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36년간 이어진 ‘댐관리 일원화’ 논쟁 종지부 찍어
‘통합 물관리 시대’ 선포…발전용댐 다목적 활용 가능해져

‘한강수계 발전용 댐 다목적 활용 선포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한강수력본부 앞마당에 설치된 휘호석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신문
‘한강수계 발전용 댐 다목적 활용 선포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한강수력본부 앞마당에 설치된 휘호석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신문

지난 36년간 이어졌던 물(水) 관리 논쟁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현행체제 유지를 주장했던 한국수력원자력의 수력발전(전력생산) 설비 중 한강수계 상부인 화천댐과 팔당댐이 용수공급과 홍수조절에도 등 다목적 댐으로 전환됐다.

결국 4대강 사업으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한국수자원공사(K-water)의 손실을 보존하기 위해 ‘댐 관리 일원화’를 주장했던 정부도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 등에 대비한 ‘통합 물 관리’의 필요성과 “한강수계 발전용 댐을 다목적 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 한수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11일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이 춘천시 소재 한강수력본부에서 통합 물 관리 실현을 위한 ‘한강수계 발전용 댐 다목적 활용 선포식’을 개최했다.

현재 한강수계의 댐은 한수원 소유인 발전용 댐(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괴산댐, 팔당댐)과 정부가 건설해 수자원공사에 위탁해 운영 중인 다목적댐(소양강댐, 충주댐)이 있다.

한수원은 1943년 청평댐, 1944년 화천댐 준공이후 76년간 한강수계에 연간 약 100억t의 용수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용수공급은 수력터빈을 통해 시행하고 이 과정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또 1974년부터는 발전용 댐 5개에 제한수위를 설정해 매년 홍수기에는 국토교통부 한강홍수통제소의 통제와 승인 하에 댐 홍수조절을 통한 수도권 재해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수원은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전력생산이라는 3가지 기능으로 수자원공사와 같은 다목적댐으로 운영 중이지만 용수공급이나 홍수조절 비용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수행중이다.

이처럼 한수원이 운영하고 있는 발전용 댐에 저수된 물은 발전(發電) 목적으로만 사용하면서 방류되고 있어, 가뭄 또는 홍수 발생 시 물의 활용이 제한적이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의 추가 용수 수요가 계속 증가함에 따라 생활·공업용수를 담당하는 한강수계 다목적댐의 여유물량이 부족하여 추가 수원 확보가 필요한 실정이다.

◆화천ㆍ팔당댐 2년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시범운영
이에 한수원과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는 지난 4월 1일 기후변화 대비를 위해 북한강수계에 위치한 발전용 댐을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는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발전용 댐을 발전 위주로만 운영하지 않고, 용수공급과 홍수조절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려는 정부와 공공기관 간의 효율적 물 관리 의지를 반영한 공동협력 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이 협약을 통해 한강홍수통제소는 ▲발전용 댐 운영계획과 발전용 댐-다목적댐 간 연계 운영계획 수립 ▲발전용 댐 운영에 따른 실제 확보수량 모니터링 및 평가 ▲발전용 댐에 확보된 저수 이용에 관한 용수공급계획 수립 ▲발전용 댐 의 용수공급 및 홍수조절에 관한 운영 기준 마련 ▲홍수조절 지시 및 수문방류 승인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는 ▲발전용 댐 운영계획에 따른 댐 저수 방류 ▲발전용 댐 운영에 따른 실제 확보수량 상세 모니터링 및 보고 ▲발전용 댐 운영 기준에 따른 홍수조절 등 세부 운영계획 수립 ▲홍수조절계획에 따른 수문방류 승인 요청 및 수문방류 ▲발전용 댐 시설물의 운영, 유지관리, 수질관리 대응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정헌철 한국수력원자력 한강수력본부장은 “한강수계에 있는 발전용 댐 중 화천댐과 팔당댐을 제외한 나머지 댐들은 규모(용량)가 적은 편으로, 어업ㆍ수상레저 활동 및 취수원 수위 확보 등으로 인한 제약사항 등이 있어 우선 화천댐과 팔당댐을 대상으로 2년간 시범운영 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선포식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 엄명삼 춘천부시장 등이 참석해 한강수계 발전용 댐의 다목적 활용을 천명하고, 물 관리 기관으로서의 적극적 역할 수행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발전용 댐이라는 신규 수원(水原)이 확보되어 한강수계 댐 관리체계가 개선되고, 신규로 발생할 용수 수요에 대처하여 가뭄과 홍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정부의 통합 물 관리 정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 한수원은 국가 수자원 관리의 중요한 일원이 됨을 선포하는 것”이라며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정 사장은 “용수관리는 물론 국내 수력발전과 양수발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수력발전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한수원 본사는 경주에 있지만 수력발전에 관련된 모든 것은 이곳 춘천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명수 한강홍수통제소 소장도 “그 동안 환경부는 물 관리 필요성을 가뭄과 홍수에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면서 “발전용 댐 다목적 활용은 수력발전뿐만 아니라 가뭄과 홍수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양수 포함)ㆍ원자력발전소 현황 ⓒ한국원자력신문
한국수력원자력 수력(양수 포함)ㆍ원자력발전소 현황 ⓒ한국원자력신문

