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브 슬라메취카(Gustav Slamečka) 주한체코대사
UAE바라카원전 건설ㆍ운영 높이 평가…적기준공 강조

“원전 건설·운영 능력을 고려했을 때 (체코는) 한국을 좋은 입찰자로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체코의 신규원전 건설을 위한 입찰(사업자 선정) 수주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이 화제다. 

지난 16일 부산벡스코에서 열린 ‘2020년도 한국원자력연차대회’ 기조강연을 마친 뒤 구스타브 슬라메취카(Gustav Slamečkaㆍ사진) 주한체코대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나라의 원자력기술과 체코 신규원전 수주 가능성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슬라메취카 대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담은 ‘유럽 그린딜’에 참여한 체코는 현재 53%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 발전을 2040년까지 5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대신 원전 비중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석탄발전의 단계적 축소를 위해 신규 원전을 적기에 건설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코바니(Dukovany) 1~4호기와 테멜린(Temelin) 1·2호기 등 6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체코는 현재 기존 두코바니 원전부지 내에 사업비 8조원 규모의 1000~1200MW급 원전 1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체코는 이달 초 EPC(설계·구매·시공)로 사업모델을 확정하고 올해 말 신규원전사업 입찰안내서를 발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우리나라의 한수원을 비롯해 중국 CGN, 러시아 로사톰 외에 프랑스 EDF,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ATMEA,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이 경쟁 중이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과 ‘팀 코리아(Team Korea)를 꾸리고 수주전(戰)에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슬라메취카 대사는 “내년 1분기 신규원전 사업자 선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22년 4분기에 완료하고 2029년 착공에 들어가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체코는 투자 수익을 보장하고 우호적인 협력 속에 금융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원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준공 기간 준수 능력과 기술력, 안전성 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체코 원전 수주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사견임을 전제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한국은 이미 좋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40년 이상 발전소 건설·운영 능력을 입증하고 UAE 원전사업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슬라메취카 대사는 “체코는 대형 원전뿐 아니라 SMR(소형모듈원전)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미국과 함께 SMR 연구 및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인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마친 슬라메취카 대사는 ‘전력가격 보증방식’에 대한 본지 기자의 추가적인 질의에 대해 “체코 정부는 영국 Hinkley Point C 원전과 같은 발전차액보전(CFD, Contract For Difference)의 전력가격 보증 방식은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체코전력공사(CEZ)의 민영화 부분에 대해서도 “CEZ가 100% 출자한 자회사(Elektrarna Dukovany II社)가 신규 원자로 증설 프로젝트의 투자기업이 되고, 정부와 CEZ간 계약이 체결돼 이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융자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체코 정부 내에서 탈(脫)러시아(로사톰)를 위한 바람막이로 “한국을 좋은 입찰자”로 추켜세우는 것 아니냐는 다소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도 슬라메취카 대사는 “한국을 특별히 선호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한수원이 체코에 큰 관심을 갖고 체코 정부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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