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한반도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뻗어가라]<눈여겨 볼 세션 KEPIC 논문 베스트5>

설비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국이 1978년도에 국내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38년의 세월이 흘렀으며, 발전소 기기 부품의 적기 조달이 최근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발전소 기기 부품은 원제작사가 공급해 왔고 발전소는 부품 구매를 위한 예산만 확보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다 보니 기기 제작사가 도산하는 경우도 있고, 원전부품 제작의 수지 타당성 부족으로 기기 제작사가 부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기술발달로 인해 구형제품 생산을 포기하고 신제품만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발전소는 구형부품을 신품으로 대체할 경우 설계변경, 기기 구매, 기기교체 공사 등이 필요하게 된다. 다종의 구형 단종 부품을 소량씩 생산해주는 업체가 필요하나 기업의 수익성 부족으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원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매킨지에서 제안한 방안이 3D프린팅 제작기술이다. 단종품 3D프린팅 제작기술은 단종부품을 3차원 스캐닝해 3D프린팅으로 제작하고, 이를 원전 기기 부품으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기기 단종품 관리 및 3D프린팅 경험
한수원은 고리 1호기의 HOPKINSON사 밸브 액튜에이터 3종 단종품에 대해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한 부품제작 및 내환경검증 시험을 수행해 고리 1호기에 설치했으며, 월성 1호기 모타 권선 코팅 및 내환경검증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국내원전은 기기부품 단종품에 대한 리버스엔지니어링 제작 경험이 다수 있지만 3D프린팅을 이용한 부품제작 경험은 없다. 한국수력원자력 엔지니어링처는 적기의 고품질 자재조달을 위한 구매기술 선진화 방안을 통해 기기 단종품 확보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국외원전의 경우 스페인 TECNATOM은 원전 단종품 기기를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통해 생산, 프랑스 원전에 공급한 경험이 있으며, 영국의 Selafield Ltd는 원자력발전소 폐로를 위해 40t 스테인레스 고체폐기물 플라스크의 두껑을 리버스엔지니어링 및 3D프린팅을 통해 제작한 경험이 있다. 또 중국 CNNC(China National Nuclear Corporation)은 CAP1400 원전 연료집합체의 하부 튜브소켓을 3D프린팅으로 생산했으며, 지난 1월에 발표했다. 미국원전은 기기 단종품을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통해 생산해 대체하는 기술이 보편화됐지만 3D프린팅을 활용한 경우는 보도되지 않고 있다.
▲ DED방식을 이용하여 2인치 밸브바디를 스테인레스 재료로 프린팅 한 결과물
◆3D프린팅 기술
플라스틱 3D프린팅은 FDM, SLA, DLP, SLS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FDM은 압출적층조형방식으로서 열을 이용하여 ABS, PLA, TPU등 프라스틱 재료를 녹여 모델링에 지시된 위치에 쌓아서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SLA방식은 레이저에 반응하는 액상수지에 레이저를 쬐면 빛에 반응하는 부분이 고형화되는 원리를 이용한 프린팅방식이다. DLP는 디지털 공학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모델링 데이터의 단면을 프로젝트의 광원으로 빛에 반응하는 경화성 수지에 쬐어 고형화 시키는 방법으로 SLA와 FDM과 다르게 한층을 한번에 출력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고 정교하다. SLS방식은 레이저로 분말가루를 녹여 고형화시켜 출력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동작방식은 SLA와 비슷하지만 재료가 분말이므로 레이어별로 출력될 때마다 분말 가루를 새롭게 뿌려주고 바닥을 평탄하게 만들어 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메탈 3D프린팅은 분말융합(Power bed fusion)방식과 직접 에너지 퇴적(Direct Energy Deposition)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SLS방식은 레이저 소결기술이다. SLS방식은 플라스틱 프린팅과 동일한 방식으로 메탈프린팅에서는 금속분말로 사용한다. 이 기술은 프린터 헤더와 결과물의 간격이 매우 좁아 3D 프린팅물의 수축이 발생하면 프린팅 작업이 어려워지므로 대형제품을 만드는데 애로사항이 있다. DED방식은 용접선을 이용하거나 분말을 레이저에 쬔 후 녹여서 성형을 하거나 굳히는 방식으로 트럼프 등의 회사에서 구현했다. DED방식은 레이저 헤더와 프린팅물과의 간격이 넓어 프린팅물의 가벼운 수축에 대응이 가능하여 비교적 큰 제품의 프린팅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인스텍이 3축 금속 3D프린팅을 하고 있고 2016년도에 정부과제를 통해 5축 3D프린팅 및 밀링가공이 가능한 장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DMG-MORI는 5축 3D프린팅 및 밀링가공 동시가공이 가능한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DED방식은 알루미늄 등 레이저 광선의 반사성이 있거나, 용융점이 낮은 금속의 프린팅에는 제한이 있다.
원전 부품제작을 위한 3D프린팅 재료
원전 운전환경을 고려해 볼 때 3D프린팅 재료는 130℃에서 견고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3600 Gy 누적 방사선에서 재료의 물성치 변화가 없어야 하므로 플라스틱 3D프린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BS 및 PLA 소재는 사용하기가 어렵다. ULTEM 9085는 153℃, ULTEM 1010은 216℃, PPSF는 189℃의 열변형 온도점3을 가지고 있어 원전용 3D프린팅 플라스틱 재료용으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환경의 경우 182℃ 및 2E+06 Gy 방사선 누적선량에서 재료의 물성치 변화가 없어야 하므로 3D프린팅 플라스틱 소재의 선정이 매우 제한적이다. 금속의 경우 온도 및 방사선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원전용 3D프린팅 재료로 사용하는데 제한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압력경계 등 고온, 고압의 부품보다 저온, 저압계통의 마모성 부품에 우선적으로 적용한 후 활용범위를 넓히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판단한다.

◆3D프린팅 결과물 성능검증
비금속재료는 온도, 방사선 등에 의해 경년열화가 진행되므로 사용가능한 수명을 알아야 한다. 비금속재료의 경우 IEEE98에 따란 활성화 에너지 산출, ASTM D412의 파단-연신율 측정 및 아레니우스 방정식에 의한 수명평가 방법이 적절할 것으로 판단된다. 내진시험의 경우 IEEE344의 기준을 적용하고, 설계기준사고 시험이 필요할 경우 IEEE323에 따른 내환경 검증시험을 수행해야 한다.
금속재료는 기계류 기기의 경우 고강성이 요구되는 마모성 부품 및 기기본체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 전기류 기기의 경우 비금속재료를 보호하는 외부 케이싱 제작에 활용될 수 있다. 기계류 기기 부품 및 케이싱의 경우 응력설계 등을 통해 내진 적합성을 판단하며, 밸브류의 경우 ASME QME-1에 따른 시험을 통해 성능검증을 수행한다. 전기류 기기의 금속재 케이싱은 IEEE344에 따른 내진시험이 필요하나, 내환경시험은 불필요하다.
20~30년 이상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기기 단종품을 다품종 소량으로 생산하여 공급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한수원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을 원자력발전소 기기 단종품 생산에 활용하고자 연구과제를 2016년 4월에 착수했다. 이 과제에서는 기존의 기기 부품을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통해 생산하고 검증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물론 이 과제에 이어 3D프린팅 부품 제작 및 검증기술의 기술기준 제정을 위한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 3D프린팅은 선진국에서 조차 본격적으로 적용하지 않는 초기 기술이므로 단기간에 중요 설비에 적용하기보다 비 안전계통에 사용하면서 점차적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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