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용기 지하 130m 지하 돔 ‘사일로’에 영구 격리 후 밀봉 폐쇄
인수저장시설, 방사선 누출 차단 위해 최첨단 안전설비 완비
방폐장 반경 10km 이내 방사능 오염 여부 분기 측정…결과 공유

월성 원자력환경센터 홍보관 '청정누리공원'과 '코라디움' 전경. ⓒ사진제공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기사제휴 = 내외전기통신저널] 정부의 갑작스러운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업계 관계자들의 농성이 계속되고, 원전 가동 중지에서 이어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탈원전’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원전 반대’ 측에서 내세우고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리 난제’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다. 두 눈으로 확인해 그 위험성에 대해 감지하고자 본지는 ‘핵물질관리학회 회원들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하 중·저준위 방폐물)’을 보관하고 있는 ‘경주 방폐장’에 방문했다. 방문한 날은 경주의 산자락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11월 29일이었다.

경북 경주시 서악동 시내에 위치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정문에서 ‘핵물질관리학회’ 회원들을 만나 관광버스를 타고 40분가량 이동해 먼저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한 홍보관인 ‘코라디움’에 도착했다.

‘코라디움’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자연의 빛이 살아 숨쉬며 파도가 보이는 ‘청정누리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은 방폐물이라는 어두운 일면과는 무관한 듯,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조성돼 있었다. 나무, 물, 불, 흙 등 자연의 이름을 딴 정원들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푸른 나무들이 무성했고, 그 뒤에 펼쳐진 동해바다의 푸른 장관과 더불어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던 신라의 왕이 잠들어 있는 ‘문무대왕릉’이 그 웅장함에 의미를 더했다. 굳이 방폐장 견학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산책코스로 관광하기 좋은 곳이었다.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주변 지역에 공헌하고자 노력한 ‘원자력환경공단’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코라디움' 정문 앞에서 '핵물질관리학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국핵물질관리학회
'핵물질관리학회' 회원들이 '코라디움' 로비의 휴게공간에서 홍보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 = 정세라 기자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나니 어느 새 홍보관 직원분이 바로 옆에 와 있었다. 홍보관 로비에 마련된 휴게공간에서 관련 동영상을 시청 한 후 방폐물의 종류와 처분방법 등을 그대로 묘사해 놓은 ‘주전시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신분증 확인과 소지품 검사 절차가 진행됐다. 국가보안시설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견학 절차를 밟아야했다.

‘주전시실’은 방폐물 관리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체험전시관으로 ▲지하시설 처분고(사일로) 체험 ▲방폐물 체험전시 ▲방폐물 처분과정 체험 등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보급형 방폐장’이었다. 실제크기를 방불케하는 모형들로 방폐장의 체계적 과정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실제 사일로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아쉬움을 그나마 달랠 수 있었다.

각각의 체험장을 통해 지하시설의 운영동굴, 건설동굴, 방폐물의 최종처분지인 사일로를 지나 방폐물 처분용기 및 처분시설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음성·영상 설명이 곁들여졌으며, 방폐물의 방폐장 도착과 이동경로, 처분과정 등을 홍보관 직원을 통해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전시실을 빠져나와 잠시 쉬어가기 위해 방폐장 인근지역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문화 공간인 ‘유물전시실’에 들렀다. 이곳에서는 방폐장이 위치한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의 이름 유래, 봉길리의 생활상, 봉길리에서 발견된 유물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방폐장에 대한 전문성에 주변경관, 인문학까지 볼거리가 풍성한 공간으로 마련됐다.

