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6주년 특별대담]이영일 한국수력원자력 건설본부장
선행호기 대비 28개월 연장, 수소제거설비‧이동형 발전차량 등 후속조치 완료
개선형 OPR1000 ‘안전+경제성’ 입증…APR1400과 수출주력 노형으

“신월성 1ㆍ2호기는 2005년 10월 첫 삽을 뜬 이후 10년의 대장정이었다. 사실 사업초기 공사인허가 승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본격 공사 이후에는 각종 민원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신월성 2호기의 본격적인 상업운전을 지켜보면서 묵은 체증이 내려가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로 여전히 긴장의 끈을 붙잡고 있다.”
발전용어 중 ‘상업운전’이란 모든 시운전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본격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4일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4기(고리, 한빛, 월성, 한울 각 6기)의 원전을 보유하게 됐으며, 설비용량은 2만1716MW로 국내 발전설비 총용량(9만6681MW)의 약 22.5%를 점유하게 됐다.
특히 국내에서 건설된 1000MW급 개선형 한국표준원전(KSNP, Korean Standard Nuclear Power Plant)의 마지막 주자인 ‘신월성 1ㆍ2호기’은 한국형 원전의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차세대원자로(KNGR, Korean Next Generation Reactor) 기술개발의 모태로 성공적인 준공과 상업운전 개시가 갖는 의미와 그 역할은 특별하다.
이영일(사진) 한국수력원자력 건설본부장은 “실제로 신월성 1ㆍ2호기는 공기단축과 공정개선을 위해 다양한 신공법이 도입되면서 선행호기보다 시공의 편의성과 경제성을 향상시켰다는 장점이 최적화 시켰다”며 “그러나 예기치 못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품질서류 위조사건에 휘말리면서 공사기간이 선행호기(신고리 1ㆍ2호기) 대비 28개월 늘어나게 됐다”고 밝혔다.
비록 2년을 훌쩍 넘긴 공기연장으로 ‘개선형’에 대한 오점을 남겼지만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신월성 1ㆍ2호기는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에서 요구한 수소제거설비, 원자로 비상 외부주입유로 설치 및 이동형 발전차량 배치 등 후쿠시마 후속조치를 완료해 안전성을 더욱 증진시켰다.
특히 품질서류 위변조 사건을 계기로 제어케이블 전면교체와 더불어 품질서류 전수조사와 후속조치를 수행하면서 지역 수용성 확보와 대국민 원전 신뢰 회복에 앞장서는 계기가 됐다.
이 본부장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공기에 따라 안전하게 건설을 완료할 수 있었던 것은 ‘신월성 1ㆍ2호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설계, 기기제작, 시공, 정비 등 모든 분야 협력사 관계자들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은 “긴장의 끊을 놓지 않고 신고리 3호기의 안전성 점검 등을 철저하게 수행해 운영허가를 취득하는데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 건설 준비 중인 원전의 지역현안과 강화된 안전기준에 맞게 설계의 안전성 증진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UAE 원전의 성공적 건설을 통해 새로운 해외사업을 발굴해 나가는 밑거름으로 삼아 준공 후 운영지원사업의 계약과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의 확보도 차질없이 진척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월성 1ㆍ2호기에 적용된 신기술, 신공법 등 기술적 특징은 무엇인지. 또 3세대 원전인 APR1400(신경수로형)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신월성 1ㆍ2호기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안전성 강화이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건설 단계부터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대표적으로 원자로건물 내부에 전원공급 없이도 작동가능한 수소제거설비를 설치했으며, 지진과 해일시 전원상실에 대비한 이동형 발전차량을 마련했다. 또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 비상냉각수를 외부에서 주입할 수 있도록 냉각 유로도 추가하는 등 23건의 후쿠시마 후속조치로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특히 시공 및 운전 편의성 개선을 위해 설계최적화 및 합성구조물 공법 등 신공법을 확대 적용했는데 국내 최초로 원자로 격납건물 철판(CLP) 3단 모듈시공을 비롯해 냉각재 배관(RCL)과 원자로 내부 구조물(RVI)의 병행 시공 등 신공법 적용으로 건설공기를 단축시켰다. 아울러 거가대교 공사를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은 ‘침매함 공법’을 국내 최초로 원전에 적용해 수중취배수 시설을 시공, 운영함으로써 온배수 영향을 최소화하고 냉각효율을 높이는 등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높였다.”

