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이재근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미 원장…원전 지역주민도 ‘원자력 기초 이론 공부하라’
편협적 사고 버리고 객관적 중립 공감대 형성…선량한 원전종사자 박탈감…격려ㆍ배려로 위로

“원자력 운영의 기본 전제인 안전성, 경제성, 주민수용성에 대한 이견은 없다. 왜 우리는 찬핵-반핵(탈핵)이라는 상호 대립되는 가치 충돌로 인해 서로를 비난만 하고 있는가. 좀 더 건설적인 비판은 할 수 없는가. 문제는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 부족한 탓이다.”

국내 원전의 매출 20조원 시대에. 2만6000여명의 종사자가 있는 ‘원자력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는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재근(사진)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미 원장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원자력 정책과 반원전 운동에 대해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편협적이고, 일방적인 고정관념은 비난에 불가하다. 과연 나의 비난이 얼마나 객관적(과학적 검증)이고, 전문성을 갖고 있는가를 자문자답 해봐야 할 것”이라며 말했다.

또 이 원장은 “원전비리는 국민들로부터 지탄받아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원전비리를 대하는 대다수 선량한 원자력산업계 종사자들이 느끼는 실망감과 자괴감, 허탈감이 문제”라며 “물론 원전비리를 통해 국민이 겪는 불편과 분노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 대책과 언론의 무차별적 마녀사냥식 표현에는 분명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솔직히 말해 에너지 중 현실적 대안도 없고, 천연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일정한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전문가와 기술자들에게 ‘핵마피아, 천인공노’라는 표현은 좀 무리가 있다”며 “최악의 전력대란과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한 비리연루 자들에게 엄중한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그러나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력이 필요로 하는 원전 종사자들의 사기진작도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일선 현장의 원전에서 묵묵히 자기소임을 다하는 대다수 종사들에게 격려와 배려는 곧 안전한 원전운영으로 직결된다”며 오히려 정부 관계자들 언행에 신중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원전이 운영돼온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역주민들은 원전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갈등이 끝이지 않는 것은 원전 안전성에 대한 하드웨어(기술)는 갖춰졌지만 원자력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지역소통)가 부족한 탓이다.

이에 경주YMCA와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는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원자력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일반시민 대상 ‘원자력 이해 제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해 2월 ‘원자력아카데미’를 강좌를 개설했다.

‘원자력아카데미’는 3월과 8월 2차례에 걸쳐 원자력 기초이론 및 원전 현황에 대한 이해, 환경문제, 갈등관리, 발전소 현장 견학까지 3개월간 심도 있는 원자력 교육을 실시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총 7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사진).
이 원장은 “원자력발전소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며 안전한 원자력 운용은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사실 과거에 원자력에 대한 정부와 사업자의 정확한 정보가 부족했던 탓에 현재 투명하게 모든 정보를 공개해도 국민들은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그러므로 원자력아카데미와 같이 모든 국민들이 원자력을 공부해야 한다. 위험한 에너지 일수록 많은 공부와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야 막연한 불안감을 떨칠 수 있다. 최소한 한울, 한빛, 고리, 월성 등 원전 지역주민들부터라도 원자력에 대한 기초 이론 공부를 해야 한다. 알아야 소통이 이뤄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시민을 위한 원자력아카데미가 지난해 개설돼 2기 수강생, 70여명을 배출했다. 이 같은 아카데미가 출발한 배경과 그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자면.
“2011년 3월11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하여 ‘원자력 안전신화’는 깨어지는 구나 그동안 경주지역에서 반핵운동을 해오다가 2005년 11월 2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유치반대 운동의 실패로 잠시 환경운동을 접고 목회에 전념하고 있다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엄청난 재앙 앞에 우리 경주도 방폐장 안전성 문제와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문제, 삼중수소 문제, 방재 시스템 문제 등 원자력에 대해서 바로 알아야 하겠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원자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막연한 불안감에서 확실한 대안과 안전 예방을 할 수 있겠다는 취지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시민 부터 원자력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하게 됐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원자력 기초이론부터 생활 방사선, 원전 현장견학까지 다양했고, 강사들도 원전당국 관계자부터 대학교수, NGO단체 관계자 등 원자력산업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석했던데 강의내용에 대한 수강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경주YMCA 원자력아카데미에 대한 절대적인 원칙이 있다. 첫째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강사를 섭외하는 것이다. 찬핵이든, 반핵(탈핵)이든 자유롭게 강의제목과 강사를 섭외해서 경주시민들에게 편견 없는 올바른 원자력 공부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둘째 지난 8년간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2년간 경주YMCA 사무총장을 해오면서 맺었던 인연을 통해 반핵단체와 반핵 교수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런 노하우가 원자력아카데미를 중립적으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으로 수강생들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처음에는 찬핵과 반핵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일부 수강생들이 원자력에 대한 기초 이론 공부를 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다양한 강사진과 두 차례의 현장 견학과 특강이 좋은 반응을 불러왔다.”

