개별적인 안전을 종합하는 방식을 포함하는데 전체의 안전을 위해 개별요소의 의미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원전에서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은 각각 매우 보수적으로 안전을 위한 요건을 만족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요소들의 역할을 실제로 실현시키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아무리 뛰어난 안전성을 가진 요소라고 하더라도 종사자가 택해 활용하기 나름이다.

이 실장은 “실제로 TMI 사고의 경우에 뛰어난 아이디어로 새롭게 설계된 자동주입이라는 공학적 안전설비가 운전원의 판단착오로 단숨에 무력화됐으며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노심의 안전성을 보장하는(구소련이 최신 기술을 자랑하던) 다양한 보호장치가 있었지만 실험자의 무지와 의사소통 실패로 오히려 사고를 키운 요소로 변하고 말았다”며 “안전문화가 확보되지 않고는 개별적 안전노력은 결코 완성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한국원자력연구원 계측제어?인간공학연구부에서 수행 중인 ‘원전 종사자 및 조직의 안전문화 증진을 위한 한국형 공공 모니터링 체계 시작품 및 역량증진기술 개발’ 기술혁신사업의 추진 배경은 무엇인가.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다시 부각된 안전문화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원전의 안전을 확립하려고 산업부 에너지기술평가원(원장 안남성)에서 전략적으로 기획하고 있던 분야이다. 원전의 안전에 대해 하드웨어적인 면에서의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상황에서 안전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미제로 남아있는 최종적인 현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획과정에서 국내에서도 고리 1호기 SBO 은폐사건 및 부품인증서 위변조 사건 등 안전문화와 관계 깊은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원자력계 내외에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과제가 착수된 지난해(2013년)에는 오히려 시급한 주제로 부각되게 됐다. 하지만 안전 분야에서 ‘안전문화’의 중요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되어 있었다. 안전 분야에서는 보팔 가스누출 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안전문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BP사의 멕시코만 원유누출사고 등에서도 심각히 거론된 과제이다. 미국의 기술적 자존심인 NASA가 1986년 챌린져호 발사 중 폭발 사건에서 안전문화 문제에 직면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결국 2003년 컬럼비아호 궤도진입 중 폭발에 처하고, 변명할 기회도 없이 우주왕복선 사업을 송두리째 날린 경험이 있다.

일본은 어떤한가. TMI와 체르노빌 사건에도 안전의 종주국이란 자부심을 내세웠지만 1999년 JCO임계사고를 경험하면서 안전문화 문제에 노출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다가 2000년에는 우리가 경험한 은폐/위반 등 전형적인 문제를 겪고, 결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이르렀다. 안전문화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그 분야의 기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반증이기도 하지만 ‘안전문화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고, 기술적으로 최후의 고지에 대한 도전을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한 셈이다.

