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 제10회 원자력 안전해석 심포지엄…산학연 300여명 참석
업계 당면 현안 되짚어보고 최신 연구기술 성과 공유 ‘머리 맞대’

안전해석(Safety Analysis)이란 원자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에 대한 잠재적 재해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즉 정상운전, 예상운전과도상태, 사고조건과 사고 후의 상태 등 원전의 모든 상태에 대한 대처능력을 해석하는 것으로 설계기준사고(DBA)와 이를 초과하는 중대사고(SA)를 포함한다.

지금까지 원자력은 발전소의 계통‧기기 및 구조물의 설계기준사고(DBA, Design Basis Accident)를 가정하고 이에 대한 모든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으로 안전이 보장된다고 가정했다. 실제로 원자력산업 초기에는 “설계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노심손상을 야기하는 중대사고(SA, Severe Accident)는 발생할 수 없다”고 치부하며, 이를 가상사고(Hypothetical Accident)로 불렀다.

그러나 미국의 TMI-2, 구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로 각각 다른 형태의 원자로에서 노심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노심이 녹는 중대사고’는 더 이상 가상사고가 아닌 대형사고(국제원자력사건 등급(INES) 체계 중 7등급)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전 세계 원자력계는 “노심이 녹는 모든 중대사고를 설계기준사고로 삼아야 하며, 설계기준사고가 바뀌면 ▲사고예방(Accident Prevention) ▲사고완화(Accident Mitigation) ▲사고관리(Accident Management)의 전 과정에 걸친 모든 규제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둘러싼 뜨거운 논란은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줬다. 더불어 원자력계의 나아갈 방향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성을 실현하기 위한 안전해석의 역할에 대해 본질적인 경험과 지혜를 모색하게 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원장 김무환‧KINS)은 16일부터 17일까지 ‘원자력 현안과 안전해석의 역할 재조명’을 주제로 한 ‘2015년 원자력 안전해석 심포지엄’을 충남 대천 한화리조트에서 개최하고 있다.

2003년부터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원자력 안전해석 심포지엄’은 원자력 안전해석 분야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우수한 안전연구 성과의 활용을 장려하고자 마련됐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내외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심포지엄 개최가 미뤄졌지만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해 원전 중대사고의 모든 현상에 대한 안전해석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심포지엄이 재개 돼 안전해석 분야의 당면 현안을 짚어보는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0회째를 맞이한 심포지엄은 국내 산·학·연 안전해석 관계자 및 전문가 등 약 300여명이 참여했으며, 다각적이고 심도 깊은 토론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논의의 장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6개의 기술세션(▲안전해석실험 ▲원자로심평가 ▲확률론적안전성평가(PSA) ▲안전해석코드 ▲안전해석방법론 ▲중대사고)과 4개의 주제발표(▲안전해석의 당면과제 대응=류용호 KINS 석좌연구위원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 현안과 사업자의 대응=전휘수 한수원 안전처장 ▲국내 안전해석 기술현황과 발전방향=백원필 KAERI 안전연구본부장 ▲안전해석의 발전방향 제언=정재준 부산대 교수) 및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DSA와 PSA 중심, 최신기준 적용 종합적 리스크 관리
심포지엄 첫날 오후 주제발표에서 류용호 연구위원은 “안전해석이 도입된 초기에는 이를 제대로 적용하기 위한 방향에 초점을 맞췄지만 점차 새로운 설계 개념을 반영해 안전해석을 수행하기 위한 해석 기술 및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신규 원전 건설 및 가동 원전 운영시 안전성 평가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동안 발생 가능성이 극히 희박했던 극한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돼 원자력의 안전개념을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개념의 변화로 DSA와 PSA를 중심으로 ▲피동보조급수 ▲피동격납건물냉각 ▲비상노심냉각주입안내덕트(ECBD) ▲주기적안전성평가(PSR) ▲계속운전안전성평가(Stress Test) 등 최신 안전기준을 적용해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류 연구위원은 “가동원전의 지속적 안전성 향상을 위한 조치와 ▲UAE APR1400 인허가 ▲유럽형APR+ 원전개발 ▲APR1400의 NRC DC(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 사업 등 원자로 수출에 따른 안전해석의 역할은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 산업체 원전 안전해석코드 체계
이어 백원필 본부장은 “원자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평가방법이 필요한데 안전성 평가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며 “첫째 결정론적 안전성평가(DSA, Deterministic Safety Analysis)는 대상 설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이의 영향을 분석해 원자로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DSA는 위험도의 발생 가능성 측면 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원자로 시설 전체의 리스크 특성을 정확히 고려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 백 본부장은 “원전 안전성을 가장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진 확률론적 안전성평가(PSA, Probabilistic Safety Assessment)는 DSA에 의해 평가할 수 없는 원자력시설의 성능, 설계의 취약점, 위험도 등 사고의 발생가능성과 그와 관련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그 영향을 분석하는 것으로 1979년 TMI원전 사고 이후 각광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백 본부장은 “안전해석은 지식기반 심층방어 이행의 핵심 수단”이라며 “안전성 확보를 위해 ‘올바른’ 일을 ‘제대로’ 이행하고 최상의 과학기술 지식과 자원 및 인간의 지혜를 최대한 활용해 이해당사자들과의 효과적 소통이 중요하다(Do “Right” Things “Right”for Securing a High Level of Safety by Fully Utilizing the Best Available Scientific Knowledge, Resources and Human Wisdom in Effective Communication with Stakeholders)“고 강조했다.

