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한반도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뻗어가라]
안전성 비중 높은 국내 운영中 원전 전체 적용될 예정
성능시험-유지정비 등 신규표준개발…화력도 적용 확산

우리나라는 헌법 제127조2항에 기초한 법률로서 국가표준기본법과 산업표준화법이 제정돼 있다. 이러한 법적 근거 하에 국가표준과 단체표준이 산업현장에서 사용된다.

전력산업기술기술, KEPIC(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은 전력산업 설비와 기기의 안전성과 신뢰성 및 품질확보를 위해 설계, 제조, 시공, 운전, 시험 및 검사 등에 대한 방법과 절차를 규정한 전력산업계 단체표준이다.

우리나라에서 KEPIC이 추진된 것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의 설비기준을 적용한 많은 발전소가 건설 중이었다.

결국 각 발전소마다 서로 다른 국가의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기술자립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에 우리만의 기준을 가질 필요성이 제기됐다. KEPIC은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개발돼 발전소 건설, 운영을 비롯해 전력설비 표준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김종해 대한전기협회 KEPIC처장은 “전기협회는 1995년 6월 정부로부터 KEPIC 전담기구로 인정받았으며, 같은 해 11월 처음으로 KEPIC 1995년판을 발행한 이래 현재까지 5년 주기로 판(Edition)을 발행하고 있다”며 “발행 판을 지속적으로 유지, 보완해 매년 추록(Addenda)을 발행하는 한편 이를 후속 판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KEPIC은 성능이나 효율성보다 안전성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기준이지만 다양한 부가가치도 창출하고 있는 기준”이라며 “그 이유는 바로 KEPIC이 하나의 프로제트 수행에 필요한 수많은 표준들을 집대성해서 이를 단일 패키지화한 전력산업계의 ‘전용 표준’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KEPIC은 단순한 산업표준을 넘어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중심이자 ‘세계속의 표준’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전력산업표준이라는 불가능한 꿈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

◆7개 분야 480종 단위기술 집대성…5년 주기로 발행
현재 KEPIC에는 전력설비의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품질보증(Q) ▲기계(M) ▲전기 및 계측제어(E) ▲S(구조) ▲N(원자력) ▲F(화재방호) ▲G(환경) 총 7개 분야 480종(2015년판 기준)의 단위기술기준이 체계적으로 집대성돼 국·영문판으로 발행됐다.

전력설비의 건설 프로젝트에 KEPIC을 적용할 경우, 단일 표준의 적용만으로 건설 및 운영 등 전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KEPIC은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국내 업체들은 원자력 분야 사업참여에 대해 처음부터 어렵다는 인식하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KEPIC은 이런 기업들에게 원자력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고, 업체들의 활발한 시장 참여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원가 절감효과로 이어졌다.

그밖에도 KEPIC 작용의 직접적인 효과는 한글로 된 표준 활용으로 기술자들의 표준 요건에 대한 이해도가 향상된다는 점이다. 또 국내 제도를 운영하고 국산 기자재의 활용 폭이 넓어지면서 비용 절감 효과도 창출되고 있다. 나아가 전력산업 분야 표준보유국으로서 국제 표준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KEPIC의 존재 이유로 인정받고 있다.

KEPIC은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해 화력, 송변배전 설비 등 모든 전력산업 설비에 적용되는데, 안전성의 비중이 클수록 KEPIC 작용률도 높은 편이다. 특히 원전의 경우에는 신고리 1ㆍ2호기 이후 신규 건설되는 모든 원전에 전면 적용되고 있으며 2009년 수주한 국내 최초의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원전에도 KEPIC이 전면 적용되면서 국제화의 기반을 구축한 바 있다.

한편 해외 기술표준을 적용해 건설된 기존 원전들은 기자재 보수교체, 장기가동중검사 등에 점진적으로 KEPIC의 작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기존 원전 11기는 이미 적용 중이며, 2020년 이전까지 국내 운영 중인 원전 전체에 KEPIC이 적용될 예정이다.

반면 화력발전의 KEPIC 적용은 원전과 달리 고시에 따른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다. 즉 화력발전소의 건설ㆍ운영과 관련한 표준 결정은 사업자의 선택사항인 것이다. 2010년 본격 운영에 들어간 한국남부발전의 영월천연가스발전소가 화력발전 최초로 KEPIC을 전면 적용한 사례이고, 최근 건설 중이 한국중부발전의 신보령화력 1ㆍ2호기는 최신형 1000MW급 초초임계압(USC) 발전소로서는 처음으로 KEPIC을 전면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5월 운영에 들어간 영흥 5ㆍ6호기를 비롯해 당진 9ㆍ10호기, 서울복합 1ㆍ2호기, 강릉안인 1ㆍ2호기, 고성하이 1ㆍ2호기 등 신규발전소 건설에도 KEPIC 전면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상태이다. 아울러 성능시험, 유지정비, 환경 분야에도 신규 표준이 개발됨에 따라 화력발전 운영단계에서도 KEPIC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송변배전 분야의 경우 IEC국제표준을 많이 채택하고 있는데, KEPIC은 ASME, IEEE 등과 같은 민간표준이기에 현재로서는 극히 일부에서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협회는 송변배전 국가표준개발협력기관(COSD) 업무 수임을 통해 관련 표준화 활동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다.

