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귀 막은 탈원전 정책 전면제고해야
원자력 없는 탄소중립 정책은 '허무맹랑'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국민의힘 경북 구미을 김영식 의원입니다. 비록 무명의 초선 야당의원이지만, 한국원자력연구소 선임연구원 출신이자,지난 30여년간 학계에 몸담은 과학자로서, 대한민국의 원자력 산업이 이대로 붕괴되어가는 현실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12월 27일은 제10회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입니다.
2009년 12월 27일 UAE에 한국형 원전 수출성공을 기념해 2010년 제정된 법정기념일입니다.

그러나, 2017년 대통령께서 취임하시면서, 원자력의 날 행사는 대폭 축소되었고, 기관과 연구자에게 수여되던 대통령과 국무총리 표창도 사라졌습니다. 원자력 연구와 개발에 평생을 바친 연구자들의 사기는 급격히 떨어졌고, R&D는 계속 축소되고, 원전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지난 10월 20일 감사원 감사 결과, 공무원들이 경제성을 조작해가면서까지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시켰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신한울3·4호기는 공정률 약10%에서 공사가 중지되었습니다.

천지1·2호기는 부지매입단계에서, 대진1·2호기는 계획단계에서 건설이 백지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번에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는 탄소중립을 이유로 원전을 2034년까지 17기로 감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정부는 신규원전만 건설하지 않은 것이며, 운영 중인 원전은 계속 가동되는 것이므로 2080년이 되어서야 원전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은 이미 신규원전 건설이 백지화된 그 순간부터 생태계의 붕괴가 급속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원전건설과 관련된 업체 대부분이 중소협력사로서 총인원 6만명이 신규 원전 건설 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주기기와 보조기기업체의 타격은 불가피합니다.

본격적인 탈원전이 진행되면, 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 원자로 펌프 등을 공급하는 주기기업체는 시장을 즉시 이탈할 것이고, 여기에 동참하였던 460여개의 중소기업도 이탈할 것입니다. 고품위 밸브 등을 생산하는 보조기기 업체는 국내 신규건설이 발생하지 않으면 즉시 산업을 이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컨대, 창원시의 경우 원전 협력업체들이 대출을 받아 증설한 기계설비가 일감이 없어 가동을 중단한 지 오래입니다. 정부의 급격한 에너지 정책 변화로 지역 원전 기업들이 일감절벽으로 생존마저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신한울 3·4호기는 2002년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 고시 및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되어 2017년 2월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하였다가 그 해 6월 탈핵 및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발표로 모든 공사와 설계가 중지되었습니다.

대통령님, 정부의 독단적 결정으로 발전소 건설이 중단된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이대로 끝내 중단된다면, 건설사업은 내년 2월 28일에 영구취소됩니다.

이는 국제적인 탄소 중립 추세에도 매우 역행하는 것입니다.
미국 바이든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차세대 원자력 발전을 청정에너지로 명시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원자력에 에너지·환경의 미래가 달렸다며 원전산업을 격려하였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수상은 원자력을 녹색산업혁명을 위한 10대 계획의 우선순위 3번으로 정한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만 탈원전정책과 원자력 없는 허무맹랑한 탄소중립 정책으로 지난 50여년간 연구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진 원자력산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원자력 피폭의 위험성만을 담은 영화의 환상과 탈원전이라는 미신에서 벗어나셔서, 대통령님의 눈과 귀를 막은 참모진을 잠시 물리시고, 과학적인 시각에서 원자력을 한번 봐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이에 몇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은 독립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 10월 20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 산업부가 월성1호기의 경제성을 조작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만약 공수처에서 원전 수사를 진행한다면, 신뢰성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검찰에서 독립적으로 수사를 해야 모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과 같은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반드시 재개되어야 합니다.
신한울 3·4호기는 고유 국산기술로 대체되는 첫 사업으로 매몰비용은 최소 6,500억 원 규모입니다. 신한울을 포기하고, 원전의 계속운전을 불허하면서 생기는 전력생산 감소분인 5.7조 kWh를 LNG와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면 500조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더욱이, 대통령께서 제시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전력수요 2배 정도의 수요가 필요합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기자동차로, 가스보일러는 전기히트펌프로 대체되어야 하며, 공장도 석탄과 가스 대신 전기를 사용하여 전력수요는 지금의 2배로 늘어나야 합니다. 물론, 2배 늘어난 전력생산은 탄소배출 없이 청정전력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원자력 없이는 이러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석탄 대비 1,700만톤에 달해 2030년 우리나라가 부족한 감축량의 절반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태양광이나 LNG로 동일 양을 감축하려면 적어도 연간 1.3조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됩니다. 여의도 80배 정도에 해당하는 면적에 태양광을 설치해야 하며, 설치 비용만 30조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산업부는 지난 10일, 1년이나 지연시켰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갑자기 서둘러 오는 24일 공청회 개최를 공지하였고, 전기사업법에서 규정한 국회 보고 절차를 건너뛰려고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검찰의 원전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계획을 확정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정부가 무슨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혼란을 틈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조용히 확정하려는 것인지 알고 계십니까?. 계획안에는 신한울 3·4호기를 전력원에서 제외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석탄발전은 원자력발전단가(56원)의 1.5배(84원), LNG발전은 2배(112원), 재생에너지발전은 3배(168원) 수준입니다. 하루 4시간 사용 가능한 태양광과 6시간 사용 가능한 풍력만으로는 24시간 전력공급이 불가능하며, 대규모로 경제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신한울 3·4호기는 사업주체가 분명하고, 건설도 이미 10% 진행되었음에도 불확실성을 이유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사업자 및 부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는 어떤 확실성을 가지고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것입니까?.

대통령께서 취임하실 때부터 강조하시던 공정의 가치가 탈원전이라는 이름 앞에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이 공정했는지,
  절차상 적법했는지 대통령께서 직접 확인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 불허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과정과 매우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끝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제2의 월성 수사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님,
원자력은 우리나라가 극빈층인 시절에도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스스로 일궈낸 산업발전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포괄적이고 균형있는 관점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원자력 기술이 이대로 도태되지 않도록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은 백년대계입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현재와 미래,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과 미래세대가 모두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임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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