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기고]스마트 원자로, 원자력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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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고]스마트 원자로, 원자력 블루오션을 개척하다
  • 한국원자력신문
  • 승인 2015.03.2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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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

지난 2005년, 무경쟁시장을 뜻하는 '블루오션(Blue Ocean)'이라는 개념이 등장해 새로운 시장창출의 성공 가능성과 발상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모보르뉴가 주창한 ‘블루오션 전략’은 시장 수요가 경쟁이 아닌 창조에서 얻어지며, 여기에는 높은 수익과 빠른 성장을 보장하는 엄청난 기회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정의 부담을 갖더라도 새로운 영역을 상상하고 실현시켜 나가는 것이 미래 먹거리까지 내다봐야하는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책무이기도 하다.

이 같은 노력의 중요성은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의 이름으로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과학기술을 통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 나갈 수 있는 토양이 더욱 적극적으로 다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성과가 블루오션을 개척해 창조경제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어 주목된다.

소위 ‘블루오션 붐’ 보다 10년은 앞서 개발에 돌입, 개발 20년 만에 세계 시장에 첫 주자로 우뚝 서게 되어 더욱 의미가 깊은 연구개발 성과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이 독자 개발한 중소형 일체형원자로인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다.

대통령 중동 순방 기간 중이던 지난 3월 3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CARE, King Abdullah City for Atomic and Renewable Energy)은 양국정상이 입회한 가운데 ‘SMART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에는 시범원자로에 대한 건설 전 상세설계와 사우디 내 2기 이상 건설, 제3국 공동수출 추진 등의 내용까지 담겨 있어 언론에서는 사실상 상용화 성공이자 해외 수출로 분석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기쁜 성과를 알렸다.

전문가들도 파트너십 1단계에 대한 협력이 이미 공동연구 수행 등을 통해 진행 중이며, 우리측과 사우디측의 상호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상세설계 계약 및 수출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실제로 SMART 원자로를 개발한 한국원자력연구원과 K.A.CARE는 2014년 2월부터 1년 간 SMART 원자로의 사우디 도입에 대한 타당성 조사 연구를 공동 수행하기도 했다.

사우디 측은 한국의 중소형 원자로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술 협력을 통한 투자자로서 SMART 상용화에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우디가 SMART 원자로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에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중소형 원자로를 자체 평가한 후 얻은 기술적 결론으로 보인다.

SMART가 한국 내에 실증로를 건설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SMART의 우수성과 자국 원전사업의 기반마련 등을 고려해 우리나라와 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번 MOU 체결은 우리가 독자개발한 원자로의 해외수출 뿐 아니라 신규 투자자 확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공동 창출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다.

MOU 체결 후 사우디 대표 언론 알 리야드(Al riyadh)는 논평을 통해 “사우디는 단순한 시장이 아닌 투자자로서 공동시장 창출을 지향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국과 기술협력을 통해 새로운 수익창출뿐만 아니라 국제적 위상도 강화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사업계획을 시작해 1997년 본격 개발에 돌입한 SMART 원자로가 일찍이 내다본 블루오션은 중소형 원전 시장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미국의 Navigant Research사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형 원전의 예상 수요는 2030년까지 18.2GWe로 예상된다. 이는 향후 15년 간 100MWe 중소형 원자로를 매년 10여 기 이상씩 건설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시장 확장성이 크다.

중소형 원전의 잠재고객은 원자력발전을 원하지만 경제·지리적 이유로 대형 원전을 도입할 수 없는 국가들이다.

1기당 건설비가 4조원이 넘는 대형 원전 건설에 재정적 부담을 느끼는 개발도상국, 넓은 국토에 인구가 분산되어 있는 인구 분산형 국가, 소규모 전략망을 갖춘 국가 등은 하나의 대형 원전 보다 다수의 중소형 원전을 분산 구축해 이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기존의 소형 발전소 노후화에 따른 대체수요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 발전소 (약 12만 7천기)의 96.5%는 300MWe 이하 규모의 소형 발전소이며, 그 중 30년 이상 운전한 화력 발전소는 1만 8000여기에 달한다.

특히 석유, 석탄, 가스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시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힌다.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중소형 원전이 대체 발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SMART 원자로는 정부가 장기간 국가예산을 투입해 개발한 연구개발 성과가 상용화와 동시에 해외수출까지 일궈낸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7년 소규모 전력생산 및 해수담수화 시장을 겨냥해 해외수출 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SMART 기술개발은 현재까지 약 3447억원, 연인원 약 1700(M/Y)이 투입된 대형 국가 R&D 프로젝트다.

통상적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성과가 창출되면 기술이전이나 연구원 창업 등으로 상용화 과정을 거쳐 해외수출에 이르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SMART의 경우에는 해외수출이 곧 상용화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며, 그만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그 부가가치는 국내 원자력산업계와 국가 R&D사업에 재투자되는 연구개발 선순환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를 구현해냈다.

원자력 기술 종주국 중 하나인 미국까지도 한국을 중소형원전 분야의 선두주자로 경계하며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블루오션 시장의 개척자로 나선 SMART 원자로는 앞으로 해외 수출에 더욱 박차를 가해 세계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SMART 원자로 수출로 인한 직접적인 수익 뿐 아니라 국내 원전 소재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등 원자력 산업 인프라 확대에 꾸준히 노력한다면 SMART 원자로가 국가 경제의 견인차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비단 원자력 기술 분야 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연구개발 현장에서 훗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선도할 혁신기술이 차례차례 꽃을 피우는 날을 기대한다.

<*본 기고는 3월 24일 공감코리아(www.korea.kr) 정책기고에 게재된 내용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