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신기후체제 등 닥친 '에너지문제' 올바른 이해 ‘절실해’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전기를 사용했던 것인가. 의외로 그 역사는 매우 짧다. 지금으로부터 129년 전, 1887년 3월 6일 저녁 어스름이 짙게 깔린 경북궁 내 건청궁,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깜빡하는가 싶더니 눈부신 조명이 갑자기 주위를 밝혔다.

“아~” 주위에 모여든 남녀노소들이 모두 감탄사를 터뜨렸다. 마침내 우리나라 최초 전등이 점화된 것이다. 에디슨이 백열전등을 발견한지 고작 8년 만에 서울에 전등이 켜졌으니 당시로는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로부터 13년 후 1900년 4월 10일, 단군 이래 처음으로 길거리에 조명용 전등이 등장했다. 전차를 야간에 운행시키기 위해 민간조명용 전등을 설치한 것이다. 비록 현대적 의미의 가로등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수천 년 동안 해만 지면 길거리가 캄캄해지는 게 상식이던 그 당시에 조명용 전등의 등장은 서울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대한 이벤트였다.

◆1900년 4월 10일 한반도 전기 등장 이후
1900년 한반도에 처음으로 전기가 등장했던 그날 이후 우리는 하루 종일 에너지를 이용하며 생활한다. 우리가 씻는 물은 전기를 이용해 운반되고 데워지며, 냉장고도 전기를 이용한다. 또 전깃불 없는 밤은 상상할 수도 없다. 산업에서도 에너지는 매우 중요하다. 물건을 생산할 때도 에너지가 없으면 기계를 움직일 수 없다. 우리가 손쉽게 사용하는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전자제품 기기도 에너지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

▲ 우리나라 에너지 밸런스 흐름도, 2014년 기준 / 사진출처=원자력 상식사전, 박문각(2016)

한마디로 에너지 없이는 하루라도 제대로 생활할 수 없으며 에너지가 얼마나 잘 보급되느냐에 따라 생활의 질과 산업의 발전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화, 편리성' 등을 이유로 에너지소비가 많다. 세계 9위의 에너지소비국이며, 세계 5위의 석유수입국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소비량은 어마어마하다.

​에너지는 이제 우리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화석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기후변화 문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인류발전은 안전성, 신뢰성. 환경성을 갖춘 에너지자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12일 전 세계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지구온도 2℃ 상승을 막기 위한 약속을 담은 ‘신기후변화’ 체제가 타결됐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신기후체제가 발효되는 2020년까지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에너지원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와 함께 국가 기후변화 적응정책 등을 포함한 기여방안 등을 UN에 제출한 대한민국이 가진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에너지 고립된 섬…84% 수입 의존 '자원빈국'
우리의 에너지 환경은 고립된 섬처럼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은 연탄 재로로 쓰이는 무연탄, 최근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국내산 에너지로 고작 4%에 불과한 자원빈국이다. 연료를 수입하지만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한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준국산 에너지로 분류하지만 원자력을 국내 에너지로 포함할 경우 에너지자립도는 16% 수준이다.

▲ 주요국의 에너지자립도, 2012년 기준 /사진출처=원자력상식사전, 박문각(2016년)

다시 말해 우리나라가 매일 쓰는 에너지의 84%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 선박 등으로 수출해서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수가 에너지를 사오는데 사용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철강과 화학, 조선 등에 집중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세계 10위이다. 따라서 에너지자원 고갈에 대한 문제와 함께 온실가스 저감대책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가히 ‘자원전쟁’이라 할 만큼 치열한 자원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석유, 가스, 석탄 같은 현재의 주력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총동원하는 한편 풍력 및 태양열 외에도 바이오매스, 지열, 해양에너지 등 이용 가능한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자립과 원자력의 역할…소모적 논쟁 벗어나자
그러나 우리나라는 연탄의 재료가 되는 무연탄을 제외하면 동해 가스전에서 개발된 천연가스,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 최근 보급이 늘어난 신재생에너지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전부다. 전체적인 양으로 보면 극미한 수준이다. 엄밀히 말하면 신재생에너지의 경우도 태양이나 바람은 국산이지만 그 장비가 모두 국산화된 것은 아니니 국산 에너지라고 구분 짓는 것도 애매하다.

이에 에너지전문가들은 “신재생 및 신에너지가 충분히 기술개발이 이뤄져 경제적인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는 원자력발전으로 에너지난을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전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원전은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대용량 발전기로서 안정적 전력수급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전력 부하율이 77% 수준으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인 전력부하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저설비의 확충이 안정적 전력공급과 발전원가 절감을 위해 바람직하다.

또 원전은 연료의 공급 위험과 가격 위험이 매우 낮은 발전원이다. 원전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연료의 양은 같은 용량의 다른 전원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우라늄 1g은 양질의 석탄 3t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열량과 같으며, 벙커C유 10드럼을 태웠을 때와 맞먹는 에너지가 나온다. 100만kW급 발전소를 1년간 운전하려면 석유는 150만t이 필요하지만 우라늄은 20t이면 되는 셈이다.

▲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4호기 건설당시 본관건물 야간전경 /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전 세계적으로 매장돼 있는 화석연료는 2011년 기준 석유는 54년분, 천연가스는 64년 분, 석탄은 112년분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비행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2009년 기준 283년분이 남아 있으며, 어느 한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세계 전역에 걸쳐 매장돼 있어 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원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한번 장전하면 15~18개월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18~24개월분 연료가 비축돼 있어 길어야 1개월분 밖에 저장할 수 없는 화석연료에 비해 연료비축 능력이 월등하다.

이에 원전은 국외 에너지 수급상황이 급격하게 변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라늄은 수송과 저장이 쉽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에너지전문가들은 “물론 특정 발전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전원 구성을 왜곡시켜 에너지안보를 해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에너지 섬’이라는 우리나라가 가진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 원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원전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온실가스 저감대책의 과제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원전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굳이 에너지안보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스스로 ‘에너지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한국원자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