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는 문장의 끝을 의미하지만 새로운 문장을 시작하기 위한 표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원자력발전소 해체는 원자력 이용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마침표다.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은 약 300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국내 원전 23기에 대한 해체비용은 1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해외 가동원전의 영구정지는 계속운전 추이를 고려할 경우 본격적인 원전해체는 2030~2040년대에 집중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원전해체는 천문학적 비용 못지않게 건설시공보다 더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그래서 전 세계가 원전 해체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미래먹거리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해체비용을 호기당 3200억 원에서 6033억 원으로 대폭 인상하고, 원전 해체시점이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도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는 2017년까지 해체기술기반을 확보함은 물론 2022년까지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현재 우리나라에 원전건설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원전을 해체하는 기술은 ‘아직은’ 어느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원자력발전소 해체 공정별로는 ▲방사선원항 평가 ▲상세 비용 평가 ▲인허가 취득 ▲영구 정지 ▲연료의 냉각 ▲연료의 인출 ▲원전의 배수와 세정 ▲계통 분리 ▲구역 차폐와 격리 ▲안전 관리 ▲제염 ▲기기-구조물의 철거 ▲철거 폐기물의 감용과 포장 ▲부지 토양 오염 제거 ▲잔류 방사선 평가 및 복원 ▲규제 해제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원전은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기준으로 계속운전 2회 연장 이후 2020년대 후반부터 원전 정지와 해체 작업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어느 나라나 정치적인 조기 정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경제성과 안전성을 저울질해서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소한 10년씩 2차례 정도는 계속운전을 하고 원전을 영구 정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의 반대에 떠밀려 ‘고리 1호기’에 영구정지(폐로)를 결정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고리 1호기만 단독으로 해체 작업에 들어갈 경우 2023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고리 1호기가 2017년 6월에 정부로부터 더 이상 계속운전 허가를 받지 못해 영구정지하고 인근 호기인 고리 2호기가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해체 작업을 시작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가 2017년인데 2023년에나 해체 작업에 착수하는 것은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인출한 후에 최소 5년의 냉각기간을 거쳐야 취급 운반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한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것이다. 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조 건물에서 밖으로 운반하는 데 1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다수 호기 원전 부지의 경우 인접 원전의 안전 및 보안을 위해 인접 호기 영구 정지 시점에나 해체를 권고하는 IAEA의 권고를 따른다면 당초보다 한참 뒤에나 해체 작업에 착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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