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본 로카쇼무라에서 사용후핵연료 해법을 묻다②]
로카포가 온천ㆍ문화교류플라자 등 지역상생 프로그램 세월속에 녹아

도쿄에서 북쪽으로 600km, 미자와시에서는 40km 북쪽의 태평양쪽에 위치한 로카쇼무라(六ヶ所村).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북으로 꼬박 3시간 여를 달려 도착한 로카쇼무라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로카쇼무라는 일본 혼슈 북단 아오모리현의 시모키타 반도가 시작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북으로 약 33㎞, 동서 약 14㎞, 면적 253평방㎞로 북부지역은 전형적인 산악지대이고 중남부는 구릉지대로 1개의 호수와 4개 늪을 갖고 있다.

전체 인구가 1만1000명 정도이고 주민의 대부분은 농업과 어업·낙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고구마와 연근, 참마 등 뿌리채소(근채)만 자랄 정도로 토질이 좋지 않은 북동 지역에 속한 로카쇼무라는 특히 더 낙후해 주민소득 890만 원으로 전국 평균의 절반에 겨우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로카쇼무라는 전통적인 농업·수산업과 함께 어울리지 않게 시모키타 반도(下北半島, しもきたはんとう)를 따라 일본원연 주식회사(JNFL, Japan Nuclear Fuel Limited)가 운영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혼합산화물연료(MOX) 제조공장, 저준위방사성폐기물매설센터 등 원자력발전의 핵연료 전주기 시설이 들어서 있다.

일본 내 전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의 대부분이 이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또 로카쇼무라 인근 무츠시에는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인 리사이클연료비축센터(Recyclable-Fuel Storage)와 히가시도리 원전, 그리고 오마지역에도 원전이 건설돼 본격적인 상업 운전을 앞두고 있어 가희 ‘아시아의 셀라필드(Sellafield) 원자력단지’라는 별칭을 얻을 만하다.

한편 지난 23일 한국원자력신문을 비롯한 전력에너지전문지 기자단은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함께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원자연료 주기시설 단지를 찾았다. 오는 10월까지 로카쇼 원자연료주기시설에 대한 시찰 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는 탓에 기자를 비롯한 기자단은 ‘로카쇼 원자연료주기시설 PR센터’와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인 ‘문화교류플라자’ 그리고 농구를 즐길 수 있는 체육시설 등을 둘러봤다.

◆25년차 로카쇼무라 PR센터, 年 5만명 방문객 다녀가
로카쇼무라에서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로카쇼 원자연료 주기(사이클)시설을 홍보하는 PR센터. 사카이 PR센터 부관장은 “아오모리현은 환경과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 수립에 나섰다. 1971년 국가석유콤비나트를 유치하려고 정부, 민간, 현이 공동으로 출자해 5280헥타르(170만평)의 무츠-오가와라공업기지를 마련했다”면서 “하지만 1973년에 발생한 석유파동으로 원래 계획이 대폭 축소됐다. 결국 석유비축시설만 구축하게 돼 현재 1만1000㎘ 용량의 석유저장탱크 51개가 들어섰다”고 로카쇼무라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카이 부관장은 “아오모리현은 다른 산업시설 유치에 나서 1984년 원자력 관련 산업 단지 조성을 결정했다. 일본의 9개 전력회사 연합체인 일본전기사업연합회는 1984년 4월 넓은 부지, 견고한 지반, 해상수송물량 하역을 위한 항구 조건 등을 갖춘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등을 갖춘 원자력 종합관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물론 당시 원자연료 사이클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방사성폐기물 시설에 대한 일반인들의 협조와 이해를 얻기 위해 PR센터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미뤄 짐작 할 수 있었다. PR관에서는 방폐장 시설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안전장치가 돼 있는지를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모형으로 제작해 이해를 돕고 있었다.

사카이 부관장은 “현재 PR센터를 찾는 방문객은 연간 5만 명에 이르고 있지만 최대 연간 10만 명의 사람들이 이것을 방문했다. 그 중에 한국 방문객도 몇 천명은 다녀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상반기 재처리 운영…핵연료 전주기 실현
로카쇼무라 원자연료 주기시설은 1985년 4월 지질조사와 사업허가 과정을 거쳐 관련 시설 건설에 착수했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1988년에 착공해 1992년 우라늄 저장동, 중앙제작동, 캐스케이드동 등 4개 건물과 시설을 완공하고 시운전을 시작했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1차로 1년에 150톤SWU(우라늄분리작업 단위)처리시설을 갖춘 뒤 연차적으로 150톤씩 증설해 최종적으로는 1500톤 SWU를 원심분리법에 의해 농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됐다.

