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핵심기술 독자확보
신소재 초전도체(Nb3Sn), ITER과 동일…사전시험 장치로 활용 전망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화석연료의 가격이 해가 거듭할 수록 급등하고 원전 증설에 대한 국민의 거센 반발 등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는 에너지비용 절감차원에서 국내 기술에 의한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가 필수다. 이처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곳곳에서 에너지 자원 확보에 대한 분쟁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적의 대체에너지로 ‘핵융합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고 이 플라즈마를 가두는 그릇 역할을 하는 핵융합장치와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필요하다. 수억 도의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이 융합해 태양에너지와 같은 핵융합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핵융합장치는 이 같은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진공용기 속에 넣고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가 벽에 닿지 않게 가둬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원리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핵융합장치 벽면에 직접 닿는 부분의 온도는 수천 도에 불과하다. 핵융합장치는 이처럼 태양에서와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고 해서 ‘인공태양’이라 불리기도 한다.

‘인공태양’ 방법 중에 가장 진보한 핵융합 장치는 토카막(Tokamak)이다. 토카막은 태양처럼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핵융합장치이다. 플라즈마를 구속하는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즈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적 상태를 유지하도록 제어한다.

토카막은 러시아말인 ‘toroiidalonaya kamera(chamber) magnitnykh(magnet) katushkah(coil)’의 첫 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로 구소련의 탬과 사하로프가 1950년대 발명하고 아치모비치가 1968년 발표한 후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재 작동중이거나 새로 짓는 실험용 핵융합로는 대부분 토카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핵융합, 고효율+환경친화+안전성까지 갖춰=핵융합에너지는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핵융합로 내에서 삼중수소로 핵변환)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이 거의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게 매우 유리한 에너지다.

또 핵융합연료 1그램은 석유 8t에 해당하는 에너지의 생산이 가능하며,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중수소와 노트북 배터리 하나에 들어가는 리튬의 양만으로 한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 할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무엇보다 핵융합 발전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원전의 0.04%에 불과한 소량의 방사능에 의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이 일부 발생하지만 10년에서 길어도 100년 이내에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처럼 장기적 폐기물 처리시설이 필요치 않다.

또 원자로 내부에 연료를 미리 채워두고 핵분열 연쇄반응을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핵융합로는 연료인 중수소나 삼중수소를 외부에서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연료공급이 중단되면 1~2초 내로 운전이 자동정지해 발전소 폭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없다.
핵융합 장치의 균열 등의 손상을 야기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핵융합로 내부의 진공 상태에 있는 수소에너지들이 모두 빛으로 변하면서 열을 모두 흡수해 버리는 동시에 전원이 꺼지기 때문에 원전과 같은 사고는 발생 할 수 없다. 또 핵융합장치를 둘러싸고 있는 초전도체는 온도 상승으로 절대 깨지지 않는 ‘온도 안정성’을 확보하기 있기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처럼 원전 내부 온도가 올라가 폭발하는 현상은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다.

◆핵융합 상용화 위해 개발해야 할 기술은?=핵융합에너지 출력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의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의 상전도 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는 높은 전류가 흐르면 저항에 의한 발열 등으로 장시간 고성능의 플라즈마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우리나라의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와 역시 초전도 자석으로 만들어질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운전을 통해 고성능 플라즈마를 장시가 유지하는 기술 공학적으로 실증하게 된다.

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초고온의 플라즈마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재료의 개발’도 시급하다. 초고온과 고중성자속의 상태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경제적인 재료가 개발돼야 함에 따라 기존의 원자력 및 차세대 원전의 재료기술을 공유해 이를 통한 재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핵융합 반응의 결과로 나오는 중성자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 이로 증기를 가열하여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이다. 현재 핵융합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낸 경험이 없는 상태로 이를 위해 ITER(국제핵융합실험로)에서는 ‘블랑켓’ 이라는 동력변환 장치를 실험하게 된다. ITER는 열출력 500MW, 에너지증폭률(Q) 10 이상을 달성해 에너지생산을 실증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변환하고 수송하는 기술 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초고온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제어하는 것이다. 핵융합로 내의 초고온의 플라즈마에서는 허리케인보다도 더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난류(turbulence)들이 발생하여 핵융합을 방해하게 된다. 핵융합이 잘 되는 조건의 플라즈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류를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현재 가동되고 있는 전 세계 핵융합 장치에서는 플라즈마의 난류를 이해하고 제어하기 위한 실험들이 활발히 수행 중이다.

핵융합연구원 관계자는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시기는 2040년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KSTAR 및 ITER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융합 노심 및 장치 기반기술과 핵융합로 공학기술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DEMO 실증로에서 전기 생산 실증을 거쳐 2040년대 한국형 핵융합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연구장치 ‘KSTAR’
=핵융합 연구의 후발국으로 뛰어든 우리나라는 21세기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선도하기 위해 가장 진보된 형태의 핵융합장치인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제작에 들어들었다.

KSTAR는 12년의 개발 기간을 통해 2007년 9월 건설 완공됐으며, 종합 시운전을 거쳐 2008년 7월 최초 플라즈마 발생 성공 이후 5년간 매년 약 2000회 가량 플라즈마 발생 실험을 수행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장치로 자리 잡았다.

또 2009년부터 본격적인 실험 운영을 진행하며 ▲2010년 초전도 핵융합장치에서의 H모드 세계 최초 달성 ▲2011년 핵융합 연구의 최대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핵융합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장(ELM)’ 제어 최초 성공 ▲2013년 플라즈마 불순물 제거기술 확보 및 H모드 플라즈마 20초간 안정적으로 유지 성공 등 핵융합에너지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에 앞장서왔다.

특히 KSTAR는 미국, EU,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공동 참여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개발?건설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약 25분의 1규모로 핵융합 상용화에 필요한 난제 해결을 위한 실험을 매년 수행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관계자는 “핵융합에너지는 수소처럼 가벼운 원자핵이 합쳐져 헬륨처럼 무거운 물질로 변환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태양에너지의 원리”이라며 “핵융합 반응을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 즉 이온화된 기체인 물질의 네 번째 상태가 돼야 하는데 지구에서 태양과 같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KSTAR와 같은 핵융합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양의 중심보다 더 뜨거운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가두기 위해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한 것이 KSTAR와 같은 토카막형 핵융합장치이며, KSTAR는 특히 저항이 없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 핵융합 반응을 오랫동안 지속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설계, 개발, 제작까지 KSTAR의 전 과정을 순수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KSTAR 건설을 통해 세계 최고 성능의 초전도자석 제작기술을 보유하게 되는 등 건설기간 동안 핵융합 관련 10대 원천기술을 획득하며, 단기간에 연구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KSTAR 개발을 통해 핵융합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우리나라는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검증하게 되는 국제공동프로젝트인 ITER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특히 KSTAR에 사용된 신소재 초전도체(Nb3Sn)는 ITER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현재까지 모든 초전도 자석이 Nb3Sn으로 만들어진 핵융합 장치는 KSTAR가 유일하다. 이에 KSTAR는 ITER의 축소판으로 불리며 ITER의 본격적인 운영 전에 사전 시험장치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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