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학회, 26일 ‘…관리,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워크숍
업계 “국가차원의 사용후핵연료 정책…중요 이정표 제시” 환영
URL 역할과 현황 점검, 산학연 역할분담 기술개발 효율성 제고

▲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조

[목포=김소연 기자] 사용후핵연료 이슈는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의 중요한 관심사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숙제는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아우르고 가장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 건인지, 그런 방향성을 결정하기까지는 긴 여정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법 제2조 18호에서 “방사성폐기물이란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의 관리는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자로부터 방사성폐기물을 인수하여 운반·저장·처리 및 처분하는 것과 이를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의 범위는 방사성폐기물의 운반, 저장, 처리 및 처분 사업과 관리 시설의 부지 선정, 건설, 운영 사업 및 폐쇄 후 관리,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홍보가 포함되며, 연구 개발,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대사업까지 포함된다. 아울러 이 모든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10조에 의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수행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포함한 고준위방폐물 정책 1983년부터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은 1983년부터 역대 여러 정부에서 9차례(▲울진ㆍ영덕ㆍ영일(1986~1989) ▲안면도(1990~1991) ▲안면도 등 7개(1993) ▲양산ㆍ장안ㆍ울진ㆍ기성(1993~1994) ▲굴업도(1994~1995) ▲영광ㆍ고창 등 7개(2000~2001) ▲울진ㆍ영덕 등 4개(2001) ▲부안(2003~2004) ▲울진 등 10개(2005) 신청)에 걸쳐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그러나 그 과정은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교훈을 얻는 끊김없는 공론화 과정이었고 그 토대 속에서 2005년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경주시민의 주민투표(89.5% 찬성)로 부지를 확보했으며, 지난해 8월 1단계 사업이 준공됐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에서 매년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으며, 원전 내 저장(건식 및 습식) 시설에 안전하게 저장 관리되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핵주기정책 연구분과와 사용후핵연료관리 연구분과는 전남 영암군 소재 현대호텔 목포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워크숍(사진)을 가졌다.

먼저 전날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대해 윤청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환경과 사무관은 “2003년 10월부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개월간 폭넓은 의견수렴 활동을 거쳐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 완료했고 이번에 정부는 공론화위원회가 제안한 핵심사항을 최대한 존중해 국가차원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관은 “1983년 이후 30년 이상 관리절차가 불확정상태인 만큼 역대 정부가 쌓아 온 정책적 자산의 연속선상에서 현 정부가 정책방향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내외를 포괄해 관리시설 부지확보를 추진하되, 지하연구시설(URL),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동일 부지에 확보하는 방안 추진하고 더불어 국제공동저장·처분 방식도 국내 고준위방폐물 관리시설과 대등한 수준에서 경제성 등을 감안해 추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종걸 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사업팀장은 ‘국내 사용후핵연료 관리현황 및 전망’을 발표하면서 사용후핵연료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쓰는 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며, 이때 나온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핵연료를 일정기간 원자로 내에서 연소시키면 더 이상 충분한 열을 생성시키지 못하고 때문에 계속적인 전력생산을 위해 새로운 핵연료로 교체하고 연소된 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인출한다. 이때 원전의 연로가 사용되고 난 후 인출된 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로 부른다.

