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기획]KNICS부터 신한울 1ㆍ2호기 공급까지 15년 장기프로젝트
IAEA 기술검토서 ‘Good Practice’로 최우수등급 평가…국제적 우수성 입증

대한민국 원자력산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신한울 1ㆍ2호기’ 건설 프로젝트. ‘100% 국산화’ 그 중심에는 I&C(Instrumentation and control power supply, 계측제어 공급계통) 기술이 있다.

1990년대에 한국표준형원전 개발로 원전 주기기에 대한 국산화를 완료했지만 3대 미자립 기술로 남아 있던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Man-Machine Interface System) 기술개발을 위해 국내 원자력계는 2001년 7월 원전계측제어시스템개발사업단(KNICS, Korea Nuclear I&C System)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돌입했다.

또 KNICS의 기반 기술을 토대로 2007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Nu-tech 2012’ 사업을 통해 개발된 설비와 기술에 대한 종합적 성능 시험 및 시스템 종합 신뢰성 시험을 수행해 원전 MMIS의 운전성 및 신뢰성을 확인하고 추가로 원자로 노심 보호 계통에 대한 검증 및 인허가 등이 추진했다.

이렇게 확보된 MMIS 기반 기술의 사업적·기술적 사항을 세세히 점검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이 공동으로 ‘핵심기자재 국산화추진단’을 발족해 2007년 6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사업 적용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2009년 7월 31일에 신한울 1·2호기 MMIS 공급이 확정했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산업계는 부단한 노력을 통해 2015년 하반기 신한울 1호기에 납품, 최초 설치를 완료했다.

당시 KNICS 단장을 맡았던 김국헌 두산중공업 원자력I&C BU 전무는 “MMIS는 원자력 발전소의 두뇌와 신경망에 해당하는 고난이도 기술의 집약체로 원전 선진국들이 후발국에게 핵심기술 이전을 꺼려왔던 분야이며, 후발국으로서는 고부가가치 사업이지만 기술개발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산화가 쉽지 않은 분야였다”고 회상했다.

MMIS 국산과 과정은 ▲개발 단계 ▲사업 적용화 단계 ▲사업 수행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개발 단계에서는 2001년 KNICS(원전계측제어시스템개발사업단)를 발족해 2008년 4월까지 국내 산학연의 전문 기관 및 연구 개발자를 통해 원전에 적용되는 안전 등급 제어기(Class 1E PLC)와 비안전 계통제어기(원전용 DCS)를 개발하고 이를 원전용 플랫폼(Platform)으로 적용, 원자력산업에서 요구하는 각종 인허가 및 안전성 관련 요건, 기입증된 최신 기술을 융합, 부합시켜 원전의 보호 계통 설비(RPS, Reactor Protection System), 제어봉 제어 계통 제어 설비(CEDM Control System), 원전 시스템 통합 기술 등 실제 원전에 적용 가능한 요소 기술과 계통 기기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사업 적용화 단계에서는 KNICS의 기반 기술을 토대로 2007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두산중공업 주관으로 ‘Nu-tech 2012’ 사업을 통해 기개발된 설비와 기술에 대한 종합적 성능 시험 및 시스템 종합 신뢰성 시험을 수행했다. 또 원전 MMIS의 운전성 및 신뢰성을 확인하고 추가로 원자로 노심 보호 계통에 대한 검증 및 인허가를 수행했다.

