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한반도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뻗어가라]KEPIC, 이 기업에 주목하라
지난 23년간 국내 24기 원전 “구조건전성 확보, 최전방 첨병 역할 톡톡히”

“발전사업자가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기술기준에 따라 원자력 안전성등급 기자재를 제작·설치했는지, 또 운전 중에도 그것들의 건전성이 계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원자력공인검사’는 그야말로 원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이다.”

재료연구소(KIMS, Korea Institute of Materials Science)는 소재 기술과 관련한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1976년 12월 ‘한국기계금속시험연구소’가 설립된 후, 1981년 1월 경상남도 창원시에 ‘한국기계연구소’로 재출범했다. 1990년대 들어 정부출연연구기관 기능 재정립 및 운영효율화 방안에 따라 1992년에 ‘한국기계연구원’으로 승격되면서 기계분야를 중심으로 한 본원은 대전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하게 됐고 창원은 재료분야 중심으로 한 분원으로 운영됐다. 2002년 3월 1일, 재료기술연구소로 이름을 바꿨지만 2007년 4월 27일에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재료연구소’로 출범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김해두(사진) 재료연구소 소장은 “재료연구소는 모든 생산품의 기초가 되는 소재(素材)를 연구해 산업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특히 금속 소재 및 세라믹 소재, 각종 융복합 소재 등의 재료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기업체 등에서 개발한 소재에 대한 시험평가 업무 및 산업체들에 대한 기술지원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소장은 “재료연구소에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요한 기능이 있으며, 이는 바로 원자력발전소의 건설과 운영에 있어서 주요 기기들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원자력공인검사 기능”이라고 밝혔다.

사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의 은폐, 위조, 비리 등으로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해있다. 물론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원자력 안전에 대해 꾸준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제 ‘원자력 안전’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그에 대해 자기 의견을 몇 마디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없다.

김 소장은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설계, 방사선 방호, 운전 및 기기 등 복합적인 분야에서 안전성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그 중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주요 기기들의 구조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설계가 완벽하더라도 주요 기기의 제작 및 시공 현장에서 기술적 요건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면 구조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원전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가동 중인 원전 역시 유지정비 및 보수/교체 활동 등에서 구조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운전 중 누설이나 발전 정지, 최악의 경우에는 원전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과 같이 원전 선진국들은 주요 기기의 구조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저마다 기술기준을 마련하고 원전의 건설과 운영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이 기술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김 소장은 “KEPIC은 주로 금속재료, 용접 및 비파괴검사와 같은 기술적 요건과 품질보증과 같은 제도적 요건으로 구성돼 있으며, 또한 실제 기술기준의 요건이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발전사업자도 제작자도 아닌 제3의 독립된 전문가들이 확인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물론 국가마다 이러한 확인 기능을 운영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의 경우 미국 방식을 도입해 이를 ‘원자력공인검사’라고 통칭하고 바로 이 역할을 창원에 있는 재료연구소 원자력공인검사단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력공인검사단은 1993년 7월 15일 당시 과학기술처의 승인을 받아 공식 발족됐으며, KEPIC이 개발된 이후 1997년 9월 22일 원자력기계(KEPIC-MN), 원자력구조(KEPIC-SN) 원전 가동중검사(KEPIC-MI)에 대해 대한전기협회로부터 최초로 KEPIC 인증을 취득한 ‘제1호 원자력공인검사기관’이다.

특히 원자력공인검사단은 재료, 용접 및 비파괴검사기술에 대한 석박사급 전문 인력으로 대부분 구성돼 있으며, 각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검사원들은 ‘독립성, 객관성, 공정성’이라는 3개 기치아래 건설 및 가동 중인 원전 현장에서 안전등급 기기의 제작, 시공, 유지정비 및 보수/교체 단계를 면밀히 살펴 구조건전성을 확보하는 ‘안전 지킴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 소장은 “최초 원자력공인검사단 발족 당시에는 KEPIC이 개발되고 있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가압경수로형 원전인 한울 3ㆍ4호기부터 KEDO 1ㆍ2호기를 거쳐 한울 5ㆍ6호기까지는 미국 ASME 기술기준을, 월성 2~4호기는 캐나다 CSA 기술기준을 적용했다”면서 “또 KEPIC이 전면 적용된 신고리 1ㆍ2호기부터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ㆍ2호기까지 원자력공인검사단이 안전등급 기기에 대한 제작 및 시공공인검사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다양한 기술기준을 적용해 총 19개 원전에 대한 공인검사를 수행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가 밑거름이 돼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BNPP) 1~4호기 시공공인검사는 물론 2017년 준공 예정인 UAE BNPP 1호기 가동전 검사에 대한 공인검사도 수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원자력공인검사단 창립 초기에는 각 원전 현장에서 기술기준에 일치되지 않는 사항을 찾아내는데 주력했지만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기술기준의 기술적 배경과 적용 경험을 담은 17종의 기술서적을 발간했다. 또 용접, 제작 및 설치, 가동원전의 보수/교체 분야에 대한 기술 강좌를 통해 한수원를 비롯해 기자재 인증업체 등 약 1400여명 상당의 원전산업계 기술자를 양성하는 등 원전 엔지니어 스스로 기술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조언자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원자력공인검사단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재료연구소의 일원으로서 ▲원전 주요기기의 구조건전성 확보 및 향상에 필요한 표준용접절차시방서 개발 ▲용접 열영향부 충격시험 요건 개선 ▲원전 미지정 재료 요건 개선 ▲가동원전 초음파검사 기량검증용 인공결함 시험편 개발 ▲소구경배관 용접부 건전성 평가 설비 개발 등과 같은 원전 현장 밀착형 연구개발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