-한편으로 아카데미에 필요한 재원이 원전 사업자(한수원)의 후원으로 이뤄지는 탓에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앞두고 “사전에 경주시민을 매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 곱지 않은 시선도 있을 법한데.
“솔직히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 사회에서는 돈이 없이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원자력아카데미를 하고는 싶은데 재정이 넉넉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을 고민하다가 월성원자력본부 대외협력 실장과 실무차장에게 원자력아카데미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물론 시기적으로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문제와 방폐장 안전성 문제에 대한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 때여서 몇 차례 망설이다. 제안을 하게 됐는데, 오히려 월성원전본부에서 더 고민을 많이 하는 듯 보였다. 몇 차례의 만남과 논의를 통해 최종 지원승낙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재근 원장은 이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반원전 운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그런데 경주 원자력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는 것은 친원전으로 노선을 갈아탄 것인가. 여전히 반원전을 지지한다면 이 같은 역할(원자력아카데미 원장)을 수행하는 까닭은.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원자력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핵폭탄에 대한 공포감도 갖고 있다. 어느 누가 원자력발전소를 좋아하겠는가. 사실 90년대 후반부터 월성원전 인근 경주 양북면에 기형송아지가 출연해서 삼중수소에 대한 방사능 오염 역학 조사 문제와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15년 정도 반핵 운동을 해왔다. 사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 진흥부터 ‘찬핵-반핵-탈핵’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다. 원자력아카데미를 실무 총괄하면서 경주시민들과 수강생들에게 균형 잡힌 원자력에 대한 바른 이해 제고를 위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원자력을 바라보고자 한다. 나 개인이 갖고 있는 입장이 있지만 반핵이냐 찬핵이냐 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답변할 성질은 아니라고 본다. 원자력아카데미를 하면서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말을 듣는다. 지금 내 입장에서는 회색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다.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않고 싶다. 오로지 안전한 원자력발전소를 원한다.”

-내년부터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계획이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효율적인 공론화 방안을 제언한다면.
“공론화 위원회가 출범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중앙에 있는 환경운동가들이 공론화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아쉽게 생각한다. 2005년 중·저준위방폐장 유치 당시를 생각해 보면 정부에 대해서 원망이 많다. 방폐장 부지에 대한 안전성 보다는 경제적인 논리로 주민수용성을 현혹했다고 본다. 앞으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기술적, 지질적, 과학적으로 안전한 곳, 사회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곳,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곳, 환경적으로 장기적인 관리가 용이한 곳에 들어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전달이 이루어져야 하고 오랜 시간을 두고 합리적인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2014년 갑오년이 밝았다. 올해 원자력아카데미 활동 계획에 대해 설명한다면.
“올해도 원자력아카데미 상반기, 하반기 나눠 3ㆍ4기를 모집할 예정이고 3월 초에 개강 예정이다. 또 1ㆍ2기를 위한 심화과정,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1~2학년을 위한 원자력아카데미 1박2일 캠프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직장인을 위한 야간반을 개설 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올해는(2013년) 원자력 안전성에 대해 잇따른 논란과 의문이 제기되는 해였다. 그로인해 한수원을 비롯한 원전 운영자는 물론 원자력산업 종사자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했으며 이를 파기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끝으로 한국원자력신문 독자들과 원자력산업계 관계자들을 위해 신년덕담을 해달라.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에 관련된 종사자가 2만6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원전비리로 원자력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욕을 얻어먹고 있다. 일부 잘못된 부도덕한 사람 때문에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많은 원자력계 사람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 이제 원자력 산업의 종사자들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더욱 청렴하게, 투명하게, 자신감 있게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 주면 좋겠다. 남을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나 2014년도에는 국민 모두가 원자력에 대한 바른 기초이론 공부와 원전 안전의 파수꾼이 되어 건전한 비판자가 다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끝으로 한국원자력신문은 원자력 전문 언론으로써 원자력산업 종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들의 안전한 원자력에너지 이용을 위해 정론직필의 시명을 잘 감당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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