-전 세계 원전산업계는 1000MW급 이상의 대형 원전을 선호하고 있는데 ‘개선형 한국표준원전(OPR1000)’이 비록 2세대 원전이지만 향후 APR1400처럼 수출도 가능한가. 수출이 가능하다면 MCR 및 제어계측 분야의 디지털화 등 지금의 기술적 특징이 업그레이드 돼야 할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개선형 한국표준형원전 OPR1000은 IAEA 안전기준에 기반 한 국내 규제요건을 만족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미 가동 중인 원전의 운전경험을 통해 안전성 및 경제성이 충분히 입증된 노형이기 때문에 수출이 가능하며 특히 APR1400 대비 용량으로 작지만 오히려 전력설비규모가 적은 나라에 적합한 수출노형이다. 한수원에서는 OPR1000 설계를 기반으로 3세대급 1000MW급 수출노형을 추가로 개발 중이며 ▲원자로 건물내 재장전수조 ▲디지털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안전계통 4중화 설계 ▲피동보조급수계통설계 등 APR1400 및 APR+의 최신 설계를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월성 원전은 기존 신월성 3ㆍ4호기 부지가 경주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환경관리센터) 부지로 편입되면서 실제로 현장에서의 구조물 제작에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맞다. 공사용 부지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3ㆍ4호기 부지가 방폐장 부지로 편입되면서 현장 작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자재 야적장이 부족하고 현장 작업간 간섭도 많았으며, 차량이나 장비 진입도 힘들었다. 특히 가설 제작장이 현장과 멀어 수송에 따른 운임비 상승 등이 변수로 작용해 시공사의 어려움이 상당했다. 이에 작업간 간섭사항은 수시로 현장상황을 점검해 해결방안을 찾아내고자 노력했다. 무엇보다 가설 제작장이 멀어 어려움을 겪는 시공사를 위해 기존 월성원전 부지를 통과하는 도로를 개설해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했다.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참여사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공사진행에 차질 없도록 노력했다.”

-원전 운영과 건설 과정에서 지역과의 마찰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지역의 원전 수용성 제고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바가 있다면.
“한수원은 지역의 원전 수용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민이해 증진활동과 사회공헌을 통한 대국민 신뢰를 구축하며, 원전 주변지역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원전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적절한 주민요구에 대해서는 적극 수용하되 사회적 통념상 합리적 규모를 벗어나거나 혜택의 범위가 특정인에게 국한되는 경우가 발생되지 않도록 일관되고 흔들림 없는 협상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4년에는 15년간 끌어왔던 ‘울진8개 대안사업’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한수원과 지역사회가 상생하는 모범사례로 이끌어냈다. 이는 한수원과 울진군이 모두 대승적으로 양보한 결과 지역은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고 원전사업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한수원은 앞으로도 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증진하고, 일관된 협상원칙을 견지해 신규원전 건설을 통해 지역과 함께 발전해 나가는 상생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것이다.”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방안과 아울러 신한울 1ㆍ2호기가 건설 중인데 시공사 및 협력사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있나.
“신한울 1ㆍ2호기는 하도급계약에 대해 하도급심사기준을 강화해 저가낙찰을 방지하고 원전 건설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하도급업체의 노무비, 자재비, 장비비 등 대금 체불 여부를 사전에 파악해 조치하고자 대금지급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신고리 5ㆍ6호기는 국내원전 최초로 ‘기술제안 입찰제도’를 도입하고 기술제안 시 협력사 상생협력방안을 포함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하도급 낙찰률 상향 ▲표준하도급계약서 적용 ▲협력사 상생펀드 조성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이 도출됐다. 아울러 협력사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협력사의 어려움과 건의사항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개선사항을 계약에 반영하는 등 ‘시공사-협력사’간에 애로사항을 개선하고자 발주자로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시공사 및 협력사에 당부하고 싶은 점은 품질정책 강화에 따른 기자재 납품지연으로 공사 추진에 어려움이 많지만 초심을 잃지 말고 한수원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건설에 동참해 주실 것을 당부하고 싶다.”