-그야말로 ‘안전문화’가 핫키워드로 부상한 이때 ‘안전문화’ 정립을 위한 연구개발은 시의적절하다. 총 5개년간의 연구용역으로 이제 걸음마를 땐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까지 진행사항을 설명해 달라.
“이 사업은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원전의 안전문화에 대한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고, 둘째는 원전 안전문화를 위한 종사자의 역량을 증진하는 고유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총 5년 중(2013년 6월~2018년 6월) 올해 상반기까지 제1차년도가 진행 중인데 이공학 분야는 물론 인문사회 분야까지 참여하여 원전 안전문화의 기본 인프라를 구상하고 있다. 안전문화 정보제공을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안전문화 현황과 변동에 대한 지표, 추이, 예측 및 핵심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원전과 관련된 종사자들이 안전문화에 필요한 의식기반의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을 높이기 위해서 원자력 분야 고유한 상황인식, 리더십?팔로워십, 의사소통?의사결정 등의 팀기반의 체계적 교육훈련 기법(예, Joint Crew Resource Management)은 물론 행동기반안전프로그램 등 지원도구를 개발해 항공우주 분야를 뛰어 넘는 안전문화역량을 달성할 수 있는 고유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안전문화에 대한 관점이 매우 다양하고 안전문화의 고유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우선 다양한 관점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그동안 알려진 안전문화의 속성과 특징을 포괄하는 것은 물론 국내 원전의 운영경험을 포착할 수 있는 고유한 인프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사실 원자력 안전과 안전문화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낯설고, 어렵다.
“원자력 안전은 고유한 특징이 있어서 일반적인 산업안전(occupational safety)과 약간 달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 안전은 기본적으로 방사능 안전(radiational safety)이 궁극적인 책임이지만 종사자는 물론 원전 밖의 일반인들에게도 어떤 해로운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체계의 실패를 방지하는 것이 원자력 안전의 목표이다. (웃음)오히려 더 어려운가. 산업안전에서는 작업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데 비해 원전 안전에서는 체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주안점이다. 따라서 산업안전은 작업자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려는 본능적인 동기를 기대할 수 있지만 원자력 안전은 작업자 자신이 아니라 원전이란 체계를 보호해야 하는 일이므로 본능적인 동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원전은 기본적으로 150만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대형시스템이기 때문에 그중에 어느 한가지 일(구체적으로 부품의 정비나 그 구매 등)을 맡은 종사자는 자신의 일이 전체 원전의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감하기 어렵다. 본인 스스로 전체 안전에 대한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면 자신의 일에서 필요한 안전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업자들에게는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안전이다. 전체 원전을 고려해야하는 일이므로 겉보기에는 단순한 일일지라도 결코 필요한 전문성이 녹녹치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10m쯤 걷는 동작이라도 그냥 평지를 걷는 경우와 높은 절벽 위를 걷는 경우 전혀 다른 부담과 위험을 겪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안전문화를 실질적으로 구축하려면 원자력 경영진과 정부당국자들이 노동자를 통제대상이자, 수동적 객체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동등한 참여주체로 인정하려는 인식변화가 절실하다. 그런데 우리 산업구조에서 여전히 부족하다.
“전반적인 원자력 안전문화를 구축하려면 원전 및 핵주기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당장 원전 종사자(광의(廣義)에서는 설계 건설을 맡은 원자력산업체는 물론 규제나 원자력 기술의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운영자인 한수원의 직원이나 협력업체 실무자를 의미함)가 원전의 안전을 책임지는 당사자로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내부에서 각자에게 맡겨진 역할을 잘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원전의 경영진이나 규제를 맡은 당국자들은 안전에 관한한 종사자들과 자신의 역할이 제대로 조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현장의 종사자들을 통제 또는 관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초보적인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능숙한 경영자는 언제는 자신과 현장 종사자들을 동일시하면 그렇게 만든다.”

-결국 지금과 같은 원전비리, 인적오류 등이 발생하는 것은, 과거의 원자력산업이 기술적인 안전성을 강조하면서 ‘감성적 안전성’을 등한시했기 때문이지 않은가.
“최근 우리의 원전은 인적오류에 의한 사소한(무손실) 고장정지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최고의 이용률을 달성(93~94%)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리사건은 기술적 안전성만을 내세우다 감성적 안전성 멀리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사실 ‘안전문화’는 이분법적이지 않으며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근본에서는 동일한 실체를 가지고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지만 의사소통 부재에 따른 오해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 둘 간의 관계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의 목표이다. 기술적 안전성의 폭이나 안목부족이 근본 원인이므로 기술자의 “전문가 오류”를 극복할 수 있도록 또 ‘감성적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언론과 NGO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 원자력산업 구조에 맞는 이상적인 ‘안전문화’ 모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안전문화를 이해하고 어떤 시설운영조직의 안전문화를 파악하고 평가하며 또 개선방안을 도출하려면 안전문화를 들여다보는 틀이 필요하다. 이를 안전문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문화라는 용어를 만들고 이를 파악하기 위한 3계층 모델을 제시한 미국의 조직심리학자 Edgar Schein 박사는 그 조직문화 모델을 안전문화에 대해 적용해 3개의 계층이 조직문화 혹은 안전문화를 구성한다고 제안했고, IAEA는 이 모델을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유형물(artefacts) 이란 규칙, 행동방식, 구조물 등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요소이며 공유가치(espoused value)란 조직 구성원들이 채택했거나 지지하는 가치로서 구성원들을 주의 깊게 조사하거나 질문함으로써 파악이 가능하다. 기본가정(basis assumption)은 조직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근본적 신념으로 문화의 심층에 있으면서 그 기반을 형성하는 것으로서 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유형물의 경우는 관찰 및 감사를 통해 공유가치는 면담 및 설문을 통해, 기본가정은 계량심리학적 방법론을 통해 측정 혹은 파악될 수 있다. 이러한 계층구조로 인해 안전문화는 단일한 방법으로는 그 여러 측면을 모두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계층별로 적합한 방법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종합적인 접근법 모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