홍보관을 빠져나와 ‘코라디움’에서 제공하는 미니버스로 옮겨탄 후 드디어, 경주 방폐장의 핵심인 ‘방사성폐기물 저장시설’에 진입했다. 90m 지하까지 이어지는 긴 터널을 통해 내려가니 거대한 6개의 사일로를 만날 수 있었다. 처분 시설 입구는 수면에서 30m 높이에 있어 쓰나미에 안전하고, 폐기물이 저장되는 6기의 사일로는 진도 6.5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출입제한이 엄격해 비록 사일로의 출입구와 각각의 연결통로밖에 볼 수 없었지만 두터운 콘크리트 벽 너머의 모습들을 주전시실에서 본 모형들을 떠올리며 상상하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방사능 폐기물 저장고인 '사일로'의 내부 전경. ⓒ사진제공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드럼들이 쌓여있는 인수저장시설 내부. ⓒ사진제공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사일로에 모아져있는 노란색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드럼’에는 발전소에서 발생한 10만톤과 발전소와 관련이 없는 산업체 및 병원에서 발생한 2만5천톤의 중·저준위 방폐물이 보관 중이었다. ‘중·저준위 방폐물’은 원전과 병원, 연구기관 등에서 발생된 비교적 방사능 수치가 낮은 방폐물을 말하는 것으로 원전에서 나오는 작업복, 장갑, 덧신, 교체 부품이나 타 기관에서 나오는 주사기, 시약병, 필터, 휴지 등이 그것이다.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방사성폐기물은 계속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우리의 삶에서 ‘방사능’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아울러 지난 40년간 원자력의 수혜를 입어 국가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국내 유일의 폐기물 처분시설로 우리나라가 1978년 원자력을 도입한 이후 38년만에 처음 확보한 시설이라고 한다. 지난 2007년 11월 9일 착공해 2014년 6월 계획된 1단계 시공 완료했고, 2015년 8월 28일 완공식을 가졌다. 약 210만m²면적에 규모는 200L 드럼 기준으로 총 80만 드럼의 저장용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지하암반에 동굴을 뚫어 동굴 끝 처분고(사일로)에 보관하는 동굴처분 방식을 사용하며 사용기간은 50년으로 향후 ‘표층처분방식’의 구현을 위해서도 꾸준히 연구 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폐물은 원전 및 병원, 산업체 등 각각에서 모아 200L 철재 드럼에 압축·고화처리한 후 밀봉해 임시저장고에 보관해뒀다가 일정량이 되면 특수 제작된 운반 용기에 담고 선박, 트럭 등을 통해 이곳으로 운반해 온다.

이후 방폐물은 인수검사시설에서 방사능측정기, 엑스레이 및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방사능 농도, 유해물질 포함여부 등의 정밀검사를 거쳐 인수저장시설에 보관된다. 인수시점에서 도착까지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폐기물 추적관리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되며, 방사선량은 연간 6밀리시버트(mSv) 이하로 철저히 관리되는데 이는 1회 흉부X선 단층촬영검사 시 노출되는 6.9밀리시버트(mSv)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수저장시설 내부. ⓒ사진제공 =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내부에 위치한 인수저장시설은 방폐물 인수 및 보관을 위해 지어진 안전 건물로 견고한 철근 콘크리트구조에 방사능 누출을 차단하기 위한 최첨단 안전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반입된 방폐물은 10cm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용기에 담겨 운반트럭을 통해 지하처분동굴로 이동, 크레인을 이용해 처분고(사일로)에 쌓아 처분이 완료된다. 그리고 사일로에 방폐물이 가득차면 동굴 입구를 콘크리트 등으로 밀봉, 완전 폐쇄를 통해 인근지역 주민으로부터 방폐물을 완전히 격리시킨다.

또한 방사선감시기 6대가 철저한 작업환경 상시감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외부 방폐장 부지 내에 지역주민들이 실시간으로 방사선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환경방사선감시기 6대도 설치돼 있다.

한편, 방폐물들은 원전에서 혹은 각각의 산업현장에서 방폐물 전용 운반선박인 ‘청정누리호’를 통해 이송된다. 한울원전이 있는 울진(10시간), 고리원전이 있는 기장(5시간), 한빛원전이 있는 영광(41시간)에서는 해당 선박을 이용하며, 바로 인접한 월성원전에서는 차량을 통해 운반된다. 운반과정 중에도 방사선량 및 표면오염도 측정을 통해 방사능 유출 여부를 감시하며, 중량 1,365톤으로 특수 운반용기 컨테이너를 190개 선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항속거리 약 400해리로 15일 동안 연속운항이 가능하다.

‘청정누리호’는 이중 선체 및 이중엔진을 설치해 ▲방사선차폐구조 ▲충돌방지레이더 ▲위성통신장치 ▲선박자동식별장치 ▲기상정보 장치 ▲화재방지장치 등을 갖춰 선박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방폐물은 드럼, 운반용기 및 선박의 화물창, 이중선체 등 4중의 방벽으로 차단돼 방사성물질의 외부누출이 차단되며, 지문감식 보안시스템을 적용해 선실 출입에 대한 철저한 보안이 이뤄짐은 물론, 해상사고 시 긴급조치를 위해 연락체계를 갖추고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방사선 비상대응계획서, 방사선방호계획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책이나 글에서만 접했던 ‘중·저준위 방폐장’을 실물로 보니 멈춰있던 퍼즐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압도적인 규모와 튼튼한 내부시설을 통해 현실적 거리감이 형성될 수 있었고, 추운 날씨에도 바쁘게 오가며 현장 관리에 힘쓰고 있는 관리자들의 모습을 보니 더욱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생각이 나와 같을 수는 없을 터. 그 먼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담당기관인 원자력환경공단은 지역주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애쓰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고 부디, 방사능 폐기물이 안전하게 보관되기 위한 수많은 손길들의 피, 땀, 눈물이 그 마음들에 닿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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