-정부가 이달 말 최종발표를 앞두고 있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신규원전 2기를 건설할 방침이다. 향후 신규원전 2기는 대진(삼척) 1ㆍ2호기 또는 천지(영덕) 3ㆍ4호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정치권과 NGO단체에서 원전증설을 반대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 간 원전산업계에 벌어진 사건으로 내수시장은 그야말로 ‘생태계 파괴’ 수준에 가까웠다. 이에 신규원전 건설은 보조기기(기자재) 중소기업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자력 설비용량은 2014년 20.7GW에서 2029년 38.9GW로 85% 증가해 보조기기 공급업체들이 원자력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졌다. 그러나 원자력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수원에 등록돼 있는 유자격업체수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품질서류 문제 이후 품질관리 강화 및 부정당업자 제재 등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러한 국내 원자력산업의 위축은 단순히 공급업체의 수가 감소하는 차원을 넘어 원자력산업계 전체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에 한수원은 유자격업체 풀 관리와 공급업체에 대한 기술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워크숍 등 소통의 장을 정기적으로 마련해 기자재를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청취하는 등 원자력 기자재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2029년까지 최소 8기의 원전 건설이 가능해졌지만 국내에서 원전증설(부지선정 등의 사회적 이슈)은 한계에 부딪칠 것이고 결국 내수시장의 부재는 ‘해외시장 진출’로 극복해야 한다. 향후 원전 해외사업에 있어 한수원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근의 세계 원전시장 동향을 분석해 보면 기존의 북미와 유럽 중심의 신규원전 건설 시장이 중동과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신흥 원전도입국을 대상으로 원전의 건설(EPC, Engineering(설계) Procurement(지자재 조달) Construction(시공)) 뿐만 아니라 건설 이후 발전소의 운전과 정비, 운영까지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EPC+Operation’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해외사업에서는 원전의 건설, 운전, 운영을 겸비한 한수원의 역할이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도입 희망하는 국가별 맞춤 전략으로 신규 시장을 주도적으로 개척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전 세계 현재 가동원전 중 25년 이상 노후원전은 전체의 76%에 해당하는 331기로 원전기자재와 용역 분야는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한수원은 중소기업의 원전기자재 수출 사업 확대를 위해 벤더(Vendor) 등록, 입찰, 계약/사후관리 등 각 단계별 밀착 지원할 예정이다. 또 수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추진 중이며, 현재 지분참여의향기업 37개사와 출자방안(한수원이 30% 미만, 특수목적법인은 70% 이상 출자)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협의 완료 후 기자재수출법인의 수출업무 진행을 위한 사전조사목적으로 법인설립 참여기업과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개별기업 방문조사를 오는 8월부터 진행하며, 10월까지는 수출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UAE 원전과 국내 원전사업이 겹치면서 건설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인력양성 계획에 대해 설명해달라.
“현재 국내에서 4기(신고리 3ㆍ4호기/ 신한울 1ㆍ2호기)가 건설 중이고 4기(신고리 5ㆍ6호기/ 신한울 3ㆍ4호기)는 건설 준비 중이며, 해외에서 UAE원전 4기가 건설 중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 원전 건설사업 역사상 최다 원전이 동시에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해외사업으로 인한 국내 건설인력의 부족현상은 미리 예측할 수 있었던 사항으로 정부와 협조를 통해 신입사원 충원을 위한 정원 확보 등 사전에 대책을 강구했다. 또 장기적인 안목으로 건설기술력 확보를 위해 ‘직무중심의 건설인력 양성방안’을 수립해 올해 시행준비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기술력을 갖춘 건설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추진과제로는 ▲직무 중심의 체계적 교육훈련체계를 확립해 경력별 맞춤교육을 시행하고 해외사업 역량을 끌어올려 ▲회사에서 추진하는 경력개발제도(CDP)와 연계해 직무 수행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건설 직무능력인증제도와 전문가 제도를 도입, 직무별 표준교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원자력 분야에 근무하면서 원전 기술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추진해 온 것으로 안다. 건설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술개발 현황과 그동안의 성과를 언급한다면.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기술자립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1995년에는 기술자립률 목표인 95%를 달성했고 2002년에는 APR1400을 개발했으며, 현재 국내 및 UAE에 건설 중에 있다. 2012년에는 미자립 원천기술인 ▲원전설계 핵심코드 ▲원자로냉각재펌프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까지도 모두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100% 완전 기술자립을 이뤄냈다. 또 2014년에는 안전성과 성능을 더욱 개선한 1500MW급 APR+의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원안위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했다. APR+는 전원 없이도 노심냉각이 가능한 피동보조급수계통, 기계적/물리적 완전 분리된 4계열 안전설계 등을 통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강화된 규제요건을 반영했다. 이처럼 한수원은 모듈화 공법 적용 등 신기술, 신공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함으로써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APR+ 이후 노형전략에 대해서도 서서히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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