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기장군청과 부산시청, 국내외 전문가 초청 특별강연
“논란 대상 아닌데 사회갈등으로 번져…기장 미역ㆍ멸치 치명타”

▲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순수365’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은 먹는 물로 안전하며, 미네랄이 첨가돼 물맛까지 매우 좋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기장군청과 부산시청에서 잇따라 열린 ‘해수담수 수돗물의 안정성에 관한 초청 특별강연회’에 국내외 전문가들은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은 역삼투압방식으로 바닷물을 먹는 물로 바꾸는 시설로 단일공정으로는 세계최대 규모이다. 4만5850㎡ 부지에 취수시설, 전처리시설, 역삼투시설, 미네랄 주입시설, 공급시설, 폐수처리시설, 용수저장조, 중앙제어실 등을 갖추고 하루 4만5000t의 먹는 물을 생산한다.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은 바닷물을 취수해 불순물과 미생물 등을 걸러주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 후 역삼투 시스템으로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바꾼다. 마지막 과정에 칼슘·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을 주입해 맛까지 뛰어난 물을 만든다. 핵심시설인 역삼투시스템은 바닷물에 삼투압보다 높은 압력을 가해 16인치 필터를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소비가 적고 정수 효과가 뛰어나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취수하는 바닷물을 공급하는 기장 대변리 해역은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1등급 판정을 받은 청정지역이다. 미국국제위생재단(NSF)이 실시한 247종의 수질 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국내외 어떤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보다 수질이 월등히 우수하다.

그러나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앞두고 ‘삼중수소 오염’에 대해 부산시와 지역주민 및 NGO단체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연일 이어가고 있다.

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는 “아이들에게 방사능 물을 먹일 수 없다”며 오는 19일부터 20일 이틀에 걸쳐 기장해수담수 공급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주민투표를 진행 할 예정이어서 원자력계 안팎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본부장 김영환)는 ▲존 프레스타(John Presta) 캐나다 더럼 지자체 환경국장과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심혜경 해운대백병원 교수 등 국내외 방사능 전문가들을 초청해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지역 주민들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특별강연에서 이들 전문가들은 “기장 해수담수 수돗물은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해수담수화시설 취수지역 주변 원전(고리원자력발전소)으로 인해 수돗물의 인공방사능 물질(삼중수소 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있지만 일반 식품보다 더 안전한 수준으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존 프레스타 국장은 “더럼 지자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달링톤원전과 피커링원전이 위치해 있는 온타리오호수를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온타리오호수 취수원의 삼중수소 최대 허용 기준을 ℓ(리터)당 7000Bq(베크렐)로 잡고 있지만, 실제로는 ℓ당 1~12Bq 정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전 주변 13km(킬로미터) 이내에 5개의 취수원이 있지만 60만3000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수돗물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원전 방사능이 주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 역시 전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존 국장은 “더럼 지자체의 경우 먹는 물 안전을 위해 관련법 제정, 다양한 상수원 보호활동, 최신 정수처리공법 도입, 각종 오염물질 감시, 경보시스템 모니터링 프로그램 운영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원전 주변 상수원 취수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수시설과 비상센터는 물론 필요한 자원ㆍ장비 확보 등 지속적인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우영 박사는 “원폭이나 원전 사고에 의한 고선량방사선 노출은 인체의 질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지만, 일정 수준 이하의 낮은 방사선의 경우 인체 영향에 대한 위험도를 확실히 결정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 박사는 “2013년 UN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가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약 50mSv(밀리시버트)의 저선량방사선에 피폭된 남자 어린이를 조사한 결과, 100명 가운데 0.05명에서 생애 중 갑상선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일반 남자 어린이 100명 중 0.2명보다 낮은 비율”이라고 밝혔다.

또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삼중수소를 방사능으로 환산하면 수십만 베크렐이 들어있는 식품을 일상으로 취식하고 있는데 물 1ℓ에 1Bq이 들어있다고 고민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며 “해수담수화 음용수의 삼중수소는 논란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 사회갈등으로까지 번져 기장지역 미역과 멸치 등 특산물의 매출 급감 같은 지역사회 피해가 우려된다”고 역설했다.

심혜경 해운대백병원 교수는 “방사선은 자연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으며 100mSv 이하의 저선량방사선이 암을 비롯해 백혈병, 심혈관, 백내장 같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하다”며 “오히려 저선량방사선이 생물학적으로 유익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장태래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시설부장은 기장 해수담수화사업 현황 설명을 통해 “기장 해수담수화사업은 1991년 페놀사고 등 수질사고에 취약한 낙동강을 대체할 수 있는 양질의 원수를 확보하고 상수원 다변화를 통해 맑은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부장은 “취수 지역이 고리원전과 11.3km로 근접해 있다는 이유로 해수담수화 음용수에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포함 우려가 제기돼 100여회에 걸쳐 미국국제위생재단(NSF) 등 전문기관에 수질검사를 의뢰했으나 한 번도 검출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2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 의혹, 부산시 “근거없는 내용” 반박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21개 NGO단체는 지난 12일 서울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후쿠시마 사고 5주기 추모와 기억의 문화제’를 가졌다. /사진출처=환경운동연합
이틀에 걸친 특별강연회를 지켜본 지역 언론들은 “1992년 캐나다 피커링 원전에서 삼중수소 유출사고로 인해 1년간 취수중단으로 수돗물 공급 대신 시판생수를 공급했다. 온타리오 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 암 발병율이 2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미국 뉴욕 주의 허드슨 강의 담수화시설 건립이 삼중수소 우려로 취소됐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에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4일 보도자료 통해 이를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1992년 피커링 원전에서 삼중수소 유출사고로 1년간 취수중단으로 시판생수를 공급한 적은 없으며, 당시에도 취수중단은 하루에 그쳤으며, 비축된 수돗물을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또 온타리오 주 통계 자료에 따른 이 지역 암 발병율이 2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내용도 “근거없는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온타리오 주(州)에서만 암 발생율이 2배 증가 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온타리오 주 정부에 의해 18개의 암 그룹과 5개 타입의 선천성 질병과 사산아에 대한 자료를 인용해 138개 지역그룹을 비교한 결과, 타 지역과 동일하며, 특별히 온타리오 지역만 암 발생율 등이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상수도사업본부는 “미국 뉴욕 주의 담수화시설의 설치계획 취소는 기장해수담수화시설 설치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뉴욕 주의 담수화시설 취소 사유는 첫째 민간 물기업인 ‘수에즈’에서 1800억 원의 건설비용을 주민에게 부담시켜 수도요금이 톤당 2200원까지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또 “설치 예정지인 허드슨 강은 강폭이 좁고 5.6km 직 하류에 위치해 원전오염 사고 시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기장해수담수화 시설은 북동진하는 해류의 특성과 취수원이 원전에서 11.3km 남쪽에 떨어져 있어 허드슨강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더구나 기장의 경우 지난 1년간 118회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 인공방사성물질은 1종도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일축했다.

한편 김영환 부산상수도사업본부장은 “2014년 12월 부산기장해양정수센터 완공 이후 방사성물질분석감시센터를 구축해 바닷물과 담수화 수돗물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으며, 매일 정밀 분석하는 등 최고 수질의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국내외 방사능 전문가들의 특별강연이 기장 해수담수화 수돗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