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형 일체형원자로 ‘SMART’는 총 개발 기간 15년에 예산 3103억 원(정부 1488억원-민간 1615억원)이 투입됐으며, 기술 완성을 위해 국내 연구계 및 산업계의 핵심 역량이 집결됐다.
1950년대 미국, 구 소련, 영국 등에서 상용원전 가동을 시작한 이래 지난 반세기동안 원자력발전은 대용량, 고출력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막대한 건설비용과 송ㆍ배전 시설 구축 등 지리적, 경제적 여건상 대형 원전이 부적합한 국가를 중심으로 중소형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형 원전 일변도의 세계 원전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하며 나온 중소형 원전이 향후 세계 원전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돼 이 시장의 선점은 곧 막대한 경제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월에 발간된 미국 Navigant Research Report에 따르면 중소형 원자로의 예상수요는 2030년까지 18.2GWe로 예상되며, 이는 향후 15년간 100MWe 중소형 원자로를 매년 10여 기 이상씩 건설하는 수준이다.

중소형 원전의 주요한 잠재고객은 원자력발전을 희망하지만 경제적, 지리적 이유로 대형 원전을 도입할 수 없는 나라들이다. 경제규모가 작아 1기당 건설비가 3조원이 넘는 대형 원전건설에 부담을 느끼는 개발도상국가, 넓은 국토에 인구밀도가 낮은 인구 분산지형 국가, 소규모 전력망을 갖춘 국가 등은 1기의 대형 원전보다 다수의 중소형 원전을 분산해 구축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낀다.

기존의 소형 발전소 노후화에 따른 대체수요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 발전소(약 12만7000기)의 96.5%는 300MWe 이하 규모의 소형 발전소이며, 그중 30년 이상 운전한 화력 발전소는 1만8000여기에 달한다.

특히 석유, 석탄, 가스 등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시켜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손꼽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중소형 원전이 대체 발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중소형 모듈원전
원자력발전소는 건설에서 가동까지 보통 6년이 소요된다. 중소형모듈 원전(SMR·Small Modular Nuclear Reactor)은 보통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원자로의 약 3분의 1 크기로, 발전 규모가 100~300MW이다.

또 사고 시 별도의 비상 냉각장치(외부에서 들어오는 냉각수)나 비상 전원이 따로 작동하지 않아도 원자로 외벽을 통해 방사성 붕괴열을 자연적으로 외부로 방출되도록 설계돼 온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안전한 원자로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소형모듈 원전은 복잡한 각종 설비를 원자로 용기 안에 넣어 공장에서 조립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

대형 원전은 부지와 주변 환경에 따라서 같은 방식의 원자로라도 설계와 구성 그리고 건설이 달라지지만 중소형모듈 원전은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모듈이기 때문에 한번 인허가를 받으면 필요한 출력 에너지만큼 여러 개를 만들어 연결하면 보다 높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원전 건설 기간도 2년 정도 크게 줄어들게 되고 네 개 정도만 연결해도 국내의 화력발전소 하나의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

중소형모듈 원전은 기존 원전의 크기에 비해 획기적으로 소규모 할 수 있으므로 뜻하지 않게 사고가 발생해도 외부에서 공급하는 냉각수가 없어도 자연 상태 하의 공기만으로도 방사성 붕괴열을 낮추어 온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이에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도 건설할 수 있으며 안정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뛰어나다.

현재 13개국에서 약 56종류의 중소형모듈 원전이 개발 중이며, 미국의 에너지기술 기업인TVA(Tennessee Valley Authority)사가 4기의 소형모듈 원자로 개발에 필요한 승인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토종’ SMART, 세계 최초 상용화 길 열어
지난달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와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신재생에너지원(K.A. CARE, King Abdulla City for Atomic and Renewable Energy)이 ‘한-사우디 SMART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중소형 원자로 시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UAE 대형 상용원전, 요르단 연구용원자로 수출로 국제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우리나라가 중소형원자로의 수출길을 열기 위해 사우디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SMART 상용화 및 시범원자로 건설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소형모듈원전과 대형 원전의 중간 단계이며 러시아 핵잠수함 기술인 ‘65MW급 스마트 원자로(KLT-40S)’를 러시아의 OKBM사로부터 기술이전 받아 개발 중에 있지만 크기면에서 실제 건설할 여건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정세가 불안한 한반도에서 ‘핵잠수함 개발’이라는 미국의 의심을 사면서 결국 개발은 무산됐다는 것이 원자력계의 정설(定說)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1997년 중소형 원자로 시장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SMART(System-integrated Modular Advanced ReacTor) 연구개발을 시작한 이래 지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연구비 3477억원, 연인원 약 1700(M/Y)을 투입해 기술개발을 완료했다.

