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관리 기본계획(안)’ 각계 전문가 패널토론 예정돼
NGO단체 원전지역주민 공청회 무산주장 ‘고성과 욕설’ 난무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공청회가 정부와 지역주민, NGO단체 등 이해당사자간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더케이호텔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정부는 지난달 25일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설명하고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한양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회장, 송기찬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이윤실 이회여대 악학과 교수, 정주용 한국교통대 행정정보학과 교수, 박방주 가천대 전자공학과 교수, 박수정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박의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공간연구실장 등이 참석하는 패널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과학적인 조사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오는 2028년까지 건설부지를 확보하고 부지선정을 위해선 20~3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적 조직을 설치해 기본조사와 지역공모, 주민의사확인 절차 등을 거쳐 부지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필요한 지하연구시설(URL, Underground Research Laboratory)과 중간저장시설 등은 경제성과 안전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동일부지에 만들기로 했으며, 부지가 확보되면 중간저장시설은 7년 동안 건설해 가동하고 영구처분시설은 오는 2053년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거쳐 7월 총리 주재의 원자력진흥위원회를 통해 기본계획안을 확정할 계획이며, 향후 여건변화를 반영해 5년 단위로 보완하고 과학 조사, 부지선정 등 투명한 절차를 담은 ‘고준위방폐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가칭)’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었다.

◆원전지역주민 “지역주민 무시한 고준위 정책 전면 백지화”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사전에 개최 일정이 공개되면서 환경운동연합과 에너지정의행동 등 NGO단체와 경주‧영덕 및 한빛원자력발전소 범군민대책위원회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공청회장에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들은 공청회가 시작된 10시부터 공청회장 단상을 점거한 후 “원전 지역주민 의견 무시한 채 추진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졸속적인 정부안 발표와 허울뿐인 공청회 무산”을 외쳤다.

한빛원자력발전소 범군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2053년부터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안에는 각 원전별로 임시저장에 대한 기한도 없으며, 최종처분장 부지 미확보 시 대책도 없다”면서 “무엇보다 이 모든 사안을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과 먼저 논의해야함에도 불고하고 원전과 먼 거리인 서울에서 공청회를 개최한 것은 지역주민을 무시한 처사”라면 강력히 반발했다.

이에 산업부 관계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정책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원전이 위치한 고리, 영광, 경주(월성), 울진지역을 순회하며,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시간 가까이 주민들의 ‘공청회 무산’ 반발은 계속됐고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이 긴급하게 공청회장을 찾아 권영길 경주시의회장 등 지역주민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지만 양측 모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산업부는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투입된 경호업체의 경호를 받으며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 기본계획(안) 내용을 설명한 후 공청회를 마무리했다. 그로 인해 공청회장은 일순간 고성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장으로 돌변했다.

◆원자력계 “가시밭길 험난한 여정 첫발 내딛었지만 의미 커”
이번 공청회를 지켜본 원자력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극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정부안이 이해당사자들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들은 “비록 이번 공청회가 고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첫 발을 내딛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면서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선진사례로 꼽히는 스웨덴과 핀란드, 프랑스 등을 교훈 삼아 향후 정부와 주민 그리고 원자력계가 끝없는 인내심을 갖고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실제로 세계 최초로 고준위방폐물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한 핀란드 역시 30년 넘게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적인 제도와 투명한 결정절차를 통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용하며, 국민과 주민의 신뢰를 받았다는 것이 핀란드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있어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유이다.

또 스웨덴 정부는 포스마크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립 단계부터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1만1000회 이상 주민들과의 만남을 갖는 등 상생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국민수용 과정에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사용후핵연료 관리 로드맵을 마련하고 첫 발을 내딛어야하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원전지역주민 복수의 관계자들은 “주민들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사용후핵연료의 안정적인 관리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2005년 마련된 방폐장 유치지역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 관련 시설은 방폐장 유치지역에 건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월성원전에 건식저장시설(맥스터)을 건설하려고 하는 등 정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들은 “결국 영구처분시설이 본격 운영되는 2053년 전까지 소내 임시저장이 불가피하고 그에 대해 직접 당사자인 지역주민들과 사전에 직접 논의했어야 함에도 정부는 그 같은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지역주민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그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정부는 더 성실히 주민들과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산업부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 공청회는 회의 진행방해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안건발표 등 소정의 절차 및 의견개진이 이뤄진 것으로 보아 계획대로 완료됐다. 향후 지역설명회 등을 통해 더욱 소통에 노력할 것”이라며 공청회 관련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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