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전 190만대 보급 일방적 발표에 업계 당혹
올해들어 ‘업계 입장 충분히 반영…점진적 추진’ 선회
통신규격, 시험 방법 등 조달 준비부터 마무리해야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 = 한국전력
한국전력 나주 본사 전경. 사진 = 한국전력

한국전력이 지난해부터 추진하려다 특정업체 밀어주기 및 준비미흡 등 관련업계의 지적에 도입계획을 잠정적으로 미루고 있는 보안계량기, 즉 AMIGO전력량계 도입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전의 보안계량기 사업방향이 올해 들어 지난해와 같은 일방적인 한전중심의 사업추진 방향에서 업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점진적인 추진 방침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이번 조치는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AMIGO전력량계 시범사업 추진일정 및 도입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 2~3년의 준비과정을 더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공급자인 업계와 수요자인 한전 모두에게 발전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의 AMIGO전력량계 도입문제는 도입을 위한 전반적인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가운데 한전이 업계의 주류적인 의견과는 다르게 성급하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한전은 지난해 6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공청회를 열고 “올해 1만대 시범보급을 거쳐 2022년부터 190만대 규모의 AMIGO전력량계를 보급하고, 2023년부터 전면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비보안계기 119만대를 합칠 경우 총 390만대에 이르는 엄청난 물량이다.
한전의 이러한 방침에 업계는 바로 반응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한전이 전격적으로 교체하려는 보안형 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체 업체의 약 10%에 불과하고, 그나마 그 중에서도 각 사양별 제품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1~2개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한전이 발주를 강행하면 관련 제조업계는 그 물량을 제작할 수 없어 납품지연, 하자발생 등 다수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안 문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2023년까지 대규모 물량의 보안계기 수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무리한 계획을 계속 강행하려 한다면 특정업체를 위한 행위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며 추진계획의 재검토를 희망했다.

업계에서는 전국에 산재한 전력량계를 보안형 계기로 교체할 경우 수백만 대의 물량이 필요한데 관련 제조업체들의 준비가 덜된 것을 뻔히 알고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상생협력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전에 관련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전의 사업규격이 확정되고, 확정된 규격에 언급되어 있는 모든 세부 시험항목에 대한 공인시험을 거쳐 이에 합격한 제품이 입찰유자격 등록을 받고 입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한전의 AMIGO전력량계 시범운영은 기기의 종합적 구성 등의 문제로 지난 3월에야 비로서 최종 납품된 상태다.

문제는 또 있다.
AMIGO전력량계 일반규격은 지난해 11월 제정·공시됐으나 통신규격, 시험방법 등은 아직 제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전 전력연구원, KTL, KTC 등이 여전히 협의 중인 상태다.

대규모 조달을 위한 준비과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 추진하려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대상이 될 수 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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