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1986년 8월부터 준비에 착수, 1990년 일본 과학기술청으로부터 방사성폐기물 1차분 20만 드럼을 저장할 저장소 건설허가를 얻어 1992년 12월부터 운영을 개시했다. 200리터 드럼통 300만개를 처분할 수 있는 시설로 1992년 조업을 시작했다. 2015년 9월말 현재 1호 매설지에는 약 14만8000개, 2회 매설지에는 약 13만1000개를 저장하고 있으며, 현재 3호 매설지 건설을 준비 중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센터는 1995년 건설 시작해 해외에서 위탁 재처리 후 반환 회수연료물질 및 폐기물의 유리고화체 저장용량은 2880개이다. 2015년 9월말 현재 1698개가 들어와 있다. 프랑스에서 2007년까지 1310개가 들어와 사업이 종료됐고, 영국에서 388개가 들어왔으며, 향후 2200개가 더 반입될 예정이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된 폐연료봉과 페연료는 방사선을 막아주는 두께 2.5m의 철판으로 둘러싼 원통형 용기 캐스크에 넣은 뒤 시설 내부에 차례차례 쌓아 보관한다.

무엇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장 위치가 지상에 위치해 있으며, 물이나 전기가 필요 없는 자연냉각 방식을 도입해 설계했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을 자연적인 공기 흐름에 따라 식혀줄 수 있는 구조로 시설을 만들었다. 전원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전이나 기타 사고 시 폐연료에 대한 냉각 여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PR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의 시골마을 로카쇼무라가 전 세계 원자력계의 이목을 받고 있는 진짜 이유는 바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핵비보유국이지만 유일하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이다.

1966년 최초의 상업 원자로를 가동시킨 이후 총 53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우라늄 가격에 관계없이 우라늄 이용도를 최대화”라는 정책기고에 따라 현재 우라늄 농축부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MOX 연료 생산에 이르는 핵연료 전주기(Nuclear Fuel Cycle)에 걸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시설은 일본 전역에서 발생하는 1000톤/년 규모의 사용후핵연료의 80%에 해당하는 800톤을 재처리해 원전연료로 재활용할 계획이다. 2018년 상반기 준공를 목표로 현재 99%의 종합공정률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 일본원연은 ‘궁긍적 안전기능 및 설비성능 확인을 위해’ 완공된 일부 시설에서 19차례에 걸쳐 425톤 재처리 시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또 일본 내 경수로(BWR, PWR)용 혼합산화물연료(Mixed Oxide Fuel, 플루토늄과 우라늄이 혼합) 공장도 2019년 상반기 준공될 예정이다.

일본 전역에서 발생하는 1000톤/년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중 80%에 해당하는 800톤이 이곳에서 재처리돼 원전연료로 재활용될 계획이다. 내년 3월 준공목표로 현재 99%의 종합공사진척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425톤을 시험 재처리했다고 한다. MOX연료공장은 2017년 10월 준공될 예정이다.

◆원자연료 주기시설 유치로 지역경제 활성화 ‘UP'
‘혐오시설’로 푸대접을 받을 수 있는 원자연료 주기시설 유치로 인해 로카쇼무라를 비롯해 아모모리현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전원 개발의 이익을 로카쇼무라 지역에 환원시키도록 ‘전원 3법’을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1988년부터 2005년까지 약 4200억 원의 특별 교부금을 지급받았다.

전원 3법은 일반 전기사업자에게 전원개발촉진세를 부과하는 전원개발 촉진세법, 촉진세로 인한 수입을 시설설치 보조금으로 내주는 전원개발 촉진대책 특별회계법, 공공시설 정비를 촉진하고 지역주민의 복지 향상을 도모하는 발전소 시설 주변지역 정비법이다.

1980년 1인당 1년 주민소득이 전국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했던 로카쇼무라는 1990년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같은 원자력 관련 산업 시설을 유치하면서 주민소득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2000년 3200만 원으로 아오모리현의 평균치인 2520만 원보다 훨씬 높고, 일본 전체 평균인 2990만 원도 웃돈다.

로카쇼무라의 산업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1985년에 1차 산업이 41%, 2차 산업이 22%, 3차 산업이 37%였던 것이 2000년에는 1차 산업이 14%, 2차 산업이 45%, 3차 산업이 41%로 바뀌었다. 농촌과 어촌에 치중된 1차 산업 비중이 크게 줄고, 2차 산업이 크게 늘어나며 경제구조가 고도화됐다.

특히 원자력 관련 산업 단지 조성으로 관련 기업이 지역으로 유입돼 지역에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또 각종 지원사업으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이런 환경 덕에 일본의 많은 지역에서 인구가 감소함에도 로카쇼무라는 오히려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원금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아오모리현 지역주민의 삶의 질도 크게 높아졌다. 지원받은 교부금으로 도로와 항구 같은 사회간접시설이 확충돼 생활이 편리해졌다. 또 지역 도서관을 비롯해 노인복지센터, 장애인 편의시설, 첨단 콘서트홀, 축구장, 야구장, 테니스장 같은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됐다.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시작한 생각이 원자력 관련 산업의 유치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 성공사례로 이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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