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김창범 ISO 원자력 및 방사선기술위원회(TC85) WG22 컨비너
아시아ㆍ아프리카人 최초 컨비너 선임…3년 임기 프로젝트 총괄
국내 방사선기술 국제사회서 인정, WG22 내 주도적 역할 기대

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1946년 국제협력과 산업표준의 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기구로 창설돼 스위스 제네바(Geneva)에 본부를 두고, 162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표준기관들의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돼 있다. 각 회원국에서 한 개의 기관만이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63년부터 회원국으로 가입하고 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술표준원이 대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ISO 원자력 및 방사선기술위원회(TC85) 총회에서 김창범(사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가 3년 임기의 Working Group22(의료용 방사선량 측정 및 프로토콜) 컨비너(convenor?의장)로 선임됐다. 컨비너(convenor)는 국제표준안을 작성하는 Working Group(WG, 작업 그룹)의 운영과 회의를 주재하고, WG에 할당된 프로젝트를 총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그룹 의장을 지칭한다.
김창범 박사는 “원자력 및 방사선 관련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ISO TC85의 컨비너가 된 것은 한국의 원자력 및 방사선 관련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쾌거라 할 수 있다”며 “특히 WG22는 진료 엑스선, CT, PET-CT를 포함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암 치료 등과 관련된 체내 및 체외 방사선량 측정 방법, 절차, 품질관리,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의 표준을 제정 및 관리하는데 앞으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김 박사가 선임이 되기까지 대한전기협회 KEPIC처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또 국내 기술력에 의한 표준 제정을 논의하는 ‘방사선분야 국제표준추진실무협의회(T/F)’ 등이 이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방사선분야 국제표준추진실무협의회(T/F)는 2006년 국제회의에 많은 전문가들이 참석을 하면서 ‘국내기술의 국제표준 선점’이라는 취지로 출범하게 됐다. 현재 실무협의회는 방사선분야(ISO TC85 SC2) 와 핵연료분야(ISO TC85 SC5)에서 15명의 전문가 위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실무협의회를 통해 국제표준 신규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제안사항을 준비해 국제표준기구(ISO)에 참여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 16일 대구 경북대의과대학에서 열린 ‘방사선분야 국제표준추진실무협의회(T/F)’에서 김창범 박사를 만나 실무협의회 활동과 더불어 현재 ISO TC85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안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기술 현황과 앞으로 계획을 지면에 담았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표준화를 목표로 1956년 ISO에 설치된 TC85 원자력에너지 기술전문위원회, 사실 너무도 생소하다. TC85의 구성과 운영활동에 대해 설명해 달라.
“ISO는 국제전기표준회(IEC)가 담당하는 전기·전자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기술적·비(非)기술적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약 200여개의 기술위원회(TC, Technical Committee)에서 분야별로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TC85 ‘Nuclear Energy, Nuclear Technologies and Radiological Protection’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표준화를 목표로 1956년 발족된 기술위원회로 원자력, 핵연료주기, 방사선방호 관련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표준제정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산하에 방사선방호(Radiological Protection, SC2), 핵연료 주기 기술(Nuclear Fuel Cycle, SC5) 및 원자로기술(Reactor Technology, SC6) 등 3개 전문분야 분과위원회(SC, Sub Committee)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ISO/TC85에서는 40여건의 국제표준을, SC2는 70여건, SC5는 50여건 그리고 SC6는 5건 정도의 국제표준을 각각 제정했다. 특히 ISO TC85 SC2 내에는 ▲WG2(독일)기준 방사능 ▲WG11(미국)밀봉 선원 ▲WG13(프랑스)내부 피폭에 대한 감시와 선량측정 ▲WG14(미국)공기 제어 및 감시 ▲WG17(프랑스)방사능 측정 ▲WG18(프랑스)생물학적 방사선량 측정 법 ▲WG19(프랑스)외부 방사선에 대한 개인 감시 ▲WG20(미정)방사성 물질의 불법 거래 ▲WG21(프랑스)민간 항공기의 우주 방사선 노출에 대한 방사선량 측정 ▲WG22(한국)의료용 방사선량 측정 및 프로토콜 ▲WG23(프랑스)방사선 방호를 위한 차폐 및 격납 시스템 ▲WG24(프랑스)원자력시설의 원격조정 장치 등 12개의 WG(Working Group)이 운영되고 있다. 그 중 WG22에서는 진료 엑스선, CT, PET-CT를 포함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암 치료 등과 관련된 환자 및 의료진에 대한 방사선피폭선량 측정 방법, 절차, 품질관리, 방사성폐기물 관리 등의 표준을 제정 및 관리하고 있다. 2004년 창설된 비교적 신생 WG이지만 TC85내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월초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ISO TC85 총회에서 Working Group22(의료용 방사선량 측정 및 프로토콜) 컨비너(의장)으로 선임됐는데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로 선임된 사례로 알고 있다.
