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청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핀란드는 작지만 강한 국가이다. 핀란드의 주력산업인 철강, 정보통신, 삼림분야는 전력집약형 분야이고, 아울러 고품질의 전기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핀란드는 베이스로드로서의 원자력발전,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로서 수력 및 풍력 발전시설들을 상당한 규모로 건설하여 전력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하여 왔다. 그런데 이 계획은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하거나 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다. 따라서 일반적인 시각에서 볼 때 작은 경제규모의 핀란드가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던져졌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논란이 많은 원전을 건설한다는데 대하여 한계를 지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핀란드는 1960년대에 최고법원의 판결을 거쳐 ‘망카라(Mankala)’라는 독특한 투자제도를 채택함으로서 재원의 조달과 투자에 대한 리스크 문제를 해결하여 왔다.

망카라 제도는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 에너지생산을 추진코자하는 기업, 전력사업에 연관되는 관심그룹군 등이 공동 투자하여 발전소를 건설하는 시스템이다. 전기사업자, 중소규모 에너지사업자, 에너지를 공급하는 공기업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에너지정책을 관할하는 중앙정부 등과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 등이 공동으로 투자하여 발전회사를 설립 운영하는 협동적 구조이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투자비율에 따라 생산원가로 투자기관에게 분배된다. 따라서 투자기관은 전기를 생산원가로 사용하게 된다. 전력이 남는 경우에는 거래행위도 가능하기는 하다. 그렇지만 만약 남는 전기가 소비되지 않는다면 그 손해는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손해를 보도록 되어있다. 전기 생산에 소요되는 인건비, 운영비, 기술개발 비용 등은 실비로 정산하는 시스템이므로 원칙적으로 수익이 발생되지 않는 구조이다. 물론 투자기관들은 수익배당을 받지 않는다.

지난 2월 신규원자력발전소의 입찰을 초빙한 TVO사는 전형적인 망카라 제도 회사이다. 핀란드는 이미 1960년대에 산업부문의 전기사용비율이 60%에 달하였다. 따라서 1969년에 TVO가 설립되었다. 초창기에 TVO사는 대량의 전기를 필요로 하던 산업체들에게 원자력발전에 관련된 기술적 지식을 전파하고 그들만을 위한 원전건설을 추진하였다. TVO는 Olkiluoto 1호기와 2호기를 각각 1978년, 1980년에 운영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 핀란드 산업계는 또다시 대규모 전력공급의 필요성에 직면하였다. 이에 TVO사는 1993년에 의회에 신규원전건설을 신청하였으나 국민의 수용성 및 방사성폐기물 문제 등으로 거부되었다. 그 이후 TVO사는 꾸준히 준비하여 2002년에 의회에 재차 신청하여 원칙적동의(decision-in-principle)가 채택되었다. 이는 EU의 이산화탄소 저감정책이 강하게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방사성폐기물도 저장고를 건설하기로 합의 된데에 연유한 것이었다.

EPV사, KPL사, KL사, ML사 등 다수의 중소규모 에너지회사들이 나눠서 투자하고 있다. 2대기관은 Fortum사와 UPM사이다. Fortum사는 회사주식의 51%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UPM사는 펄프회사이다. 즉 70여개 기관이 공동으로 투자하여 운영하므로 리스크가 분산된다. 투자비 또한 전력의 수요와 공급의 상황이 이해되어 사업성이 인정되면 모으기가 용이하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 감정도 참여하는 기관이 많고 다양하므로 비교적 이해를 구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다.

Mankala라는 투자모델의 용어는 1960년대 ‘Oy Mankala회사’의 명칭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래로 주로 핀란드의 에너지 및 전력분야의 산업계에서 이제도가 활용되어 오고 있다. 망카라 모델은 small market player의 대규모 기간산업 참여를 가능케 하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제제도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망카라 모델은 리스크가 높은 신기술이지만 eco-friendly하여 정책적 차원에서 공급을 늘려야만 하는 풍력과 같은 분야에 매우 적합한 투자형태라고 제시하고 있다. 재원이 적은 나라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할 수 있다는 점과 회사운영의 고효율성에서 오는 이익 등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수혜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결국 에너지가격의 변동성도 약화시키고 소비자의 전기 값도 싸진다고 핀란드의 에너지산업계는 설명한다.

매우 의미 있는 구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 지원 하에 있는 1개 회사가 홀로 원전의 건설 운영을 책임지고 추진하는 형태와 대조된다. 이에 두 가지 시사점을 생각하여 본다. 첫째는 지금 입찰 중인 TVO사의 원전수주경쟁은 지난번 UAE경우와는 다른 양상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원전의 안전성과 기술적 우위에 근저를 둔 실력적 경쟁체제가 주요할 것이다. 국가적 신뢰와 과학기술의 백업이 유효한 인자일 것이다. 둘째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으로 원전의 지속적 건설필요성이 존재하나 대규모 선행적 투자에 어려움이 있는 점을 볼 때 투자유치의 민주성을 보완하는데 참조가 될 것이다. 아울러 원전 뿐 만아니라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을 늘려가려면 기술을 이해하는 많은 소규모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면서 에너지산업 구조의 합리화를 이루어 갈 수 있는 방향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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