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후쿠시마 사고 교훈과 한국적 특수상황 반영 못한 결과

지난달 30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발전용 원자로 시설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발전용 원자로 시설의 방사선비상계획구역은 8~10km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를 예방적보호조치구역과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나누어 각각 반경 3~5km와 20~30km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본회의 통과절차가 남아 있지만, 원전사고와 방사능 안전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구역을 기존보다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정이다. 하지만 중대사고 시 우선 소개(피난)를 시키는 예방적보호조치구역이 3~5km로 너무 좁고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은 20km로 축소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실제 경험과 교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예방적보호조치구역을 3~5km로 한 것은 원전이 밀집해있고, 그 주변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부족한 조치일 수밖에 없다. 월성과 고리원전의 경우 반경 30km에 부산, 울산, 경주 등 4백 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고,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총리명령에 의해 주민을 우선 소개한 지역의 반경이 10km였다는 점을 본다면, 예방적으로 주민들을 피난시키는 구역은 최소한 10km로 잡아야 한다.

방사선량에 따라 피난 등의 조치를 취하는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의 범위를 20~30km로 넓게 설정한 것은 관할 시도지사와 구역설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작은 범위로 설정될 우려가 크다. 고리원전이 있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가 고리원전으로부터 20km지점에 있어서 부산광역시의 도심을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서 제외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할 만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이후 주민들이 소개된 지역은 반경 30km에 이르며 28년이 지난 지금도 통제구역이다. 직접적인 원전사고 피해반경인 30km로 최소한의 범위가 설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실제 시행과정에서 우려되는 점도 아직 많다.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지역방재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 법안에는 방재훈련 개선에 대해 언급이 없다. 법안 37조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방사능방재훈련을 5년에 한 번 하도록 되어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재훈련은 4년에 한 번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도 전 주민 대상이 아니라 자율참가라서 실제로는 학생들 위주로 형식적인 참여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인 홍보나 교육도 부족한 상황이다.

실효성 있는 방재계획을 위해서는 방호물품이나 약품, 구호소 등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예산과 인력 부족의 핑계로 더 이상 책임을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해당 지자체가 이를 다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정부나 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가 책임지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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