◆KEPIC 자격인증업체, 8월 현재 총 218개사
KEPIC 자격인증제도는 전력설비(특히 원전)의 안전성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일정한 자격을 갖춘 조직 및 인원이 KEPIC에서 규정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KEPIC 주관기관인 전기협회가 그 자격을 평가 및 관리하는 인증제도를 말한다.

자격인증제도의 종류는 크게 조직에 대한 자격인증과 개인에 대한 자격인증으로 나뉜다. 전자는 원자력 품질보증 자격인증을 받는 발전사업자·제조자·제작자·시공자(설치자)·재료업체·역무업체(설계, 비파괴, 열처리), 공인검사기관, 압력방출장치(안전밸브) 시험 및 용량인증 기관 등이 대상이며, 후자는 공인검사감독원·공인검사원, 등록기술자, 비파괴검사원 등이 그 대상이다.

KEPIC 자격인증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 품질보증 자격인증’은 ASME 코드에 의한 인증제도와 유사하며, KEPIC 원자력기계(MN), 원자력 전기 및 계측제어(EN), 원자력구조(SN) 및 공조기기(MH) 적용품목의 제조자 및 시공자 등이 전기협회로부터 소정의 자격인증서를 취득하도록 KEPIC에서 규정한 제도이다.

한편 KEPIC 인증은 업체가 원자력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증취득을 희망하는 업체는 인증품목과 관련된 KEPIC을 구입해 검토하고 KEPIC 인증취득 계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KEPIC 자격인증서를 확보하기까지는 대략 1년 정도가 소요된다. 이는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자격인증인 만큼 엄정하고 까다롭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1997년 기존의 해외인증자격 전환업체 57개사에서 출발한 KEPIC 자격인증업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8월 현재 KEPIC 자격인증업체는 총 218개사이다.

◆2020 비전 ‘Advanced Standards & Global Partner’ 설정 
그러나 KEPIC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보급과 홍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에 전기협회는 KEPIC 질의응답제도를 통해 사용자의 KEPIC 요건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사용상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운영 중이며,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모든 질의는 관련 처리 지침에 따라 답변되고 있다.

또 필요 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석서 또는 적용사례를 발행하고 있다. 해석서는 KEPIC에 관한 유권해석으로서 사실상 KEPIC의 일부는 아니지만 적용사례는 긴급하게 제시되는 새로운 규정으로서 KEPIC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아울러 협회는 웹기반의 KEPIC 운영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KEPIC 관련정보의 쌍방향 인터넷 열람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가들의 국내외 표준화 활동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온라인서비스 제공을 통한 사용자 편의성을 제고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KEPIC PDF 시스템과 연계한 e-Book 서비스는 2014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2014년 5월 해외 사용자의 활용편의를 위한 영문 홈페이지를 확대 개편했으며, KEPIC 홈페이지에 신문고 기능을 구축하고 KEPIC SNS 계정을 신설해 각종 홍보활동 채널로 활용 중이다.

대한전기협회는 비전 2050의 6대 전략목표 중 하나로 ‘기술기준 및 표준의 체계 고도화’를 설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전략과제로서 ▲KEPIC의 R&D 연계기능 활성화 ▲KEPIC 사용자 서비스 제고 ▲친환경?신기술 KEPIC 개발 ▲KEPIC 개선을 위한 연구과제 수행 ▲KEPIC의 지속적 유지 및 보완 ▲KEPIC의 기술집약 시스템 운영 등을 수립했다.

이러한 비전 2050의 연장선상에서 협회는 KEPIC 2020 비전을 ‘Advanced Standards & Global Partner’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유성(knowledge leading) ▲전문성(expertise higher) ▲국제화(partnership extended) ▲적용성(industry wide) ▲경제성(cost profitable)을 극대화시킬 ‘KEPIC by kepic’이라는 추진전략과 14개 세부 목표를 설정했다.

◆30일부터 ‘2016 KEPIC-Week’…140여편 논문발표
한편 ‘2016 KEPIC-Week’를 오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나흘간 제주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개최한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이한 KEPIC-Week는 KEPIC 2020 중장기 비전인 ‘Advanced Standards & Global Partner’라는 주제로 정부, 산업계, 학계 등 관계자 약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술분야별 논문발표/특별세션/위원회(세미나)를 비롯해 워크숍, 합동강연, 기념식 행사 및 유공자 포상 등이 일정별로 진행된다.

올해 행사에서는 전문분야별 140여 편의 논문발표와 함께 심도 있는 토론의 장도 마련돼 있어 다양하고 수준 높은 기술정보의 교류확대가 예상된다. 아울러 KEPIC의 적용확대 및 국제화를 위한 발전방안 모색과 산업계의 의견수렴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정보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화력 KEPIC 적용 워크숍 ▲원자력시설 HVAC & 공기정화 워크숍 ▲구조분야 워크숍 ▲3D 프린팅 기술의 원전적용 워크숍 ▲원자력국제표준화 워크숍 ▲원전해체 워크숍 등 다양한 워크숍을 기획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2일차 합동강연에서는 ▲2016 KEPIC의 현황과 전망(김종해 전기협회 KEPIC처장) ▲한반도 통일과 전력산업(이정훈 동아일보 대기자) ▲측정표준기술의 산업화(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을 비롯한 특별강연이 예정돼 있어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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