드디어 2012년 7월 인허가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SMART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함으로써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표준설계인가는 원자로 설계에 대해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인허가를 주는 제도로 이를 획득하면 동일한 설계의 발전용 원자로를 반복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의 인허가 기술과 법령체계는 UAE 원전 수출 사업(2009),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수출 사업(2009) 등을 통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JRTR 안전 규제를 국내 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대행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서도 그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사우디 SMART 파트너십 및 공동 인력양성을 위한 MOU’는 SMART의 해외 수출뿐만 아니라 사우디와 같이 재정이 튼튼한 신규 투자자를 확보해 새로운 블루오션 원전시장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

지난 21일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원장 이창건)이 주최한 ‘SMART 원전 수출산업화, 의미와 과제’ 워크숍에서 최순 한국원자력연구원 소형원자로개발단장은 “이번 MOU는 일반적인 MOU와 달리 SMART 시범원자로에 대한 건설 전 상세설계와 사우디 내 2기 이상의 SMART 건설 또한 제3국 공동수출 추진 내용까지 담겨 있다”며 “양국 간 공동연구 수행 등을 통해 파트너십 1단계에 대한 협력을 이미 준비하고 있어 상세설계 계약 및 수출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사우디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등의 중소형 원자로를 자체평가한 후 SMART의 한국 내 실증로 미건설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SMART의 우수성과 자국의 원전산업 기반 마련 등을 고려해 이번 MOU를 체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단장은 “원자력연구원은 앞으로 SMART 수출 산업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 세계 시장을 선점해 나갈 계획”이라며 “SMART 수출로 직접적인 수익뿐만 아니라 국내 원전 소재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등 원자력산업 인프라 확대에 노력함으로써 SMART를 국가 경제의 견인차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 중소형 원자로 AP100
◆IAEA, 中 소형 원자로 ‘ACP100’ 안전성 검토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중국의 다목적 소형모듈 원자로(SMR)인 ACP100 설계의 안전성 검토에 돌입할 예정이다.

World Nuclear News에 따르면 지난 16일 중국원자력공사(China National Nuclear Corporation, CNNC)는 IAEA와 ACP100의 일반 원자로 안전성 검토(Generic Reactor Safety Review, GRSR)를 수행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GRSR은 아직 인허가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새로운 원자로 설계에 대해 전체적이거나 부분적인 안전성을 검토하는 절차이며, 이를 수행하기 위해 국제적 전문가팀이 참여해 새로운 설계가 IAEA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를 평가하게 된다.

이 검토는 오는 7월에 시작될 예정이며, 완료까지 약 7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CNNC는 “이 기간 동안 IAEA는 원자로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환경분석 보고서를 준비하는 한편 설계의 또 다른 측면에 대한 검토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CP100 원자로는 중국의 12차 5개년 계획의 핵심 요소다. 이 원자로의 예비 설계는 2014년에 완료됐고 2015년에 건설 준비를 시작하고 2017년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설계는 여전히 국가개발개혁위원회(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로부터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310MWt급 가압경수로인 ACP100은 피동안전계통을 채택해 약 100~150MWe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지하에 설치된다.

이 원자로를 채택한 발전소는 2기에서 8기까지 원자로를 수용할 수 있으며 설계 수명은 60년, 핵연료 장전주기는 24개월이다. 또 해수담수화를 비롯해 산업체 혹은 지역에서 필요한 열을 공급할 수도 있으며, 부양식 원자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설계로 알려져 있다.

현재 2기의 실증용 ACP100 원자로가 중국 후지앙(Fujian)성 푸티안(Putian)에 건설될 예정이며, 이외에도 CNNC의 대형 원자로인 ACP1000은 지난해 12월에 IAEA의 GRSR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바 있다. ACP1000은 IAEA의 안전성 검토를 받은 중국이 설계한 첫 번째 원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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