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립부터 수출까지 ‘성공신화’ 비결…효율적인 인력양성이 ‘한몫’
지속가능한 발전 위해 전문인력 개념 정립, 통계관리모델 개발 급선무

“석탄은 땅에서 캐는 에너지이지만 원자력은 사람의 머리에서 캐내는 에너지이다. 지금부터 젊은 사람을 키운다면 한국은 20년 후 원자력발전으로 전깃불을 켤 수 있는 나라가 될 것이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6년. 무질서와 빈곤이 혼재된 사회복구가 최우선 과제였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당시 ‘원자력전도사’ 미국 에디슨사의 워커 리 시슬러(W. L. Ciser) 박사를 만남으로서 원자력 인력양성과 기술개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특히 국민소득이 70여 달러에 불과했던 당시의 어려운 나라살림에도 정부는 127명의 엘리트를 선발해 미국 아르곤원자력 연구소를 비롯해 영국 등 선진 원자력기관으로 유학을 보냈으며,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한국의 원자력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38년이 지난 2016년. 한국은 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물론 기술자립을 통한 한국표준형(OPR1000)과 신형경수로(APR1400) 원자로를 개발해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다.

아울러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상용원전 뿐만 아니라 요르단 연구용원자로 수출과 2014년 네덜란드 연구로 개조사업 수주에 이어 2015년 중소형원자로 ‘SMART’의 수출 길을 열어 완벽한 원전 수출 포트폴리오 구축과 원자력 기술 공급국으로서의 국제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돌이켜보면 시슬리 박사는 한국의 원자력 개발정책이 태동하게 된 동기를 부연했으며, 원자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꿰뚫어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원자력 인력양성에 대한 의지는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현재의 한국을 ‘세계 5대 원전 국가’로 성장하게 한 시조(始祖)인 셈이다.

◆전문인력 양성 위한 정부 꾸준한 지원 ‘밑거름’
물론 ‘성공신화’ 밑거름은 원자력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정부와 원자력산업계의 꾸준한 지원과 효율적인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원자력 인재양성은 원자력사업에 필요한 각 분야의 기본적인 자원인 인적 자원을 확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내외 교육기관에서 교육과 훈련을 실시해 자격과 능력을 갖추도록 제도적으로 자격을 부여하자는 취지였다.

더욱이 원전은 핵분열이라는 첨단과학을 이용하는 설비라서 원자력 분야 및 원자력 설비에서 일하는 인력의 겨우 최우선적으로 원자력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도록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원자력 인재육성의 목적은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원자력안전문화를 확립하고, 높은 운영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유능한 기술 인력을 확보하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원자력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기초적인 인적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IAEA의 원자력 인적자원개발 편람에는 “600~1300MW의 원전을 가동하려면 계획단계에서 사업 수행까지 약 6000~7000명 정도의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원자력 인력은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전공학과의 수가 타 학문분야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어서 단기간에 배출 인력의 양적 확대에 한계가 있으며, 기초지식 습득이 어려워 진입장벽도 높은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학교 등 교육주체의 의지만으로는 인력양성에 한계가 있으며, 정부기관을 포함해 발전사업자, 설계사, 시공사, 제조사, 연구소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골고루 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UAE 원전과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수주는 ‘한국의 원자력 인력양성’에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됐다. 현재 정부의 원자력분야 인력양성사업은 산업통산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고 있으며, 교육부에서도 마이스터고,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공학교육혁신사업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원되고 있다.

◆2020년까지 신규 추가인력 2만4000여명 예상
최근 한국원자력산업회의가 발간한 ‘2015 원자력교육백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국내 원자력산업분야 전체 인력은 2만8974명(전년대비 2.8% 증가)으로 남성인력은 2만6717명(전년대비 2.4% 증가), 여성인력은 2257명(전년대비 7.5% 증가)으로 조사됐는데 인력비율은 남성 92.2%, 여성은 7.8%로 나타났다.

분야별 인력은 ▲원전운영 및 정비분야 6456 ▲원자력안전분야 3935명 ▲원전 건설·시공분야 3748명 ▲설계·엔지니어링분야 3737명 ▲원자력 지원·관리분야 3510명 ▲기자재 제조분야 3493명 순이다.

국내 원전 건설과 운영은 물론 UAE 사업과 연구로 수출 및 확대, 온실가스 감축 등 국내외적 상황변화로 2020년까지 원전 설계-기자재-시공관리-유지‧보수-운영-연구개발 분야에 총 2만4000여 명의 전문 인력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2012년 수립된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12~2016)’에는 글로벌 원자력 인력강화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했다. 산․학․연이 참여하는 원자력 인력양성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중장기 인력수요․공급 예측을 통한 원자력 인력양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인력양성을 위한 국내 원자력 교육훈련 기관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통합교육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 전문인력 양성 및 채용 지원으로 ▲공공부문 현장 전문인력의 적기 충원을 실시 ▲채용연계형 원전 인턴십 실시 ▲원전 특성화 대학교 육성 ▲원전 마이스터고 지정 ▲폴리텍 대학 학과 개편 등을 통해 안정적 전문인력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원자력 HRD 新모델 ‘KINGS-한국마이스터高’ 주목
원자력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KEPCO International Nuclear Graduate Schoo)는 세계적인 에너지변화 흐름에 앞장서고 원전의 안전한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실무형 지도자급(리더)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5대 원전 공기업의 공동출연으로 2011년 9월에 설립됐다.

