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원전(Gen IV) 미‧러‧중 기술개발 꾸준히 추진…‘경제성+안전성’ 획기적?…때아닌 효율성 ‘구설수’

▲ 소듐냉각고속로(SFR)의 성능을 종합적으로 실증하는 소듐 열유체 종합효과시험시설인 STELLA-1(Sodium Integral Effect Test Loop for Safety Simulation and Assessment-1)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제2, 제3세대로 분류되면 대용량이 주류를 이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인류는 ‘더 안전한 원자력’을 아젠다로 삼고 있다.

이에 소듐냉각고속로(SFR), 초고온가스로(VHTR), 초임계압수냉각로(SCWR), 가스냉각고속로(GFR), 소형모듈 원자로(SMR) 등 4세대 원전(Gen IV)은 그에 부합되는 시스템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연 4세대 원전은 3세대 이하 원전에 비해 경제성은 물론 안전성이 획기적이며, 근본적으로 향상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가.

원자력에너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용후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저감하는 기술개발이 필수이다.

‘파이로-소듐냉각고속로 연계 재순환주기’는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독성·장반감기 핵종을 분리하여 고속로에서 연소시키고 열이 많이 나는 핵종을 분리 저장하여 고준위폐기물의 부피를 줄여 최종처분장의 면적과 폐기물의 독성을 대폭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세계 각국은 경수로, 가스로 등 다양한 원자로형을 이용하는 방법을 모색하여 왔으며, 주요 원자력이용 국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자국에 맞는 후행핵주기와 고속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환경친화적이며, 핵비확산수용성을 가진 사용후핵연료 재순환 기술로서 파이로-소듐냉각고속로 연계 재순환주기의 연구개발을 미국과의 공동연구 및 OECD-NEA(OECD 산하 원자력기구), IAEA(국제원자력기구), GIF(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 등과의 다양한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또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도 습식/파이로-소듐냉각고속로 연계 재순환주기를 최종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으로 정하고, 관련 기술개발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파이로프로세싱 및 고속로 연구개발 현황
지난해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파이로프로세싱의 전처리-전해환원-전해정련-전해제련의 공정 과정 중 전처리와 전해환원 단계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전처리 단계는 듀픽핵연료 개발 시험을 진행했던 조사재시험시설(IMEF)의 M6 핫셀(듀픽핵연료 핫셀, DFDF)에서, 전해환원 단계는 M8 핫셀(전해환원 핫셀, ACPF)에서 실험을 수행하게 됩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현재는 파이로프로세싱 일관공정 시험시설인 PRIDE에서 실제 핵연료 대신 감손 우라늄으로 만든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 파이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파이로 기술의 타당성 입증을 위해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한-미 핵연료주기공동연구’(2011~2020)를 수행 중이며, 1단계(2011~2012) 핵심 검증 단계에서는 미국에서 약 200g의 사용후핵연료 실험을 통해 우라늄과 TRU 혼합물의 회수‧분리를 확인하고 실험실 규모의 기술적 타당성을 입증했다.

또 현재 2단계(2013~2017) 종합 검증을 통해 내년부터 kg규모의 실증시험을 수행하고, 3단계(2018~2020)에서는 생산된 TRU 핵연료를 미국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에 위치한 연구로(ATR)에서 조사시험 및 조사후시험을 할 계획이다.

소듐냉각고속로(SFR) 개발에서는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은 중형 소듐냉각고속로 KALIMER-600(600MWe급)의 개념설계를 2006년 완료했다. 2012년 준공한 소듐열유체 종합효과시험시설 STELLA-1을 통해 SFR의 핵심기기인 피동잔열제거계통 열교환기 성능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SFR의 주요 계통을 축소 모사, 원자로에서 사고와 고장 발생 상황을 정밀하게 모의할 수 있는 STELLA-2의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파이로-SFR 연구개발 정말 안전한가?
파이로 실험에 적용되는 사용후핵연료 취급 요소 기술에 대해 이미 원자력연구원에서는 관련 기술을 꾸준히 향상시켜왔으며, 무엇보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국제공동연구 등을 통해 요소 기술을 개발, 확보했다. 이를 통해 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슘 방사성기체의 경우 외부로 전혀 방출되지 않는다.