◆한수원 ‘수력발전댐 운영’ 명쾌한 해법 제시
사실 ‘댐관리 일원화’ 논쟁은 1984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감사원이 수자원공사 감사중 한수원이 관리중인 팔당댐의 관리를 수자원공사로 이관하는 방안을 수자원공사에 검토, 지시했다. 이에 한수원은 용수부문의 댐 관리는 수자원공사에, 발전설비는 한수원이 각각 일원화하자 요구했지만 수자원공사가 현행유지를 주장해 ‘현행유지’로 결론이 났다.

이후 ‘댐 관리 일원화’ 논쟁은 청와대, 총리실 등 주관으로 9차례에 걸쳐 제기됐지만 “실익이 없다”며 현행유지로 결론이 난 사항이다. 그러나 2015년 기획재정부의 ‘에너지공기업 기능조정’ 검토가 시작되면서 ‘댐 관리 일원화’ 논쟁이 재점화됐고, (4대강 사업)부채로 위기에 봉착한 수자원공사는 TF팀을 구성해 ‘발전용(수력) 댐 이관의 당위성 찾기’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당시 수자원공사는 ‘댐 관리 일원화’에 따른 개선효과에 대해 “한수원의 수력댐 이관 시 홍수조절용량 2억4000만t, 용수공급능력 5억4000만~8억8000만t이 증가한다”고 주장했지만 ‘기능조정 Fact 확인회의’에서 수자원공사는 “실제로 소유권이 넘어와도 물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이에 양재천 한수원노동조합 한강수력본부위원장은 “댐의 물은 강우량이 늘어야 하고 홍수조절은 댐을 비워야 늘어나는 것이다. 발전용 댐을 다목적댐으로 관리주체(수자원공사)가 바뀐다고 수량의 증가는 있을 수 없다. 특히 댐 관리 기능조정은 국민 편익과 효율적인 국가 물 관리 정책에 역행하는 단지 수자원공사의 이익추구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고,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삭발투혼과 장기노숙을 강행하며 투쟁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마침내 그 모든 논란을 종식시킨 ‘물(水) 관리 일원화’에 대한 정부의 기능조정이 최종 결정된 만큼 기존 발전용 댐의 효율적인 활용으로 장래 수도권 용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뭄과 홍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정헌철 본부장은 “지난 5월부터 한강수력본부는 화천댐, 팔당댐을 대상으로 2년의 시범기간을 통해 용수공급 및 홍수조절 효과를 분석하며 지속적으로 가뭄 및 홍수대비 효율적 물 관리에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정 본부장은 “2021년에는 법 제도를 정비해 다목적 활용 근거를 마련하고, 2022년에는 수력발전댐의 저수를 하천수로 공급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신규로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게 돼 국민들의 물 이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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