김 팀장은 “사용후핵연료는 외형상 사용전핵연료와 차이는 없다. 핵분열 연쇄방응으로 수많은 불안정한 핵종이 생성돼 있으며, 이 불안정한 핵종이 안정화되는 과정(방사성붕괴)으로 인해 방사선과 붕괴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3월 말 기준으로 24기 원전 내 저장시설용량 1만9562t 중 약 1만4608t(▲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 2만4273다발 ▲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 49만9632다발)이 저장 중이며, 현재대로라면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과 고리, 2037년 한울, 2038년 신월성 순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경주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1단계 시설의 핵심시설인 지하(80~130m) 사일로(silo)는 ‘아시아 최초의 동굴처분장’으로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부 직경 24m, 높이 50m의 원통형 구조물로 사일로 6기에 각 1만6700드럼씩 총 10만 드럼을 저장할 수 있다.
◆URL 활용, 처분시설 굴착‧밀봉회수기술 등 안전성 실증
이어 윤정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처리·처분연구실장은 ‘국내외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개발 현황’을 설명하며 “처분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자연으로 되돌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스위스, 스웨덴, 프랑스 등은 30년 이상 관련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처분사례가 없었지만 최근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심지층 처분시설 건설이 본격화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영구처분시설 운영 가시화와 처분시설 개발 분위기가 성숙됐으며, 중국 등 원전 후발주자들에게도 사업자 주도의 연구용 또는 인허가용 URL 확보는 처분기술 개발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우리나라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국내 지질여건과 상황에 맞게 체계적인 처분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원자력환경공단은 처분사업 주체로서 일관성과 지속성 있는 중장기적 관점의 처분기술 확보 전략을 수립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연료주기기기술개발본부 박사는 “파이로프로세싱이 실용화되면 사용후핵연료를 직접 처분할 경우에 비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량은 20분의 1로 감소시킬 수 있다”며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재처리, reprocessing)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기술개발 현황에 대해 언급했다.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은 고온(섭씨 500∼650℃)의 용융염을 이용,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 유용한 핵물질을 분리해내는 기술이다. 공정 특성상 플루토늄의 단독 회수가 불가능해 핵확산저항성이 뛰어나고 회수한 핵물질을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에서 재순환 소멸시킴으로써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구 박사는 “현재 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준공된 공학규모 파이로 일관공정 시험시설 PRIDE(PyRoprocess Integrated inactive DEmonstration facility)를 활용해 국내 고유 원천기술로 개발한 파이로 공정기술(전처리-전해환원-전해정련-전해제련-염폐기물 재생)에 대한 모의 핵연료를 이용한 파이로 일관공정 연계성 증진, 실용화를 위한 용량 증대 성능시험과 더불어 안전조치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PRIDE는 파이로 공정별 성능, 공정간 연계 운전성, 원격 운전성, 유지 보수성 및 핵확산저항성 평가 등이 가능해 향후 실용화 규모 파이로 공정 구축을 위한 설계자료 생산 및 파이로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정부, 월성의 임시저장시설 증설 “잡음부터 해결해야”
발표된 기본계획(안)에는 원전 가동 38년 만에 최초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담겨있어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정부와 원자력계의 입장이지만 반면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인 처분장 부지선정에 대한 구체적 선결과제’ 등이 담론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오는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고리, 한빛, 한울원전에서 순차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 포화가 예상된다.
이날 워크숍에 패널토론자로 참석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2019년 월성의 임시저장시설 포화가 도래해 급하다면서 핵심 쟁점 빼놓고 40여년 뒤 계획을 담은 ‘고준위방폐물 로드맵’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에 대해 정부가 집중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주민투표 당시 방폐물유치지역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을 경주에 짓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원자력발전소 관계 시설이라 괜찮다’는 논리로 경주에 맥스터(건식저장조)를 증설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들과 주민투표까지 하면서 약속한 내용을 허술한 관련 법령을 빌미로 뒤집어 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는 그는 “6월로 예정돼 있는 단편적인 공청회와 몇 가지 의견수렴 절차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늦었지만 부실한 공론화 절차를 다시 밟고 지역주민과 시민사회 등이 함께 만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계획이 재수립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기본계획(안)에서 밝힌 시점에 서둘러서 부지를 선정할 경우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의 안정성은 인간의 기술만으로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후핵연료 처분의 안정성을 십 만년 내지 만년 이상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자연 방벽을 갖고 있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하지만 사용후핵연료가 처분되는 350~500m 지하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따라서 처분장의 자연방벽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리며 스웨덴과 스위스의 경우 부지선정에 30~40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4년 말에는 중‧저준위와 고준위 처분장을 따로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경주가 중‧저준위 처분장 부지로 선정됐다”며 “하지만 공사 중 경주 처분장의 지질학적 자연방벽 조건이 매우 나쁨이 확인돼 사회적 갈등이 유발됐고 현재 주민들의 위험성을 감수한 채 경주 처분장이 운영을 시작해 앞으로 300년간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오 교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선정 사전합의 조건에 대해 “지질학적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특히 과거처럼 지하연구 결과 지질학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고준위 처분장으로 선정해서는 안 됨은 물론 안전성이 확인된 부지라도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처분장으로 선정해서도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번 기본계획(안)의 토대가 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권고안’을 마련했던 공론화위원회는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큰 틀에서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내용을 수용해 그 골격을 유지학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고준위방폐물 관리의 핵심이자 동력인 기술개발을 강조한 것은 기본계획이 탁상공론이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견해를밝혔다.

다만 “관리주제를 새롭게 확정하지 않고 다양한 기술 분야와의 협력을 강조하기보다 운반, 저장, 처분분야와 재활용분야 각각의 기술개발의 책임주체를 구분한 것은 사회적으로 요구하는 기술개발을 최우선으로 삼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여지를 내재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공론화위원회는 “모자란 점을 비판하기보다 채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심으로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관리하도록 정부를 독려하는 길임에 틀림없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정부의 열정과 실천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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