아울러 기확보된 MMIS 기반 기술의 사업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실제 원전 적용 및 운영 시의 사업적·기술적 사항을 세세히 점검하기 위해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설계사인 한국전력기술, 기기공급사인 두산중공업이 함께 ‘핵심기자재 국산화추진단’을 발족, 2007년 6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사업 적용성 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2009년 7월 31일에 신한울 1·2호기 MMI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수행 단계에서는 신한울 1·2호기 공급 계약과 동시에 적용되는 MMIS의 국제적인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하여 2009년 7월부터 2010년 9월까지 IAEA의 기술 검토를 통해 IAEA의 Safety Guide에 대한 부합 여부를 3자 검증 형태로 확인한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와 같은 개발 기술과 입증 기술을 토대로 신한울 1·2호기의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전체 계통에 대한 설계 및 기기 검증(EQ, Equipment Qualification)을 2013년 초반까지 수행하고 2013년 6월까지 1호기 본품 제작을 완료했다. 각 계통별로 사업 일정에 따라 IST(단위 계통별 시험), MMIS-IST(계통 간 연계 시험), FAT(공장 인수 시험)등 MMIS 종합시험을 수행 완료한 후 2015년 하반기에 신한울 1호기 최초 납품을 완료했고, 2호기에는 올해 순차적으로 현장에 공급될 예정이다.

KNICS를 통해 국산화된 원전 디지털 제어기기, 안전 및 비안전 계측제어계통, 원자로노심보호계통 등을 APR1400 후속호기에 적용하기 위한 통합성능검증 설비 구축과 신규 및 가동원전 적용을 위한 원자로노심보호계통 개발 및 인허가 취득을 위해 2007년 8월 1일부터 2010년 7월 31일까지 3년 동안 과제를 진행했다.

‘Nu-tech 2012’ 프로젝트는 소규모, 대규모, 장기 신뢰성 시험을 통해 개발된 설비에 대한 종합적 성능시험 및 시스템 종합 신뢰성 시험을 통해 개발된 원전 MMIS의 운전성을 확인했다.

▲원자로노심보호계통(RCOPS) 검증 및 실증=노심보호계통은 원자로 중심부의 상태와 핵반응도를 감시하고, 과도 상태 발생시 원자로 노심을 보호하는 계통으로 원자로 관련 사고(제어봉 인출/낙하, 냉각재 펌프 고장 등) 발생시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계통이다.

노심보호계통은 원전 MMIS 기술 중 핵심 기술로서, 국내 원전에는 그 동안 해외 선진업체가 공급해 왔으며, 국내 운전되고 있는 노심보호계통의 경우 설비의 노후화에 대한 개선 필요성과 원자로 안전여유도 증진 필요성으로 개선된 노심보호 계통의 개발이 요구되었었다.

두산중공업은 주관기관으로 본 과제에 참여하였으며, 과제를 통해 특정기술주제보고서 2건 인허가 획득, RCOPS 검증용 전산코드/테스트케이스/DB 개발, 소프트웨어 검증 시험 수행 완료, 시제품 제작 및 기기검증을 수행하여 MMIS의 핵심 안전계통인 원자로노심보호계통의 국산화를 완료했으며, 이로 인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원자로노심보호계통은 국산화 과정에서 선행호기 대비 △핵비등이탈률 계산 방법 개선-제어기 기능 향상에 따른 정밀한 알고리즘 적용 △보조정지 인자에 대한 예비정지 경보 추가-보조정지 발생 이전에 운전원이 조치할 수 있는 예비정지 기능 추가 △출력급감발계통 작동 시 가변과출력 정지 방지-출력급감발계통 작동 시 원자로 정지 방지 △제어봉 위치 신호 처리 방법 개선-제어봉 오신호에 대한 처리 알고리즘 개선 등과 같은 개선 사항을 적용했다.

▲원전 MMIS 상용화를 위한 통합검증 기술개발=KNICS 사업의 목표는 원전용 제어기기인 PLC와 DCS를 국산화하고 이들을 기반으로 원전에 공급되는 I&C Package를 국산화하여, 향후 국내 원전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국산화한 제어기기 및 계통을 I&C Package 형태로 신규원전에 공급하기 위해 KNICS 과제에서 개발한 제어기기와 계통은 인허가 요건에서 요구하는 안전성과 운용자의 이용률 요건에 적합하고, 사용자 공급제의요청서(ITB, Invitation To Bid)의 사양을 충분히 만족하도록 설계했다.

