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KORAD, 8~9일까지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심포지엄’
국내외 전문가 300여명 참석…처분장 확보 노력‧국제공조 증진 논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칙의 핵심내용은 후세대에 부당한 부담을 부과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인간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높은 방사선과 고열을 지닌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는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의 숙제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법 제2조 18호에서 “방사성폐기물이란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다)”로 정의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의 관리는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키는 자로부터 방사성폐기물을 인수하여 운반·저장·처리 및 처분하는 것과 이를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의 범위는 방사성폐기물의 운반, 저장, 처리 및 처분 사업과 관리 시설의 부지 선정, 건설, 운영 사업 및 폐쇄 후 관리,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홍보가 포함되며, 연구 개발, 인력 양성, 국제 협력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대사업까지 포함된다. 아울러 이 모든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은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10조에 의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이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은 1983년부터 역대 여러 정부에서 9차례(▲울진ㆍ영덕ㆍ영일(1986~1989) ▲안면도(1990~1991) ▲안면도 등 7개(1993) ▲양산ㆍ장안ㆍ울진ㆍ기성(1993~1994) ▲굴업도(1994~1995) ▲영광ㆍ고창 등 7개(2000~2001) ▲울진ㆍ영덕 등 4개(2001) ▲부안(2003~2004) ▲울진 등 10개(2005) 신청)에 걸쳐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사회적 갈등을 풀어가는 교훈을 얻는 끊김없는 공론화 과정이었고 그 토대 속에서 2005년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경주시민의 주민투표(89.5% 찬성)로 부지를 확보했으며, 지난해 8월 1단계 사업이 준공됐다.

그러나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에서 매년 800t의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가 발생하고 있으며, 원전 내 저장(건식 및 습식) 시설에 안전하게 저장 관리되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3월 말 기준으로 24기 원전 내 저장시설용량 1만9562t 중 약 1만4608t(▲경수로형 사용후핵연료 2만4273다발 ▲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 49만9632다발)이 저장 중이며, 현재대로라면 2019년 월성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 한빛과 고리, 2037년 한울, 2038년 신월성 순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이는 2024년 이후부터는 별도의 저장 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이를 수도 있다.

◆해외전문가, 공론화위원회 통한 ‘韓 중장기로드맵’ 높은 관심
이에 각국의 공통 관심사인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 관리정책의 필요성과 관리시설의 안전성, 국민신뢰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서울에서 열렸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형환)가 주최하고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사장 이종인)이 주관하는 ‘제3차 방사성폐기물안전관리 국제심포지엄(2016 SaRaM)’이 8일부터 9일까지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3번째 열리는 이번 국제심포지엄은 국제기구(IAEA, OECD/NEA, 美 DoE), 해외 폐기물 관리기관(프랑스 Andra, 스웨덴 SKB, 스위스 Nagra 등), 대사관(핀란드, 아르헨티나, 이란, 일본, 호주, 영국) 등 국내외 안전관리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해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와 기술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해외 전문가들은 지난달 25일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 주고 있으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 문제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활발한 의견 교류가 기대된다. 심포지엄 첫날인 8일에는 기조연설과 전문가토론회가, 둘째 날에는 각국 전문가들의 기술세션과 경험담 공유의 장이 마련된다.

먼저 기조연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정동희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국장)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한국의 고준위 방폐물관리 기본계획(안)’을 소개하며 “2003년 10월부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20개월간 폭넓은 의견수렴 활동을 거쳐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 완료했고 이번에 정부는 공론화위원회가 제안한 핵심사항을 최대한 존중해 국가차원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국장은 “정부는 우선 과학적인 조사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오는 2028년까지 건설부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며 “부지선정을 위해선 20~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조직을 설치하고 기본조사와 지역공모, 주민의사확인 절차 등을 거쳐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필요한 지하연구시설(URL, 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과 중간저장시설 등은 경제성과 안전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동일부지에 만들기로 했으며, 부지가 확보되면 중간저장시설은 7년 동안 건설해 가동하고 영구처분시설은 오는 2053년부터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국장은 “안정성 확보를 위해선 핵심관리 기술을 적절한 시기에 확보할 계획이며, 산·학·연간 역할분담을 통해 운반과 저장, 처분 등 분야별 핵심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되 필요할 경우 국제공동연구도 병행하기로 했다”면서 “아울러 지난해 11월 개정발효된 ‘한‧미원자력신협정’에 파이로 프로세싱 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기술협력 등 다양한 제도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 사용후핵연료 발생현황과 관리 /출처=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인포그래픽
이어 크리스토페 세리(Christophe Xerri) IAEA 핵연료주기/폐기물 국장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44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영 중이며, 해매다 1만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되고 지금까지 총 40만톤의 사용후핵연료가 재처리되거나 각 원전 내 습식/건식 저장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64기가 건설 중으로 앞으로는 관리할 사용후핵연료가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스토페 국장은 “사용후핵연료는 발생국가 처리가 원칙이지만 경우에 따라 안전한 방안과 합의에 따라 당사자 국가끼리 처리할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세계적으로 처분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발생국가에서 처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사용후핵연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술 플랜도 중요하지만 사회와 합의를 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상대방의 우려상항들도 플랜에 반영해야 한다”며 “아울러 미래세대를 위해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사용후핵연료를 잘 관리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또 마이클 시먼(Michael Siemann) OECD/NEA 방사선방호국장이 ‘사용핵연료 관리 신뢰 제고의 중요성’을 주제로 “국제적으로 봤을 때 ‘한국 고준위 관리 로드맵’은 단계적인 부지선정 과정 등 국제적으로 권고하는 것과 일치하다”며 “한국의 동료들은 국제조직 IAEA를 비롯해 OECD NEA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어서 국제적인 접근과 비슷한 로드맵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마이클 국장은 “부지선정 시 합의를 기반으로 하는 절차, 인허가용 지하연구소를 건설하는 것도 국제적 관행과 일치하다”면서 “무엇보다 심지층 처분장의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실증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 로드맵 플랜이 한국의 고준위방페물 단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주요국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동향 /출처=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인포그래픽
◆스웨덴 포스마크 처분장, 1만회 이상 주민과 만나 수용성 이끌어

