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야마 야스히로(岡山 康広) ATOM Works 대표이사ㆍ롯카쇼무라산업협의회 이사

일본원자력문화진흥재단(JAERO, Japan Atomic Energy Relations Organization)이 설립(1969년) 50주년을 맞아 원전 소재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민, 저널리스트, 연구요원 등 각계 전문가로부터 ‘원자력’을 주제로 한 기고를 받아 재단 웹사이트(www.jaero.or.jp)에 게재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게재된 7편의 기고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9주기를 맞은 그들의 ‘원자력’에 대한 인식을 가늠할 수 있었으며, 원자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발전하기 위한 제언들도 여과없이 담겨져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원자력산업회의에서 발간하는 『원자력산업』2월호 <특별기고 모음>에 국문으로 번역된 7편의 일본원자력문화재단(JAERO)의 기고문을 연재로 게재하고 있다. <편집자 주>

오카야마 야스히로(岡山 康広) ATOM Works 대표이사
오카야마 야스히로(岡山 康広) ATOM Works 대표이사

2019년 6월 13일, 일본의 유조선이 오만 해역에서 포격을 받았다. 다행히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지만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던 중 발생한 사건이기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 사건을 알고 나서야 일본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과 위기감에 대해 다시금 통감하였다.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의 원유 중동 의존도는 0.3%로 과거 두 번이나 경험한 오일쇼크 때보다도 의존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악할만한 일이다. 동일본대지진 직후인 2012년에 30만 톤급 유조선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연간 약 500번 왕복하던 시기에 83.2%의 의존도를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의존도가 얼마나 이상한 수준인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또한 에너지 자급률이 10%를 밑돌고 있다는 것 또한 무척이나 심각한 일이다. 국가가 국가로서 성립하기 위해서는 식수, 식량,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여 스스로의 노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일본의 미래 성장 발전을 포기하는 것이고, 2000년 이상 계승해 온 역사와 전통을 모독하고 우리자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겨주는 것이 아닐까.

오늘날 일본에는 에너지 문제를 국가나 정부, 전력회사가 도맡아 해야 하고 우리는 언제나 그에 대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의견이 만연하고 있기에, 국민을 위하여 책임지고 안심(과학적인 안전이 아닌)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여 안전하게 운영해달라고 하는 일련의 모습에 타력본원(他力本願)의 의식을 느끼며 강한분노를 느낀다.

논리적·과학적 식견을 기반으로 냉정하게 장단점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여 결단하는 성숙한 문명인으로서의 당연한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상관없는 척하며 안전지대에서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현장 기술자와 입지 지역 주민에게 보이지 않는 얼굴로 비난의 눈길을 보낸다. 틀림없는 이해 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말하자면, 사업 활동에 있어서‘노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리스크를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인식하고, 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지혜를 짜내고, 대책을 세우고, 그럼에도 제로가 되지 않는 리스크를 떠안는 결단을 내려서 실행한다.

요즘 만연하고 있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되고 있으니까 괜찮아, 원전은 어쨌거나 위험하니 안 쓰는 것이 좋지 않아?’와 같은 나라 전체에 퍼지고 있는 오해와 착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사업자와 다른 전력사업자들은 솔선수범하여 책무를 다 해야 하며, 우리와 같은 ‘원자력마을’이라 불리는 입지 지역의 주민들도 그러한 책무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이 앞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지금과 같이 기술 입국·수출 산업에서 일정한 지위를 확보하고, 위기 상황에 있는 지구 환경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등 활동의 선진국으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하여 논리적·합리적 관점에서 진정한 에너지의 3E+S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전 입지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났으며, 철이 들 즈음에는 이미 원자력 관련 시설이 마을에 생겼다. 고등학교, 대학교 생활을 마을 밖에서 보내고 사회인으로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경영 전략의 중심에 이미 원자력 관련 시설이 있었다.

우리 마을의 입지와 관련한 경위는 전문적인 내용 투성이지만 지금까지 사업과 관련한 경험에 따라 사실이라고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 마을과 아오모리 현이 지금까지 경제를 지탱해온 1차 산업과 함께 원자력산업을 유치하여 경제 발전을 실현한 것이다. 이는 통계가 증명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 마을의 입지 전후를 비교하자면 이주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가족이 일 년 내내 떨어져 지내는 것 없이 현지에서 살 수 있다는 혜택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두 번째는 핵연료주기를 확립하고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일본의 에너지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우리 원전 입지 지역의 주민은 국책에 의하여 희생하며 수용하고 있다는 피해자 의식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국책에 협력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에 결코 소홀히 하지 않고 향후 더욱 심화되고 있는 국제 경쟁에서 일본이 지지 않고, 미래에 풍요롭고 밝은 나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가 대전제가 되어야 하며, 재생에너지의 추진과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핵연료주기의 베스트 믹스가필수적이라고 확신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과분함의 정신(勿体無いの精神)’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은 다시 사용하여 최후까지 사용하고, 한정적인 자원을 절약하여 장래를 위해 대비하고, 다음 시대를 위한 투자를 착실하게 해나가자는 말이다. 그러한 활동을 통해 경제가 윤택해지고, 지역에 활력이 생기고, 젊은이와 기술자가 모여 꿈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산업과 문화가 생겨나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에너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 지역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강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앞으로도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을 결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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