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환경공단, 16~18日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심포지엄’
관련 법안 통해 처분장 확보 노력‧국제공조 안전성 증진 힘써야

사용후핵연료 습식저장조 및 건식저장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칙의 핵심내용은 후세대에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인간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높은 방사선과 고열을 지닌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은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의 숙제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목표는 영구처분이다. 사실처분장이 있으면 간단한 문제이다. 발전소에 저장했다가 열과 방사선이 감소되면 처분장으로 보내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가 없을 만큼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를 위해서는 부지 선정 10~20년, 시설 설계·인허가 및 건설에 10~20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30~4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22개 국가는 최종 처분 시설을 만들기 전 중간저장시설을 만들어 관리, 운영 중이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나라인 핀란드와 스웨덴은 공론화를 통해 최종 부지 선정 후 현재 정부의 허가평가가 진행 중이며, 2025년~2030년경에 처분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또 중간저장시설을 운영 중인 미국도 2048년에 처분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4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계획을 시작했지만 2005년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경주시민의 주민투표(89.5% 찬성)로 부지를 확보하고 지난 8월 1단계 사업이 준공됐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에서 매년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으며, 원전 내 저장(건식 및 습식) 시설에 안전하게 저장 관리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원전 내 저장시설용량 1만9095t 중 1만3807t(72.3%)이 저장중이며, 현재대로라면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수조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

물론 저장 방법을 개선하거나 부지 내의 여유가 있는 저장 수조로 옮기는 등 저장 시설을 확충하더라도 2024년이면 포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2024년 이후부터는 별도의 저장 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이를 수도 있다.

◆12개국 사용후핵연료 전문가 안전한 영구처분 한목소리
이에 각국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의 최대 현안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필요성과 안전한 관리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경주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사장 이종인)은 16일부터 18일까지 경주 현대호텔에서 국내외 사용후핵연료 전문가들이 참석한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심포지엄(2015 SaRaM)’을 개최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관리기술 개발’ 두 가지 주제가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OECD/NEA, 프랑스 ANDRA, 미국 SNL, 스위스 NAGRA 등 해외 12개 기관의 사용후핵연료 관련 전문가와 환경단체, 주민, 학생 등도 패널 200여명이 참석했다.

심포지엄 첫날인 16일은 오프닝세션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이레나 밀(Irena Mele) IAEA(사용후핵연료분야) 특별자문위원(박사)은 ‘글로벌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 관리 현황’을 주제로 “현재 전 세계의 원전 441기 운영 중이며 전 세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량은 약 34만t”이라고 밝혔다.

이어 밀 자문위원은 “방사성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의 핵심은 결국 영구처분인데, 사용후핵연료를 저장만 하다가는 결국 우리 후세들에게 저장시설, 처분시설 관리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면서 “각 국가별로 지역사회와의 신뢰 구축. 정보의 개방 외에도 안전성에 대한 기준을 높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장폴 미논 OECD/NEA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장은 “시민사회,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협의와 참여 권한을 주는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 번째 기조연설에서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임시저장 공간이 조밀저장방식 조정을 통해도 2020년대 중반부터는 포화상태에 이른다”며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수용성을 위해서 ‘안전기준’과 ‘중장기적인 연구계획’이 명확히 마련돼야한다”고 제언했다.
◆각국 사용후핵연료 관리 경험 및 주민수용성 방안 공유
이어진 기술세션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기술 개발 동향’ 분과에서는 ▲프랑스 방폐물관리기관 ANDRA의 제랄드 우주니안(Gerald Ouzounian) 국제협력이사 ▲스위스 방폐물관리기관인 NAGRA의 스트라티스 봄보리스(Stratis Vomvoris) 국제협력본부장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NL) 캐빈 맥마혼(Kevin McMahon) 박사 등이 각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경험과 현황을 소개하며, 안전한 기술개발과 영구처분 프로젝트, 저장현황 등에 대한 경험을 들려줬다.

특히 스트라티스 봄보리스(Stratis Vomvoris) 스위스 NAGRA 국제협력본부장은 “최종처분을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 법안 정비를 통해 방폐물 처분을 위한 프레임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위스의 원자력에너지 법안은 모니터링 시스템부터 저장시설, 처분 과정, 운송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 뿐 아니라 주민 수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꾸준한 연구 사업추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제랄드 우주니안(Gerald Ouzounian) 프랑스 ANDRA 국제협력이사는 프랑스의 최종처분장 부지확보에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제도를 마련해 단계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그 과정에 주민이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주니안 이사는 “ANDRA는 다양한 프랑스내 원자력 연구기관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면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관계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조천형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박사는 “한국의 처분기술은 초기 연구 수준인 반면 운반기술은 1990년부터 진행돼 상대적으로 경험이 풍부하다”고 한국의 현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조 박사는 “현재 사용후핵연료 운반과 저장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라며 “그러나 후발국가로서 효율적으로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R&D 협력과 국제공동저장 관련 다자간 협력 참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오창환 전북대 교수 등 국내외 전문가, 대학교수, 환경단체 대표 등이 패널로 참석해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수립, 추진경험 및 국민 수용성 확보에 관한 지혜를 모으는 패널 토의의 시간도 가졌다.

둘째 날인 17일 ‘글로벌 사용후핵연료 현황과 전망’ 분과에서는 일본, 러시아, 캐나다, 벨기에, 중국 등 해외 원전국가들의 사용후핵연료 관리활동에 대해 들어보고 한국의 적절한 관리를 위한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또 중저준위방폐물의 안전한 관리와 기술개발 방향을 모색하는 분과도 운영된다.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해외 전문가들이 지난 8월 준공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운영 중인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1단계 동굴처분시설을 방문한다.

이종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지난 8월 경주 방폐장 1단계 처분시설을 준공해 운영 중이며,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을 통해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새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37년간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적 난제인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방안 등에 대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아울러 국내외 전문기관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경주 방폐장 인근 주민들의 참여와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해외전문가와 대학생들의 만남을 통해 사용후핵연료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 원전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
◆정부, 공론화委 ‘권고안’ 토대 연말까지 ‘관리 기본계획’ 수립
우리나라는 2013년 10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관한 국민의견 수렴 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했고 지난 6월까지 20개월간 활동했던 결과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법제화된 절차에 따라 공론조사, 토론회, 라운드테이블, 설문조사 등을 통해 2만7000여명의 의견과 온라인상 35만 여명의 의견을 담아낸 결실인 권고안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개별 원자력발전소 등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저장 용량이 초과되거나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안정적 저장시설을 마련해 옮기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지하처분연구소(URL) 부지 선정 ▲2051년까지 영구처분시설 운영 ▲사용후핵연료 특별법(가칭) 제정 등 총 10개로 구성된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에 정부는 이 권고안을 토대로 올해 연말까지 ▲영구처분․국제 공동저장/처분 등 관리방식 ▲원전내 저장시설 확충 ▲지하연구시설 부지선정 방식과 절차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등 큰 틀의 정책방향 담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또 관리 기본계획의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특별법(가칭)’ 제정 등 관련 법령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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