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기후변화 정책 비교 보고서
힐러리, 화석연료 ↓청정에너지 ↑…오바마 정책기조 유지
트럼프, 신기후체제 부정…파리협정 감축공약 불이행 예상

▲ 미국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터과 트럼프 도널드 /사진출처=위키백과(wikipedia)
오는 11월 8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보고서가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박주헌)은 지난 19일 ‘미국 대선과정의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 논의와 향후 전망’이란 보고서를 내고 힐러리 클린턴(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의 에너지·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비교했다.

에경연은 힐러리가 당선되면 오바마 행정부가 유지해온 청정에너지 확대 및 화석연료 축소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화석연료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후보가 대권을 잡을 경우 관련 산업에 힘이 실리는 한편 기후협약 탈퇴 및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으로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에경연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은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80%까지 감축하겠다는 목표와 파리협정 감축 계획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 내에 전력의 50%를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4년 내에 태양광 패널 5억개 설치, 미국 전 가정에 재생에너지 전력공급 등의 세부 정책을 수립했다. 정강에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으나 미국 에너지수급통계 및 전망 등을 비교해 볼 때 50% 목표에는 원전 비중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에너지효율 개선, 전력망 현대화, 재생에너지 세제지원 유지, 청정에너지 연구개발 확대 등을 강조하는 한편 석유·가스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수압파쇄법의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주정부 및 지역이 반대할 경우 수압파쇄법을 제재하겠다고 밝혔으며, 석유·가스 생산 및 수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 감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북극·대서양 연안에서의 시추활동을 반대하면서 연방 공공토지에서의 화석연료 채굴은 단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공화당은 국내 에너지자원의 생산 확대와 수출활성화, 연방정부 주도의 현 규제정책 비판, 주정부 중심의 에너지 및 환경정책 추진, 기후변화 및 파리협정에 대한 비판과 부정이 강하다. 미국 국내 화석연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안보를 추구하며, 공공토지와 대륙붕 근해 탐사 및 생산 규제에도 반대하고 있다.

또 민주당의 화석연료 규제에 대해서는 고용을 저해한다고 비난하며 오바마 행정부의 ‘청정전력계획’의 완전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청정전력계획은 지난해 8월 최종 발표된 ‘기존 화력발전소’에 대한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로, 현재 반대소송 진행중이서 연방법원의 최종판결 때까지 시행이 중지된 상태다.

아울러 공화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무산된 ‘키스톤 XL 파이프라인’을 재추진할 계획이며,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에 대해서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키스톤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미국 텍사스까지 2000km 길이의 원유 수송관을 건설하는 것으로 지난해 11월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키스톤 프로젝트 추진 법안을 최종 불허한 바 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연방정부 주도형 환경규제 및 화석연료 개발 규제를 비판하면서 주정부 중심의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서는 파리협정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상원의 비준 없이는 미국이 감축공약에 구속되지 않으며,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공하는 녹색기후기금 등도 당장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당의 보고서는 힐러리 후보가 당선되면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정책기조는 유지되고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기술개발·성장에 속도가 붙으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돼 신기후체제가 안착될 것으로 내다봤다. 단 청정에너지의 확대를 위해서는 상당기간 정부지원 및 천연가스 가격의 안정화 등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와 함께 에너지효율 개선과 에너지신산업 등이 촉진되고 고효율 가전제품, 전기차 등의 보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석연료 축소정책에 따라 미국의 석유수요는 위축 가능성이 있으나 국제유가 등 시장여건에 따라서 개발·생산·수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석유·가스 부문 규제가 유지 또는 강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상류기업의 생산활동 위축 및 비용 상승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힐러리가 신기후체제의 조기 안착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의 감축노력이 현실화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감축에 대한 압박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트럼프 후보가 집권 시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효율 관련 산업 성장둔화, 화석연료 규제 완화 및 미국의 석유·가스 생산 및 소비 증가가 예상되며, 신기후체제에는 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정책이나 화석연료 규제 등은 철폐되거나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달 4일 발효 예정인 파리협정도 탈퇴나 감축공약 불이행 등을 추진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신기후체제 추진동력은 크게 상실되고 중국, 인도 등 주요 다배출국의 감축의지도 동반 무력화될 우려가 높다.

아울러 트럼프가 대권을 잡으면 석유·가스 개발규제 우려 해소로 석유·가스 생산여건이 양호해짐에 따라 생산량과 소비량 모두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소비로의 회귀는 국제 유가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생산량의 증가규모에 따라서 상승압력은 상쇄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선과 함께 치러질 상원의원 34석에 대한 선거도 향후 차기행정부의 정책추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양당의 정책적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산업 육성을 통한 고용 및 성장동력화에는 합치의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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