실제 사용후핵연료 사용 실험은 파이로 전반부 공정인 전처리 공정과 전해환원 공정만 수행했으며, 전처리는 사용후핵연료를 전해환원 운전에 적합한 형태의 원료 물질로 제조하는 공정이고 전해환원은 산화물 사용후핵연료(예: UO2)를 금속형태(U)로 환원시키는 공정이다.

전처리 실험은 M6 핫셀(DFDF)에서, 전해환원은 M8 핫셀(ACPF)에서 수행할 예정이며, 2017년 7월 이후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물질을 사용해 연간 2∼3kg의 소규모 실험을 수행할 계획이다.

파이로 전처리 및 전해환원 실험이 수행되는 핫셀 시설은 두께 1m 이상의 강화 콘크리트벽과 납유리 등으로 구성된 구조물로, 지진 및 사고 발생 시에도 방사성 물질을 내부에 격납할 수 있어 외부 방출 가능성이 없다.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한 전해환원 실험 중 방사성 배기체는 전해환원용 원료물질을 제조하는 과정(전처리 공정)에서만 발생하며, 전해환원 공정에서는 비방사성 산소 기체만 발생한다.

또 연간 최대 3kg의 파이로 실험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기체를 안전하게 관리함으로써 연구원 주변 환경에는 전혀 영향이 없으묘, 파이로 전처리 실험 중 발생되는 거의 모든 방사성 기체는 공정장치용 배기체 포집장치와 시설 배기계통 포집설비를 통해 2중으로 포집된다.

미량의 희유기체(크립톤)만이 관리기준 이하로 환경으로 방출되는데, 연구원 주변 주민에 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결과, 일반인에 대한 법적 선량한도(1mSv/yr)와 부지 기준치(0.25mSv/yr)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1회 실험에 사용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은 1kg 이하(약 종이컵 1개 수준)이다. 여기에서 기체 형태로 발생시킨 세슘을 포집하기 위해 국내 듀픽핵연료 제조기술 개발 연구과 국제공동연구 등을 통해 세슘 포집필터(fly-ash 필터)를 개발했으며, 세슘을 안정한 형태인 폴루사이트로 포집할 수 있는 실증 기술을 확보했다.

사용후핵연료 실험이 수행되는 시설은 관련 절차서에 의거해 시설 외부로 방출되는 방사성기체에 대해 24시간 감시, 관리를 철저히 실시하고 있다.

배기체 포집장치와 시설 배기계통 포집 설비를 거친 방사능 기체는 굴뚝을 통하여 배출되는데, 이와 관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고시 제2014-12호에 따라 주민에 대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원안위 고시 제2014-34호에 정해진 환경상의 위해 방지를 위한 기준치 만족 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원안위에 보고하고 있다.

또 실험 후 발생하는 폐기물은 전용 보관용기에 담아 실험실 내 핫셀에서 안전하게 관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SFR의 안전성을 실증하기 위한 시험장치(STELLA-1, STELLA-2)는 핵물질 또는 방사성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전기히터를 이용해 모사하는 장치기 때문에 방사성물질 누출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STELLA 시설에는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듐-물 반응과 같은 격렬한 화학반응 가능성이 없으며, 소듐화재에 대비해 특별대처 설비(캐치팬, 소듐전용 소화약제, 방염기능 등)를 구축해 놓았다.

◆해외서도 파이로‧고속로 개발 “현재 진행中”
미국은 이미 1960년대에 연구용 고속로의 사용후핵연료를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처리해 3만4500개의 핵연료봉(집합체 단위로는 510개)을 제조하여 고속로에 순환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미국은 국제핵비확산 유도를 위해 자국 내 민간용 재처리를 금지하고 직접처분 정책을 추구했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을 포함한 선진핵연료주기 연구개발은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미국은 우리나라와의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에 착수하여 고속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국한됐던 기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상용 원자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수로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까지 확장시키고 있다. 초우라늄 원소를 고속로 핵연료로 순환하고자 하는 선진 습식핵연료주기 기술인 UREX는 현재 실험실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실증 단계이다.

