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베르나 비고 ITER 국제기구 사무총장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 공동프로젝트 ‘ITER’
40년 핵융합실험 점검 이후 실증로 거쳐 상용화까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화석 연료 고갈 위험과 환경 문제를 대비해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실증하려고 추진하는 초대형 국제협력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이다. 열출력 500MW, 에너지증폭율(Q) 10이상의 ITER는 2007년부터 이곳 카다라쉬에 건설되기 시작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회원국별로 할당된 ITER 주요장치를 각국에서 제작·조달 후 현장에서 조립해 완성할 계획이다.”

베르나 비고(Bernard Bigot?사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국제기구(IO·ITER Organization) 사무총장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5월 18일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 ITER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원국 역량의 통합을 통해 핵융합 프로젝트를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3월 초 취임 후 약 2개월 반 만에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비고 사무총장은, “주어진 계획에 맞게 7개 회원국의 과학적 역량을 통합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규정했다.

이어 그는 “ITER와 같은 국제적 프로젝트에서 한번 결정을 지연시킬 때 마다 엄청난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만 한다”며 적시의 의사 결정과 업무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ITER 국제기구 최고책임자의 교체를 촉구하는 경영평가 보고서가 2013년 발간됨에 따라 ITER 이사회는 차기 사무총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

프랑스 원자력청(CEA) 청장 출신의 비고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추천위원회에서 3대 사무총장의 단독 후보로 추천을 받고 지난 3월 제15차 ITER 이사회를 통해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전임자인 오사무 모토지마 전 총장에 이어 올해 3월 5일부터 2020년 3월 4일까지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라틴어로 ‘길’을 뜻하는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는 1985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융합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1988년 사업이 공식 출범했다.

초기 멤버는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일본 등 4개국이었지만 핵융합 연구 후발주자인 한국과 중국이 2003년, 인도가 2005년에 각각 합류해 총 7개국이 연합해 2007년 IO가 구성됐다. 사업비는 총 71억1000만 유로(약 86억3510만원)이며 EU가 45.46%를 나머지 국가가 각각 9.09%씩을 분담한다.

ITER사업은 지난 40년간 세계 핵융합실험 장치들이 이뤄 낸 실험결과들을 종합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공학적으로 점검하는 것으로 이후 실증로를 거쳐 상용화 발전이 가능하게 된다.

비고 사무총장은 참여국들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핵융합 에너지를 조속히 개발하기를 원하며 한발 더 나아간 진척상황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ITER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원국 역량 통합과 보다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각국 사무국들로 분산된 운영 방침 대신 보다 강력한 중앙 의사결정 방식을 추진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비고 사무총장은 “ITER내 명확한 해답 없이 계류중인 일부 이슈들에 대해서도 확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큰 조직의 방향을 정하려면 운전석에는 한 명만 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쟁만 이어져 아무런 결론도 얻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사무총장으로 취임 한 후 ITER의 기술적 방향 변화보다는 효율적 조직 운영을 통한 일관성 있는 프로젝트 추진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1985년 처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핵융합 연구를 하기로 결정 내린 후 수많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 노력해온 바가 있다. 나는 ITER 프로젝트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그 보다는 각국의 역량을 잘 통합, 운영하는 것이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ITER 프로젝트는 각 회원국들이 핵융합 시설에 필요한 부속을 나눠 제작한 후 이곳 프랑스 카다라쉬에 위치한 건설현장으로 운송,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서로 다른 일정으로 인해 일부 제작 및 운송 일정에 차질이 빚어져 왔다.

비고 사무총장은 이로 인한 제작 및 배송 일정 추가 조정에 대해서도 “더 이상의 지연은 없어야 한다”며 “최적의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부속 제작과 배송 일정의 기조를 유지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무총장 휘하의 새 ITER 국제조직은 올 11월 각국의 부속 조달과 전체 시설 건설의 새로운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고 사무총장은 “1000 개가 넘는 업체들과 7개 회원국 등 수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원국들의 신뢰를 얻고 이를 지키는 운영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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