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2016]삼척ㆍ영덕 신규원전건설유치찬반 주민투표 논란, 법률적 해석과 갈등해소 방안 찾기

원전지역 주민의 수용성 문제가 새로운 사회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 추진을 두고 삼척, 영덕 등에서의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지고 있으며, 이것이 ‘주민투표’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됐다.

실제로 과거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과 관련해 지역에서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한 경험도 있다. 물론 원전 관련 시설에 대한 지역에서의 반발은 어느 정도 예상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국가정책이라고 해서 지방이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했던 것은 지방자치가 활성화되기 이전인 중앙집권 시대에나 가능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2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강화된 것은 헌법상 당연한 요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원자력 관련시설 뿐만 아니라 댐건설, 화력발전소, 송전탑 등의 국가 기반시설 건설에 관해서 국가(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분쟁은 님비현상과 관련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다.

원자력발전의 경우 건설을 위한 부지는 지형·지반 등의 지리적 조건 등의 이유 때문에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적합한 지역으로 판정돼 선정된 지역도 주민들의 권리의식의 증대 및 에너지장기계획의 미비와 정부의 강력한 추진의지 부족, 원자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 상실과 지방자치 제도의 도입에 따른 중앙과 지방간의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실제 원전의 건설이 지체되거나 저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방자치 제도의 강화로 국가의 의사결정이 장기화되고 재산권 내지 생활권 보장, 환경보전 및 지역개발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식이 증대되어 지역주민의 민원이나 각종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역지원제도에 대한 주민의 만족도가 지극히 낮다는 점도 하나의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삼척ㆍ영덕, 신규 원전유치 찬반 주민투표 논란=삼척과 영덕 지역에 대한 신규원전 건설은 2008년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신규원전부지 2~3개소 확보)시부터 추진됐다. 이후 영덕을 포함한 삼척과 울진 등에서 신규원전 후보부지로 유치신청을 했으며, 2011년 영덕과 삼척을 신규원전 후보부지로 선정됐다. 정부는 법적 절차를 거쳐 2012년 9월 이곳을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그러나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원전유치반대라는 공약을 내건 후보자가 시장으로 당선된 후, 공약의 이행을 위해 원전 유치여부에 관한 주민투표를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산자부)는 원전사무는 국가사무로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며, 삼척 선관위도 투표 사무의 수탁을 거부했다.

이에 삼척시장은 2014년 10월 9일 자체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67.9%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유치신청 찬반여부는 찬성 14.4%, 반대 84.9%의 압도적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원전사무는 국가사무로 주민투표는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으며, 그 결과가 전원개발예정구역의 지정에 아무런 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삼척 원전 건설 추진에 대해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영덕군 공설운동장 주변 '원전유치 찬반' 홍보 현수막
영덕도 삼척과 마찬가지로 신규 원전 건설이 추진돼 왔지만 뒤늦게 주민투표의 논란에 휩싸였다. 영덕은 지난해 11월 11~12일에 걸쳐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전체 유권자 3만4432명 중 32.53%인 1만1201명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이 넘지 못했다.

주민투표가 실시된 후에 투표자 현황, 투표인명부, 투표 결과 집계 등 여러 면에서 공정성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영덕의 경우도 산업부는 “삼척의 경우와 같이 원전사무는 국가사무라 주민투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국가기관의 관할에 속하는 국가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속하는 자치사무의 구분이 문제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즉 지방사무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된 위임사무와 지방자치단체에 고유한 고유사무를 포함한다. 문제는 ‘원자력행정 중에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에 속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원자력행정의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위임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다.

국가사무는 국가 전체의 이익에 관련된 사무, 전국적으로 통일될 필요가 있는 사무 및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기 어려운 전국적 규모의 사업이나 고도의 기술적 성격을 갖는 사무이다.