프랑스 AREVA 사에서 개발하고 있는 COEX는 Pu-U를 공추출하여 MOX 연료를 생산하는 공정으로 선진습식재처리 기술 중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프랑스 원자력청(CEA)은 핵비확산성이 강화된 악티나이드 그룹 추출 방식인 GANEX(Group EXtraction of ActiNides) 공정을 개발 중이다.

일본은 2006년부터 FaCT(Fast Reactor Cycle Technology)를 본격적으로 착수해 NEXT 공정을 기반으로 한 선진습식재처리 기술을 주개념, 파이로 기반 금속핵연료주기기술을 보조 개념으로 선정했다. U-Pu-Np 공추출을 특징으로 하는 NEXT는 현재 실험실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실증 단계에 있으며, 파이로는 일본전력중앙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현재 글러브박스에서 5kgU/회 규모 일관공정 모의실증 시험을 수행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현재 소듐냉각고속로 실험로 BOR-60과 원형로 BN-600이 운전되고 있으며, 2014년에 실증로 규모인 800MWe급 BN-800을 완공해 2016년 5월에 100% 출력에 도달해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또 FTP(Federal Targeted Program)의 일환으로 SFR 상용화에 대한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대에 상용규모 소듐냉각고속로(1,200MWe)의 BN-1200을 건설하기 위한 사전 부지 허가를 획득했다.

중국도 2010년 SFR 실험로인 CEFR 건설을 완료해 2014년 전출력 운전에 도달했다. 장기계획으로 2023년까지 실증로 규모의 CFR600을, 2030년대에는 상용로인 CFR1000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병행해 중국 정부는 미국의 빌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社와의 협력을 통해 테라파워사가 개발한 소듐냉각고속로의 일종인 TWR-P를 중국에 건설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 대비 경제성 확보 가능
파이로프로세싱은 습식재처리보다 단순(compact)한 공정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통해 충분히 상대적인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현재 세계 각국이 개발 중인 원자로이며, 상용화를 위한 용량 증대와 건설을 위한 산업기반이 확충되는 경우, 용량 효과에 의한 비용절감으로 소듐냉각고속로의 건설비는 기존 경수로의 건설비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사례를 볼 때 최초로 상용 고속로를 도입하는 경우 다소 건설, 운영비가 기존의 경수로보다 높을 수 있지만 용량의 증대, 고속로 시장 확대와 기술 표준화가 이뤄진다면 건설단가도 빠른 속도로 낮아질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600MWe 규모의 BN-600을 건설할 때는 VVER-1000(러시아의 1000MWe규모의 가압경수로)의 건설단가 대비 1.4배가 소요되었지만 800MWe 규모의 BN-800원자로를 건설할 때의 건설단가는 VVER-1000의 1.2배로 줄어든 것으로 알 수 있다.

국내·외 핵연료주기 경제성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사용후핵연료를 재순환하지 않고 중간저장 후 심지층 처분하는 ‘직접처분 주기’와 파이로 처리하여 고속로에서 재순환하는 ‘파이로-고속로 주기’의 경제성은 오차범위 이내로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사용후핵연료에 포함된 고준위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최종처분장의 면적과 폐기물의 독성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는 ‘파이로-고속로’의 연구개발은 우리의 후손과 미래를 위해 충분히 할 가치가 있고 지속되어야 한다.

국내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는 경제성과 안전성 등 총괄적인 점검을 통해 단계별로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2020년까지 파이로와 소듐냉각고속로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총괄적으로 점검해 그 타당성이 입증될 경우, 실증시설의 건설과 운영을 통해 관련 기술을 최종 실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 실증시설 비용은 소듐냉각고속로, 파이로 실증시설 및 핵연료제조시설, 기반시설, 공학설계비용을 모두 포함해 약 3조6000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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