원자력 교육의 중심을 전통적인 과목 중심의 강의에서 문제 중심의 팀 프로젝트로 전환하고 학제 간 team-teaching과 team-learning 교과과정 운영은 KINGS 교육의 독특함이다.

해마다 해외학생에 대한 지원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2014학년도에 등록된 재적학생 수는 109명으로 그 중 한국인 학생은 57명이며, 외국인 학생은 52명이다. 외국인 학생들의 국적으로는 ▲말레이시아 ▲케냐 ▲베트남 ▲남아프라카공화국 ▲터키 ▲UAE ▲태국 ▲몽골 ▲인도네시아 ▲우간다 ▲예멘 ▲루마니아 ▲방글라데시 ▲요르단 ▲탄자니아 ▲튀니지 ▲브라질 ▲이집트 등 총 19개국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원자력발전기술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서 KINGS는 긴밀한 산업협력과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발전산업 현장에 융합된 원자력발전 지식과 최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세계 원자력발전 기술의 허브가 되고자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을 수행 중이다.

또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경북 울진군 소재, 구 평해공업고등학교)는 ‘창의 인성을 겸비한 원자력 기술인재 육성’을 비전으로 삼고 2013년 3월 개교했다. 원전산업기계과, 원전전기제어과 등 2개 학과를 개설해 현재 3학년까지 총 240여명이 활기찬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오는 2월이면 첫 졸업생을 배출할 예정이다.

수업과정은 1학년은 필수교과, 직업 기초 위주, 2학년은 직업기초, 전공기초, 외국어 위주, 3학년은 산업수요 맞춤형 교과과정을 배운다. 학급당 20명의 소수 정예, 전교생 기숙사 생활로 교육환경의 최적화를 실현하고 있다. 토익, 국가기술자격시험 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방과후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해외 어학연수,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전문기술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또 원자력 관련기업과 산학협력 협약을 통해 한수원 인재개발원 입소교육, 한울원자력본부 교육훈련센터 입소교육 및 한울원전본부 직원들과의 멘토-멘티 결연 등 다양한 현장체험학습과 산업현장 기술인과의 만남을 통해 자긍심과 전문능력 신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3학년 때는 기업별 산학협력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원자력분야 영 마이스터 인증제’를 통해 ‘산업체 맞춤형 전문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숙련된 글로벌 차세대 기능인력 양성도 필수
글로벌원전기능인력 양성사업단(GNTC, Global Nuclear Training Center)은 경상북도가 2011년 9월 설립하고 세계 최초로 원전 기초 기능교육을 통해 원자력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능 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원전 기능인력 양성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상북도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으로 참여한 글로벌원전기능인력 양성사업단은 ▲정부의 원전정책 추진과 UAE 원전 수출 등에 따른 향후 기능인력 수요증가 대비 ▲원전 건설, 운영, 유지보수에 필요한 기초기능인력 수요를 양성해 공급 ▲국제사회의 기술력에 부응하는 기술 인력 양성이 목적이다.

경상북도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2018년까지 ‘국제원자력기능인력교육원’ 설립의 단계로 시범 운영사업인 GNTC는 산학연에서 실무경험을 겸비한 우수 교수진을 포진시키고 ▲특수용접 ▲배관용접 ▲전기제어 ▲비파괴검사 총 4개 교육 과정을 개설해 2014년 말 기준으로 332명의 교육생을 배출시키는 등 원전 건설과 제조 현장(작업공정별) 등의 기능인력 수급을 담당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 선도할 ‘한국만의 인력양성’ 체계
한국의 원자력 인재육성은 초기 원자력 선진국의 전문 강사를 초빙하는 교육에서 원자력 기술 자립과 함께 자체 교육을 개발해 전문 인력을 교육시킬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변화에 발맞춰 원자력 인력양성도 철저히 달라져야 한다. 원자력 인력역량 강화는 원자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미래의 HDR 프로그램은 중장기적인 인력양성 로드맵 구축,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교육,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교육, 고령화된 전문기술인력의 노하우가 충분히 전수될 수 있는 교육과 국제협력을 염두하고 인력양성 정책으로 재편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관계자들은 “원전 기능인력 양성은 추후 원전산업체 취업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점에서 건설업체와 협력업체(시공+제조) 그리고 전문 교육기관이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원재 원자력교육협력협의회 회장(現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은 “원자력 인력양성 정책의 효율성 제고 및 시의 적절성 확보를 위해 인력수급현황에 기반으로 실질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며 “인력양성 분야뿐만 아니라 원자력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슈가 제기되면서 교육훈련 측면에서의 개별 현황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 전문인력’의 개념을 정립하고 지속가능한 통계관리모델 개발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최신의 인력양성 현황정보와 체계적인 인력양성 DB 관리로 이해관계자간의 상호 지식공유체계를 운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적시성 확보 노력의 하나”라며 “이제는 단편적, 산발적인 인력수급 및 교육훈련 정보를 일원화하고 통합 관리가 가능하도록 국가차원의 인력양성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