김민훈 한국지방자치연구소 연구위원 법학박사는 “그러나 국가사무와 지방사무의 구별이 용이한 것이 아니다. 국가사무와 지방사무는 배타적으로 구분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 들어서 상호 중첩적으로 존재한다”며 “하나의 사무가 부분적으로는 국가사무이면서 지방의 특성에 따라 행해져야 하는 점에서 부분적으로 지방사무에 속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며 “환경업무는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에는 국가사무에 속하면서도 지방에 특수한 환경의 관점에서 보면 지방사무에도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 국가기관과 지방기관은 상호 협력해야 하는 관계에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종래 원자력행정은 전적으로 국가행정으로 여겨져 왔다. 그것은 원자력행정이 고도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이며 전국가적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사무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는 본질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원자력시설의 건설이 지역의 개발, 환경, 지역주민의 안전과 복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관련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 박사는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원자력 시설의 설치는 에너지정책의 문제이고, 원자력의 개발 및 규제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사무로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무”라며 “그래서 원칙상 원자력행정업무는 국가사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 시설의 입지선정 문제도 전국적 차원에서 가장 적절한 장소에 결정되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국가사무에 속한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1조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원자력개발 등 지방자치단체의 기술 및 재정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무를 국가사무로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시설의 설치는 해당 지역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개발, 지역의 환경, 지역주민의 안전 및 복지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원자력시설의 설치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한도 내에서는 원자력시설의 설치에 전혀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최종 결정권한은 국가가 가지지만 지방자치단체의 협력과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하지만 삼척과 영덕의 주민투표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원전 유치신청 사무를 비롯한 원전사무가 국가사무인지 자치사무인지에 대한 여부이다. 이는 우리 주민투표법 제7조 제2항에서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하는 규정 때문이다.

원전 유치신청 사무는 한수원의 유치신청요청에 응한 것으로 유치신청이 원전 개발 사업이라는 행정과정에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유치신청 사무 자체는 국가사무(국가정책에 따른 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신청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와 협력방안=원자력행정을 어떻게 하면 지역과 조화롭게 추진해 갈 수 있는가. 이에 대해 김 박사는 크게 원자력 관련 시설의 설치 이전과 이후로 나눴다.

김 박사는 “먼저 설치 이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그 지역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원개발계획의 수립에 있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수렴,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공청회의 실시를 통한 의견수렴 등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국가의 에너지기본계획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 구성 등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다. 다만 전기사업법 제25조2에 따라 주민의 의견청취만 인정되고 있는데 기본계획의 수립과정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김 박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근거할 때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지역을 배려한 외부통제 측면의 가회적인 견제장치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독일과 같이 원자력에 대한 규제권한을 지방정부에 맡길 수는 없다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이 국가의 원자력행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국가 원자력행정에 대한 참여가 보장될 때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독단이 아니라 주민의 의견이 얼마나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제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방자치단체 역할과 참여의 확대는 성숙한 시민의식, 지방자치단체 장의 합리적 판단 등을 전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함철훈 한양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원자력 정책에 대한 지자체 갈등에 대해 “원자력행정은 국가 고유 행정의 영역으로만 취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원자력행정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지방자치단체의 원자력행정에의 참여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원자력행정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는 이해가 상충하는 대립관계라기 보다 국가권력을 분점하면서 중앙과 지방간의 이해를 조절하는 협력관계”라고 정의했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원자력정책 수립에 적극 참여하면서 지역주민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지역주민의 민원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등 국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함 교수는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원자력안전규제 또는 부수적인 행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국가의 지방행정기관의 지위에서 국가사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형식으로 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따라서 지역개발과 관련되는 한도 내에서의 부지선정 및 방사선환경영향평가와 같은 환경, 건축에 관한 것들에도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금지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원자력행정은 국가적 이익의 사무라고 할 수 있으면서도 지방적 이익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지방사무의 일반적 기준이 되는 주민의 복리라는 개념은 주민의 안전과 건강의 증진도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적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그의 공적 지위로 인하여 원자력문제에 대하여 보다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국가적 이익도 고려하는 지위에 설 수 있다”면서 “아직은 지방자치가 원숙한 단계에 들어서지 못해 지방의회 의원이나 장이 주민의 의견이나 지방적 이익에 너무 끌리는 경향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원자력행정에 대한 참여는 법적인 보장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은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삼척과 영덕에서의 갈등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신규원전과 송전선로 문제는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 때문”면서 “지금까지 정부의 전력정책은 공급우선 정책이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의 전력공급을 위해 발전소와 송전선로 주변지역 주민들이 희생을 겪는 에너지 불평등 구조”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도 이를 인정하고 전력정책의 패러다임을 중앙집중식에서 분산형 전원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지만 삼척과 영덕에 신규원전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최근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전력요금의 현실화와 수요관리 강화, 에너지효율향상 의무화제도(EERS)와 에너지다소비업체에 일정비율의 자가발전 도입 등을 통해 전력수요를 감소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이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의지의 문제입니다. 이럴 경우 신규원전과 초고압 송전선로는 필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노후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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