기조연설에 이어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의 사회적 신뢰제고 방안’을 주제로 국제전문가, 언론, 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토론에서 패널리스트들은 “사용후핵연료는 세계적으로 30여개 국가에서 엄격한 규정과 관리 아래 저장하고 있으며, 국민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관리의 안전성과 효율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이번 기본계획도 세계적 추세와 흐름을 같이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 에너지성(DOE, Department of Energy)의 티모시 프레지어(Timothy Frazier) 수석고문은 “한국 정부의 기본계획(안)은 미국 블루리본위원회의 권고안과 유사하다”면서 “1982년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처분을 결정한 미국은 1987년 네바다주의 유카마운틴을 처분장 부지로 선정했다가 철회했다. 이어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유카마운틴 프로젝트 백지화 방침을 밝힌 이후 ‘단계별 동의 접근방식’을 정책기조로 삼고 새 부지 선정을 추진 중이인데, 이 방식을 권고한 주체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조직인 블루리본위원회”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웨덴 방사성폐기물관리기업(Svensk Kärnbränslehantering, SKB)의 마그누스 홀름크비스트(Magnus Holmqvist) 시장은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도 유치하고 있는 포스마크(Forsmark)는 2002년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지하 처분장 후보지로 부상했다. 여러 지방단체가 참여한 선정 절차에서 포스마크는 77%에 달하는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으면서 2009년에 최종 부지로 선정된 바 있다”고 언급했다.

마그누스 사장은 “SKB는 2011년에 처분장 건설을 신청했으며, 현재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서 “스웨덴 원전당국은 오는 2017년에는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SKB는 2020년대 초에는 건설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밝혔다.

실제로 스웨덴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는 1977년부터 시작된 부지적합성조사를 통해 1981년 3개 후보지역 중 포스마크로 결정됐다. 건설초기 시민 및 환경단체의 반대가 있었지만 토론회, 설명회, 각종 홍보물 등을 통해 시설의 안전성을 설득했고 주민들은 이미 원전 운영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이해했다.

포스마크 방폐장 운영은 SKB가 맡고 있는데 다른 국가들과 달리 방폐장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보상이나 지원이 전혀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하지만 사회기반시설 등 간접적 지원과 더불어 국내외 관광객 덕분에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고용효과도 창출됐다.

특히 스웨덴 정부와 SKB는 포스마크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립 단계부터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1만1000회 이상 주민들과의 만남을 갖는 등 국민들과의 상생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국민수용 과정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세대 타운홀 미팅‧아트페스티벌 등 이색행사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국민소통을 위한 다채로운 이벤트도 준비됐다. 서울지역 3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래세대 타운홀미팅’과 사용후핵연료를 만화와 사진으로 쉽게 표현한 아트 페스티발 ‘WAYS OF SEEING’ 등 유례없는 특별행사로 눈길을 끌었다.

둘째 날에 열리는 기술세션에는 미국 DOE, 독일 TUVNORD, 스웨덴 SKB, 핀란드 Posiva, 프랑스 ANDRA, 일본 NUMO, 영국 NDA, 대만 AEC 등에서 주요인사들의 기술세션 발표에 국내외 전문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세계 처음으로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착수한 핀란드 POSIVA社사 관계자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핀란드의 방폐장 부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의 경험담을 들려줄 예정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8일 개회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최초로 고준위방폐물 중장기 안전로드맵이 제시된 만큼 앞으로 착실하게 추진하겠다”면서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므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안전확보를 위한 기술개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 대해 오는 17일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7월 총리 주재의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기본계획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기본계획(안)은 현재에서 최선의 관리방식을 선택하면서 현실적 대안도 감안한 것으로, 향후 여건변화를 반영해 5년 단위로 보완하고 과학 조사, 부지선정 등 투명한 절차를 담은 ‘고준위방폐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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