김 전무는 “이렇게 설계한 국산화 제어기기 및 계통의 완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통합성능 검증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APR1400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원전을 모사하고, 성능검증 시나리오 및 종합 성능검증 절차를 확립한 후 종합 성능 시험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를 통해 국내업체가 주도적으로 I&C 기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됐고 입증된 제품의 완전성을 바탕으로 국산기기 기반의 I&C Package에 대한 입찰(공급)제의서(Proposal)를 작성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국산화를 이룬 MMIS를 신한울 1ㆍ2호기에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통합성능 검증설비를 통해 시스템 통합 및 기기/계통 기술성 평가 과제에서 수행한 각 과제별 연구개발 결과물을 검토하고 국내외 기술개발 동향을 분석하고 종합 성능 시험을 수행하여 국산화된 기술의 완전성을 입증함으로써 KNICS 연구개발 사업에서 개발한 결과물의 기술적 우수성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내 원자력 산업에서 취약한 기술 분야로 인식되었던 것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국내 신규 및 가동 원전의 MMIS BOP, NSSS I&C 분야 사업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MMIS 설비를 활용해 종합적인 성능 시험설비 구축과 성능 시험을 수행함으로서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면서 ‘한국형 원자력산업’의 완전한 기술자립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새로이 개발된 MMIS 제품과 통합검증시험 결과에 대한 국제적으로 인증된 해외 전문가의 자문검토를 통한 국제 Code 및 Standard 만족여부 검토, 신한울 1·2호기 적용 리스크(Risk) 최소화와 국산 MMIS 해외 수출 시 국제적 위상 확보를 목적으로 IAEA 기술검토도 수행했다.

1차 회의(2009년 7월 15일~2009년 7월 17일)는 IAEA I&C 담당자와 두산 관계자가 검토 Scope, 상세 일정 및 전문가 선정에 대해 경기도 용인소재 두산기술원에서 협의했고 2차 회의(2010년 1월 11일~2010년 1월 16일)는 비엔나에서 기술검토 평가 기준에 대해 협의하였다. 기술검토(2010년 2월 1일~2010년 2월 5일)는 용인에서 IAEA I&C 전문가 8명에 의해 두산의 자료 발표 및 질의ㆍ답변을 통해 기술검토를 거쳐 IAEA는 기술검토보고서를 발행했다.

김 전무는 “기술검토과정에서 도출된 9건의 이슈 사항(추가보완조치 필요 사항) 7개월 후에 개최된 Follow-up회의(2010년 9월 8일~2010년 9월10일)에서 IAEA 기술전문가 4명에게 후속보완 내용을 설명했고 IAEA 전문가는 두산의 후속조치 결과물이 적합하며, 9건 모두 종결됐음을 확인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또 “IAEA 기술검토 과정 중 도출된 이슈는 단기간에 조치하여 이슈를 해소했고 ‘Good Practice’가 8건으로 IAEA의 다른 기술검토 사례보다 많이 도출돼 평가결과는 최우수 등급으로 평가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사업 적용은 ‘순풍에 돛’을 달듯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물론 신기술 적용에 대해 보수적인 국내 원자력산업계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모든 불신과 우려를 잠재운 것은 원전 I&C 엔지니어들의 ‘피와 땀’으로 채워졌다.

김 전무는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은 원전설계핵심코드, 원자로냉각재펌프와 함께 원전 3대 미확보 기술 중의 하나였으며, 기술의 특성상 공급자 외에는 수정 보완 및 복제가 불가능하여 해외 선진 업체가 후발 주자에게는 기술전수를 회피하는 고부가가치 품목이었다”며 “이러한 특성을 가진 원전계측제어시스템을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정부와 출연기관, 그리고 I&C 중소기업 등이 밤낮없이 매진해온 노력에 결과물”이라면서 “특히 국산화 개발을 통해 ‘한국의 원전’은 Total Provider의 위상을 확보함과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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