◆안전해석과 중대사고 ‘정확한 이해’ 바탕…정책수립 필요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심포지엄 주제와 관련해 4명의 주제발제와 더불어 2명의 지정토론자들이 국내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안전해석의 해결 과제를 논의하고 안전해석의 향후 역할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원자력계 관계자 A씨는 “우리나라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안전해석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외국 또는 고유 코드 활용) 취약한 분야가 존재한다”며 “핵심 원전 운영국이자 수출국으로서 독자적 안전해석 체계와 세계 최고수준의 안전해석 기술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B씨는 “그동안 중대사고 관련기술 및 정책 현안에 대한 토의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다뤄지지 못한 것은 국내․외적으로 중대사고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고, 관련 법적․제도적 체계가 조화롭지 못한데 큰 원인이 있다”며 “중대사고 관련 최신 기술동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이 수립되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전문인력 및 재원의 한계를 고려한 국가차원의 총체적 안전해석 기술력 강화와 규제기관의 리더십 중요하다”며 “아울러 안전해석 코드는 개발 못지않게 개발 이후의 유지‧보수 및 향상은 물론 국제 협력과 수출을 통한 사용자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SPACE’ 국산화 발판, 중대사고 해석코드 개발 연구中
원전 안전해석코드는 원전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전산프로그램으로서 원전을 설계할 때 반드시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로 우리나라는 원전을 도입한 1978년 이래 지금까지 외국의 원전공급자로부터 ‘원전 안전해석코드’를 상당한 비용으로 사용해 왔다.

정부는 2006년부터 ‘원자력발전기술 개발사업(Nu-Tech 2012)'을 기획, 한수원을 비롯해 한국전력기술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국내 원자력산업계와 공동으로 원자로냉각재펌프, 원전계측제어시스템 및 원전 안전해석코드 국산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10년 원전계측제어시스템과 2012년 원자로냉각재펌프에 이어 2013년 원전 안전해석코드를 개발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해 그 뒤를 이었다.

‘SPACE(Safety and Performance Analysis Code for Nuclear Power Plants)’로 명명한 안전해석코드는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를 하나의 코드로 분석하여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범용 통합 코드로 APR1400 원전을 포함하여 국내 전 가압경수로형 원전의 설계 및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또 SPACE 코드는 가압경수형 원전의 안전해석에 필요한 ▲냉각재 상실 사고 ▲주증기관 파단 사고 ▲주급주관 파단 사고 ▲증기발생기 세관 파단 사고 ▲운전 중 과도현상인 소외 전원 상실 사고 ▲터빈 및 원자로 정지 등을 모의할 수 있으며 ▲사고 완화 전략 수립 ▲운전지침 개발 ▲열수력 실험 계획 및 분석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해석코드 국산화는 ‘독자적인 안전해석코드 확보’라는 국내 원자력계의 오랜 염원을 달성함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에서 사용 중인 코드와 비교해도 정확도와 유지보수 측면에서 더 나은 성능을 갖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수원은 실제 원전 설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원자력 규제기관의 심사를 거쳐 국내 및 수출 원전의 설계, 운전에 활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수원은 SPACE 코드 개발 경험을 활용해 ‘중대사고 종합 해석코드 개발 및 해석체계 구축’ 산업부 연구 과제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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