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최영명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원장
INSA 통해 전문가 양성ㆍ핵안보 문화 확립 마련
원전 도입국에 핵비확산 체제 구축 지원도 가능

“원자력이라는 수레를 떠올려봤을 때, ‘안전한 원자력의 이용’이 한 바퀴라면 ‘평화적인 원자력의 이용’, 즉 ‘핵비확산과 핵안보’가 바로 나머지 한 바퀴에 해당할 것이다. 이제 수레가 잘 구르기 위해 두 바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노력은 우리 국가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쪽에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단순히 신흥 원전 발전국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 원자력발전소를 공급하고 23개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리더 국가이다. 이러한 국제 사회의 시각에 걸 맞는 책임있는 리더로서의 자세 변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영명(사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은 본지와의 대담을 통해 “우리는 강화되는 국제 핵비확산 체제를 충실히 이행했고, 국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그렇지만 대외적 신뢰도의 구축에 주력하는 동안 내부적으로는 아직 핵비확산 및 핵안보에 대한 인식 확산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최 원장은 “아태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도입을 계획하거나 착수하고 있다”며 “핵비확산 및 핵안보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원자력을 도입하는 국가들에게 안전 뿐 아니라 핵비확산 및 핵안보 체제 수립이 필요함을 설명하고,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0년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국제핵안보훈련센터를 2014년부터 국제 사회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했고, 통제기술원은 2012년부터 건설에 착수해 지난달 준공을 완료하고, 대내외에 개방했다”며 “이 훈련센터를 통해 훈련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 및 연구 개발의 거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원장은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개념 확산(outreach, culture)에 쏟아야 한다”며 “국제적인 신뢰를 받을 만한 나라, 이를 통한 우리의 핵주기 권한의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한 기관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제 우리 모두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2012년 3월 7일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가 첫 삽을 든 이후 2년여 만에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가 개소식을 가졌다. INSA의 필요성과 준공의미, 앞으로 어떤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인가.
“INSA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먼저 핵안보(Nuclear Scurity)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핵안보는 간단히 말하면 테러로부터 핵물질과 핵시설을 보호하는 일련의 조치이다. 그리고 냉전 시대의 핵전쟁 위협이 줄어든 오늘날 핵안보는 인류의 번영과 평화에 직결되는 최대의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이때까지 재래식 무기나 폭탄으로 이루어졌던 테러 대신 핵무기나 핵물질을 이용한 테러가 도심한복판에 발생할 경우 그 파급력과 피해는 이루 말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최근 핵안보 문제가 어느 한 국가만이 아닌 국제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문제임에 공감하고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 왔다. 워싱턴과 서울에서 각각 개최된 1차,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대표적인 핵안보 강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INSA의 개소가 국제적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핵안보 강화 방안 중 기반이 되는 시설을 우리나라에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핵안보는 비교적 최근에 국제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분야로 무엇보다 전문가 양성 및 핵안보 문화 확립이 필수적인데 INSA는 바로 이를 위한 전문시설이다.

또한 원전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아 핵안보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동아시아 지역에 우리나라가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 핵안보 역량 강화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앞으로 INSA는 원전 개도국을 비롯 세계각국에서 온 핵비확산 및 핵안보 관계자들을 교육하는 중점기관으로 그 역할을 다 해 나갈 것이다. 또한 INSA에 갖춰진 핵안보 연구?실험시설을 통해 우리나라 핵안보 기술 역량 또한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사회도 이런 INSA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미국의 존 캐리 국무부장관이 준공식날 별도의 축전을 보내 INSA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20~21일 ‘핵비확산 및 핵안보 이슈의 방향 및 방안’이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개최했다. 특히 오는 24일부터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정부기관, 학계, 비정부기구(NGO) 등의 핵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는데, 이번 심포지엄의 의의를 평가한다면.
“이번 심포지움에는 핵안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나타내듯 세계 각국의 핵안보 관련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다. 데니스 플로리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Mr. 바트 달 D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네델란드 대표단 자문관, 로버트 플로이드 호주 핵비확산 청장 등 주요 국가들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했으며 국내에서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은철 위원장을 비롯 신동익 다자외교 조정관 등 정부 관계자 및 핵비확산?핵안보 전문가 등 200여명이 모여 국제 핵안보 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오는 24일부터 개최되는 제3차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핵안보 위협과 대응방안 그리고 INSA 개소에 즈음한 우리나라 및 국제사회의 비전 및 정책방향 등을 심도 있게 다루는데 큰 의의를 가졌다고 평가 할 수 있다. 또한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개최로 확보된 우리나라의 핵비확산 및 핵안보 분야 국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유지 및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실 9ㆍ11테러 이후 핵물질 불법거래 데이터베이스(ITDB) 및 정보처리시스템 개발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ITDB 및 Real-Time ITDB의 필요 배경을 설명한다면.. 또 ITDB 관련 국제적인 흐름과 국내 현황은.
“ITDB는 방사능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 및 방사성물질의 도난, 분실, 탈취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서 분실 물질의 신속한 회수 및 2차사고 예방 등의 목적으로 IAEA가 1993년에 출범시킨 DB로 현재 110여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항만 및 공항으로 수많은 화물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물질 및 방사성물질의 분실, 도난 등의 사고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사안이다. 특히 분실물질이 발생 시 이를 24시간내에 신고하여 정보를 공유하는 일은 방사능테러 예방을 위한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다. 분실, 도난된 핵물질 및 방사성물질의 신속한 회수와 2차사고 예방과도 직결되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현재 많은 국가들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신속한 대응체제 구축에 일환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하바드 벨퍼센터 소장은 한국에서의 핵안보 중요성에 대해 “북한과 인접한 한반도는 핵테러 위협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라고 했다. 국제 사회에 우리나라의 핵활동과 관련한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며 또한 국제사회에 공헌할 점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는 핵투명성을 위해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핵비확산조약(NPT)나 IAEA 전면안전조치 등 모든 국제 핵비확산체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핵안보 분야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비롯해 최근에는 아시아권 최초로 국제물리적방호자문서비스(IPPAS)를 수검하는 등 적극 앞장서고 있다. 이제 남은일은 우리나라의 원자력 선진국으로서의 경험과 기술력을 원자력 개도국들에게 공유해 국제 핵비확산 및 핵안보 체제 강화에 공헌하는 일이다.

