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칼럼]네모꼴 전주와 까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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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칼럼]네모꼴 전주와 까치집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5.01.0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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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건 원자력문화진흥원 원장

나는 이번에도 딸들에게 이끌려 태국 북부 휴양지의 친족댁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비가 안 오는 온화한 날씨에 인건비와 물가가 우리의 3분의 1밖에 안 되며 음식 맛이 좋고 사람들이 친절해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곳의 전주 모양이다. 원통형의 우리 것과는 달리 여기 전주는 모두 네모꼴이고 특히 지면에서 사람 키 높이까지는 굵은 H형을 이루고 있어 콘크리트 물자의 절약 노하우를 짐작케 한다.

전주 모양에 대해 나는 현지 사업가인 영국인에게서 다음 얘기를 들었다. 생산공정이 간편하다 하여 여기서도 처음엔 원통형의 콘크리트 전주를 썼으나 뱀 때문에 단전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나자 지금 같은 네모꼴과 H형 전주로 바꾸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좌우는 잘 살피나 아래쪽으로 급 낙하하는 사태에는 적응할 수 없어 심해취수의 경우 발전소에서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이다. 즉 뱀은 왼쪽과 오른쪽으로는 급격히 몸을 틀 수 있으나 아래위로의 90도 각도로 기어갈 수 없으므로 네모꼴에서는 꼼짝 못하는 천성을 이용한 것이다. 거기에 상하로 180도를 구부려야하는 H형 전주에서는 결단코 전진할 수 없어 뱀에 의한 합선 사고가 생기지 않게 되었고 이것이 이제는 동남아 지역에서 표준 전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한다.

정원을 거닐던 나는 담벼락 옆에 설치된 분전반을 열어 보았다. 예측한 대로 여러 가닥의 전선이 나와 있었고 아래쪽에 노랗고 파란 로프가 있었다. 전선설치작업용 노끈이라 생각하며 뚜껑을 닫으려는데 그 로프가 움직였다. 뱀이었다. 옛날 같으면 그 놈을 때려 죽였겠지만 이제는 뱀도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는 구성 요소라는 생각이 들어 그대로 두었고 다음날엔 그 뱀의 안전과 안녕을 염려해 분전반을 열어보지 않았다.

내가 IAEA 전문가로 아프리카에 갔을 때 배운 것 중 하나는 아무리 사나운 맹독성 독사라도 먼저 공격 받지 않는 한 상대방을 선제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뱀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교훈이었다.

한국전력에선 전주에서의 합선사고 예방책으로 해마다 수만 개의 까치둥지 제거 작업에 많은 인력과 경비를 쓰고 있다. 까치도 보금자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각종 까치둥지들을 면면히 실사하여 종합 취합, 거기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 까치들이 둥지 틀기에 가장 알맞은 여건을 전주에 마련해 줌으로써 배전선 유지비도 줄이고 까치와의 공생도 도모하는 환경 친화적인 전기공급자가 되기를 건의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