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th 한국원자력연차대회]포스트 후쿠시마 ‘공학적 안전 넘어, 사회적 안심’ 확보방안
12명 패널리스트 라운드테이블 토론…국민눈높이 맞는 정보전달‧소통 ‘신뢰’ 쌓는 해법

원자력은 정치성과 사회성이 매우 큰 분야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자력을 둘러싸고 발생되는 수많은 민원과 그로인한 사회적 갈등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기이한 현상들은 역시나 국민과 정부(사업주체) 사이에 신뢰(소통)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이다. 안전은 과학기술이 책임질 수 있다 믿고, 여기에 신뢰가 더해져야 사회적(국민적) 안심이 충족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안전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안전의 반대 개념인 위험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안전하고, 어디까지가 위험한 것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

위험과 안전의 경제는 명확한 것이 아니라 그 중간에 불확실한 회색지대로 연결된다. 이러한 회식지대가 개입됨으로 안전에 대한 판단에는 상당한 정도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크고, 이것이 안전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공학적 안전’은 원자력계의 주장이고, ‘사회적 안심’은 국민의 생각인데, 이둘 사이의 괴리가 있는 것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 괴리가 없어야 ‘원자력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국내외 전문가들이 지속가능한 원자력 구축을 위해 대중 수용성과 공감대 형성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원자력산업회의(회장 조석‧現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는 ‘30주년 한국원자력연차대회’를 28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하모니볼룸에서 개최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8개국의 원자력전문가 600여명이 참석하는 이번 원자력연차대회는 올해로 개최 30주년을 맞아 ‘함께한 30년, 함께할 30년-원자력 이제는 공감이다’를 대회 주제로 삼았다.

특히 연차대회 첫날인 28일 오후 라운드테이블 세션1에서는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국민 공감-원자력의 재도약을 위한 관문’을 주제에 대해 ▲미미 림바크(Mimi Limbach) 태평양원자력협의회(PNC) 회장 ▲존 바레(John Barrett) 캐나다원자력협회(CNA) 회장 ▲말콤 그림스톤(Malcolm Grimston) 영국 임페리얼대학 환경정책센터장 ▲프랑크 카린다(Frank Karinda) 독일 TUV SUD 국제PM ▲아이다 테쓰나리 일본 지속가능에너지정책연구원(ISEP) 원장 ▲김명자 그린코리아21포럼 이사장 ▲이레나 이화여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송명재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Corey McDaniel 미국원자력학회 국제위원회 위원장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등 12명이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활발한 토론을 펼쳤다.

토론에 앞서 서균렬 교수는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이해는 천차만별이어서 기후 변화, 에너지 안보, 잠재적 위험과 기술 자체에 대한 인식이 각양각색”이라며 “원자력의 재도약을 추진하려면 이견과 무엇보다도 우려에 대한 공감이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찾아나서 사실을 진솔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사려 깊은 발걸음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존 바레(John Barrett) 회장은 “원자력에너지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원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전력난이나 공기 오염 등의 문제가 더욱 대두되면 반대하는 사람들도 원자력을 해결책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고,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많은 이들의 생각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존 회장은 “이를 위해 우리는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때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닌 그들이 듣고 알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중들에게 우리가 그들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을 먼저 알리고 이후 주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명자 이사장은 “원자력의 역사는 찬반에 대한 충돌로 시작됐다. 갈등에 대한 규모가 매번 같지는 않아도 원전 사고들 이후 반대쪽 입장이 더 커지게 됐다”며 “원자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하게 되고 이는 원자력 관련 정책과 산업계를 바꾸고 후쿠시마 사고는 아직까지도 우리의 삶의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지속적인 원자력산업을 위해 우리가 대중의 신뢰를 얻는 것은 매우 고달픈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시선에서 원자력이 끼치는 영향을 토론해야 할 것”이라며 “원자력에 관련된 소통을 위해 과거 경험을 통해 우리가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은 당사자들의 참여와 신뢰를 얻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또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배워야 할 부분에 대해 윤순진 교수는 “원자력은 현재 우리의 불안한 사회를 상징한다”며 “원자력과 관련된 문제는 단지 하나의 주장이나 설득의 문제가 아닌 안전, 윤리, 책임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80%가 넘는 국민들은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 중에 26%만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원자력을 필요악’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그리고 원자력을 대체할 에너지를 구상하지 않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해결책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찾고 이를 발전시켜야 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중적 지지 없이는 원자력 관련 프로그램들은 지속될 수 없다”고 언급한 미미 림바크(Mimi Limbach) 회장은 지난해 PNC가 실시한 환태평양지역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밝혔다.

미미 회장은 “PNC 설문 조사에서 원자로에 대한 안전이 대중들의 가장 큰 걱정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원자력으로 인한 건강 및 환경적인 문제가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는 2012년 조사 결과보다 증가된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수주한 UAE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UAE원자력공사(ENEC)는 대중들의 의견을 프로젝트에 적극 반영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중의 무한한 신뢰를 쌓게 되었고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미 회장은 “한 예로 ENEC은 후쿠시마 사고 후에 공청회, 인터뷰 등 많은 매체를 통해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했고, 이는 대중들의 원자력에 대한 지지가 더욱 올라가는 기현상을 불러왔다”며 “원자력산업계는 많은 기술적 정보들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할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명재 회장은 “스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를 전 세계 대중들에게 야기했지만 후쿠시마 사고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남기게 되는데 이는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처리에 대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경우 50년 넘는 원자력 발전 기간 동안 큰 진전이 없다. 사실상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대해 관리할 수 있는 저장소가 딱히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대중들은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매우 예민하며, 이에 대한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을 위해서는 대중들에게 우리가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방법들을 이해시키고 또한 수용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크 카린다(Frank Karinda) PM은 “성공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며 “대중들이 원자력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어떠한 임계에 다다르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방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12명의 패널리스트는 고리 1호기를 비롯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및 신규원전 건설에 따른 지역주민 수용성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민소통 부재를 주제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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