“그렇다 ISO TC85에서 국내는 물론 아시아 및 아프리카인으로는 처음으로 컨비너에 선임되어 무한한 영광과 책임감을 느낀다. 형식적으로 2014년 6월 5일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ISO/TC85 총회에서 확정됐지만 실제로는 지난 4월 ISO/TC85 회장국인 프랑스에서 본인을 컨비너로 추천했고, 이후 회원국 투표를 거쳐 5월 20일 확정 통보를 받았다. 투표가 시작되면서 프랑스에서는 컨비너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6월 회의를 준비하고 운영해 달라는 등의 부탁도 있었다. 투표결과를 보니 투표권을 가진 26개국 중에서 23개국이 투표를 해 반대국가 없이 17개국이 찬성해줬는데 그 동안 ISO/TC85 총회에 참석하면서 좀 친하게 지낸 국가에서는 대부분 찬성했다. 역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인간관계만큼 중요한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비너 선임은 곧 국내 원자력 및 방사선 기술력을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것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현재 ISO/TC85/SC2/WG22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표준 제정은 모두 3건인데, 그중 2건을 한국에서 제안했다. 2015년 표준과학연구원 전국진 박사가 감마나이프 성능평가 표준을 제안하는 것으로 확정됐고, 또 환자가족에 대한 방사선피폭선량 측정에 관한 국제표준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물론 2건 정도의 표준이 각각 독일과 스위스에서 제안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한국이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이미 원자력이나 방사선의 선진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감과 더불어 앞으로 각오를 밝힌다면
“사실 프랑스의 제안에 겁도 좀 났다. 영어실력도 그렇고, 프랑스나 독일 등에 유능한 의료방사선 전문가도 많은데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앞으로 3년 동안 WG22의 컨비너로서 의료방사선 관련 국제표준 안건을 선정하고 무난하게 회의를 주관하며 중지를 모아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는 한편 그 결과를 총회에서 보고하는 역할에 충실하여 국가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겠다. 그와 함께 우리나라가 제안한 표준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또 컨비너가 될 수 있도록 국내에서 도와준 주변의 여러 전문가들, 특히 전기협회 주관으로 구성된 ‘방사선분야 국제표준추진 실무협의회(T/F)’에서 국제표준의 기획에서부터 추진, 문서화 등의 힘든 업무에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고 있는 정준기 서울대의대 교수, 안병철 경북대의대 교수, 전국진 표준과학연구원 박사, 정해조 원자력의학원 박사, 이화영 경북대학교 박사, 정규환 원자력안전기술원 박사를 비롯해 서울대병원 및 원자력의학원의 방사선안전관리자 안희용 및 김기섭 팀장과 대한전기협회 김안섭, 손명성 팀장, 최근석 과장 등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유기적인 Team work을 유지할 생각이다.”

-현재 TC85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안해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기술 현황과 계획을 언급한다면. 또 국제표준으로 제안할 기술 발굴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궁금하다.

