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원자력, 꺼지지 않는 불(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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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원자력, 꺼지지 않는 불(火)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4.11.24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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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프로메테우스는 하늘에서 불을 훔쳐다 인간에게 주었다. 우리는 이 불로 어둠을 걷어내고 추위를 몰아냈다. 20세기 들어 인간은 흙에서 또 하나의 불을 발견한다. 원자력이다. 원자력은 우리에게 값싼 전기를 문명이 지탱하는 한 제공할 수 있다. 안전하게만 쓴다면.

원전이 핵을 분열시켜 전기를 만드는 반면에 반핵은 국론을 분열시켜 혼란을 부추긴다. 빨랫줄처럼 나란한 논박으로 혈세와 국력을 소모할 게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줄 전설과 유산을 만들어야 할 때다. 천년, 만년 버팀목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다.

나의 하루를 시작하는 힘은 송전탑을 타고 온 220 볼트 전기다. 새벽을 깨우는 것도 1.5 볼트 전기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전기 없이는 들을 수 없다. 전기로 밥을 짓고, 전기로 국을 데워 배를 채운다. 컴퓨터가 꺼지면 즐겨찾기가 사라져버린 하릴없는 나를 본다.

미 북동부에서 사상최악의 정전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다. 뉴욕은 지하철이 멈춰 수천 명이 암흑 속에 갇히고, 휴대전화마저 먹통이 되면서 도시 기능은 완전 마비되었다. 이 정전사태로 모두 5천만 명 넘는 시민이 공포 속에서 '암흑의 대낮'을 보냈다고 한다.

불과 몇 시간 전기가 끊기자 문명은 이렇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독재적 전기가 지배하는 사회의 불안을 잊고 살아간다. 속된 말로 불감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 불감증을 감지할 수 있는 더듬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 더 걱정스럽다.

대형 발전소에 의한 중앙집중식 전기공급은 우리 스스로를 전기의 포로가 되게 하는 멍에인지도 모른다. 마치 전기가 끊기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듯 사회가 하나의 전기로 통제되기 때문이다. 자, 그럼 대한민국의 갈 길은...

집중식 공급망을 분산형으로 보완하고, 원자력 외에도 신재생으로 생산할 채비도 서둘러야겠다. 물론 햇볕과 바람은 좁은 땅에 옹기종기 살아가는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적어도 틈새를 메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어차피 해가 없는 방정식을 풀어야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전 사고가 나면 이민을 간다느니, 원전을 모두 세우고 햇볕과 바람으로만 살자느니 하는 무사안일은 우리에게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진정으로 애국한다면 답은 그래도 원자력에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천왕성에서 우라늄을, 명왕성에서 플루토늄을 따왔다. 핵융합이 천상의 빛이듯 핵분열은 지상의 불이다. 이산화탄소를 전혀 내지 않는 핵반응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 녹색성장을 추구한다면 원자력이 답이다.

20억 년 전 아프리카에 30만 년간 움직였던 천연 원자로는 인류 탄생 훨씬 이전에 지구가 보여준 친환경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연을 이해하는 건 방사성폐기물을 땅 속 깊이 수만 년 보관하라는 현재의 원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원자력, 대한민국의 꺼지지 않을 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