핵비확산과 핵안보 체제 강화는 단순히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원자력 개도국의 경우 경험과 데이터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국가들에게 짧은 기간 안에 원자력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핵안보문화 구축과 핵비확산 및 핵안보 인력양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도국들과 협력해 원자력 선진국으로서 인류 공동 번영을 위한 책임있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국내 분위기는 여전히 핵안보에 대해 미온적이다. 그럼 점에서 앞으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의 역할과 책임이 더 켜졌다. 특히 국민은 핵안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2012년에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국민적 관심은 크게 높아졌다. 다만 핵안보가 일반 국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아직 핵안보를 어려워하거나 나와는 관계 없는 것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다. 앞으로 핵안보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을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국민들게 이해를 구할 수 있도록 담당기관으로서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

-최 원장은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책부장, 원자력통제기술센터장을 거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의 전신인 국가원자력관리통제소장을 비롯 IAEA 사무총장 자문위원(안전조치분야)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 핵비확산분야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 동안 수행했던 업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특히 SAGSI Working Group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SAGSI는 IAEA 사무총장에게 안전조치 현안을 자문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설기구이다. 2005년 4월경에 열린 61차 회의에 참석했을 때였는데 그때가 한창 원자력연구소(現 원자력연구원)의 핵물질 실험사건이 문제가 되던 예민한 시기였다. 회의 초안에 “비정부기구(NGO)의 핵확산 활동에 국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문장 자체만으로 본다면 초안을 작성한 전문가가 말한 것처럼 일반 국가와 NGO를 지칭해 문제가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이는 우리나라를 겨냥한 문구임이 명확한지라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불합리함을 지적하고, 동의를 얻어 이를 초안에서 삭제한 기억이 있다.

과학적 호기심에 의한 실험이었다는 우리나라의 해명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아가던 당시 상황에서 핵비확산과 정면 배치되는 핵확산활동(Proliferant activities)이란 표현이 SAGSI와 같은 권위있는 전문가 집단에서 명시된다면 이는 우리나라의 입지를 또다시 곤란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은 일은 국익을 고려한 최선의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INSA 개소와 국제심포지엄 성공적 개최 외에 올해 원자력통제기술원은 어떤 사업들을 계획하고 있는가.
“먼저 3차 핵안보 정상회의와 관련하여 이를 위한 기술적 지원을 비롯한 다양관 지원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제적으로 강화된 우리나라의 핵안보 위상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다. 또한 조만간 공식적 활동을 시작할 정책연구센터가 내실 있게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정책연구센터는 지금까지 이행 기반 내실 확보에 충실해 온 기관의 성과를 확대해 나갈 기반이 될 것이다. 외부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투명성을 국제사회에 확산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기반이 되도록 할 것이다. 

오는 7월에는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T)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GICNT는 핵물질 불법거래 방지 및 핵테러 대응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 세계 85개 회원국과 4개의 옵저버(observer)국이 참여하는 국제 협의체이다. 우리나라가 GICNT IAG(이행평가그룹) 의장국을 맡고 있는데 이러한 국제회의를 국내에서 개최함으로써 국제 핵안보 체제를 선도해 나갈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도록 하겠다. 또한 INSA의 개소와 함께 이미 구축된 국제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잘 이행되고 국내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개발을 하여 INSA가 장기적으로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적극적 관심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효율적 기관 업무 수행을 위해 작년에 시범 도입한 성과 중심의 평가체제인 MBO를 올해에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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