“TC85 SC5(핵연료주기 분야)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안해 첫 번째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사례로 한전원자력연료(주)가 제안했던 ‘핵연료 가돌리니아 함량 측정법(ISO 16424)’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방사선분야(SC2)에서 2건의 국제표준을 제안해 추진하고 있다. 즉, 방사성물질을 섭취한 갑상선암 환자로부터 방출되는 방사선량 측정과 의료용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을 위한 방사능 측정 등으로 첫 번째는 현재 DIS문서(ISO/DIS18310-1)를 제출한 상태이며, 두 번째는 CD(ISO/CD19461)문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5년에는 갑상선암 환자로 인하여 그 간병인이 피폭되는 방사선량 측정에 관한 표준(ISO/NWIP18310-2)과 감마 나이프 성능평가에 대한 표준을 각각 NWIP로 출항시킬 예정이다. 이외에도 세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국제표준으로 제안하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대한전기협회가 구성한 ‘방사선분야 국제표준추진 실무협의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간 국내 방사선 관련 기술기준 작성에 간여했던 경험은 물론 국제표준 관련 연구 과제를 8년 이상 수행하면서 ISO 및 IEC 표준을 숙독하고, 인지한 국제표준의 실체 확인도 국제표준 제안 발굴의 밑받침이 되고 있다. 국제표준의 작성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방사선분야 전문가가 있으며 누구나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럴 기회가 아직 없었을 뿐이다. 이에 정부는 관련 전문가들이 대한전기협회와 같은 전문 협단체 및 학회 등을 통해 국제표준의 이해 증진 노력을 경주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제표준(ISO)에 채택이 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물론 국제표준은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협정이나 민간기업 등에서 국제표준을 의무규범으로 채택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소를 포함한 대부분 산업체에서 제품 구입을 위한 입찰 공고에 해당제품 제작에 적용하여야 하는 특정 기술기준(code and standard)을 지정하는 경우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여기에 국제표준이 폭 넓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을 수입한 UAE의 경우에는 미국의 IEEE기준에 대신해 IEC 국제기준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ISO9000 및 ISO14000 등의 인증은 누가 강제하고 있지 않음에도 이제는 보편화된 필수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의료방사선 국제표준의 도입 역시 의료기관의 안전성이나 선진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활용될 시점이 멀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원자력산업은 발전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방사선 분야는 소외됐는데 그 비중(%)이 82(발전)대 18(방사선)이고, 18% 중에서 의료부분이 92.7%를 차지하고 있어 실제로 방사선에 대한 산업 규모가 크지 않다. 산업 규모가 선진화될수록 방사선 분야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데 일본은 46%(2005년 통계), 미국은 75%(1997년 통계)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방사선 분야의 산업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원자력산업이 당초 민간자본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서 이를 발전(發電)과 비발전(非發電)으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간 넉넉하지 않은 국가예산으로 집중과 선택을 통해 급속하게 성장한 발전분야는 이제 원전의 수출과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분명 현명한 선택이며 성공적인 투자라고 자찬해도 좋을성싶다. 이제 그 집중과 선택의 방향을 비발전 분야로 옮길 차례가 됐다. 다른 분야와 다를 것이 없다. 늘 그러했듯이 한국의 방사선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투자는 시설 투자와 인력투자를 망라한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벌써 감을 잡은 듯하다. 부산 기장군에 설치하는 동위원소 생산 전용 원자로를 비롯해 경주에 설치 예정인 양성자가속기, 과학비지니스 벨트의 중이온가속기 등 최근 들어 굵직한 방사선사업계획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단히 바람직하며 향후 한국의 방사선 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투자 방향은 언제나 향후 먹거리 산업 창출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또 대학교 전문학과의 존폐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 분명한 사실은 국제적으로 방사선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 후학들에게 감히 첨단 방사선 산업에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 30년 후에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이었음을 깨달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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