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처분장 마련 못해 중간저장 中…스웨덴‧핀란드 최종부지 2025년 운영예정
韓, 중저준위 처분장 지난 8월 운영 시작…고준위 원전 내 저장 2024년 포화 불가피

원전을 운영하는 전세계 31개 국가의 공통 현안은 ‘사용후핵연료’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의 연료로 사용된 물질로서 장기간에 걸쳐 고열과 높은 수준의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관리 기간도 10만년 이상(장기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500~1000m 깊이의 암반층에 격리 보관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목표는 영구 처분이다. 발전소에 저장했던 사용후핵연료의 열과 방사선이 감소되면 영구처분시설(처분장)로 보내면 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가 없을 만큼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마련은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를 위해서는 부지 선정 10~20년, 시설 설계·인허가 및 건설에 10~20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30~4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22개 국가는 최종 처분 시설을 만들기 전 중간저장시설을 만들어 관리, 운영 중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나라인 핀란드와 스웨덴은 공론화를 통해 최종 부지 선정 후 현재 정부의 허가평가가 진행 중이며, 2025년~2030년경에 처분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또 중간저장시설을 운영 중인 미국도 2048년에 처분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4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계획을 시작했지만 2005년 사용후핵연료를 제외한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경주시민의 주민투표(89.5% 찬성)로 부지를 확보하고 지난 8월 1단계 사업이 준공됐다.

그러나 사용후핵연료 처분시설을 아직 확보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가동 중인 24기 원전에서 매년 8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하고 있으며, 원전 내 저장(건식 및 습식) 시설에 안전하게 저장 관리되고 있다.
2014년 말 기준 원전 내 저장시설용량 1만9095t 중 1만3807t(72.3%)이 저장중이며, 현재대로라면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수조가 포화 상태에 이른다.

물론 저장 방법을 개선하거나 부지 내의 여유가 있는 저장 수조로 옮기는 등 저장 시설을 확충하더라도 2024년이면 포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2024년 이후부터는 별도의 저장 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면 원전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까지 이를 수도 있다.

◆정부, ‘권고안’ 토대로 연말까지 ‘관리 기본계획’ 수립
이에 2013년 10월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에 관한 국민의견 수렴 기구인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공식 출범했고 지난 6월까지 20개월간 활동했던 결과인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법제화된 절차에 따라 공론조사, 토론회, 라운드테이블, 설문조사 등을 통해 2만7000여명의 의견과 온라인상 35만 여명의 의견을 담아낸 결실인 권고안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재 개별 원자력발전소 등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저장 용량이 초과되거나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안정적 저장시설을 마련해 옮기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2020년까지 지하처분연구소(URL) 부지 선정 ▲2051년까지 영구처분시설 운영 ▲사용후핵연료 특별법(가칭) 제정 등 총 10개로 구성된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에 정부는 이 권고안을 토대로 올해 연말까지 ▲영구처분․국제 공동저장/처분 등 관리방식 ▲원전내 저장시설 확충 ▲지하연구시설 부지선정 방식과 절차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등 큰 틀의 정책방향 담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또 관리 기본계획의 실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특별법(가칭)’ 제정 등 관련 법령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방사성폐기물 처분 및 부지특성 연구부회는 14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국민이 안심할수 있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무엇을 준비했고,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워크숍(사진)을 가졌다.
송명재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은 워크숍에 앞서 “방사성폐기물 관리 분야 산학연 관계자들의 학술적 시각에서 국내 여건에서 이행 가능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학회 추계학술발표회 기간에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시 가장 문제가 되는 처분장의 성공적인 선정을 위해 이종열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가 ‘고준위폐기물 심지층 처분 기술현안과 해결방안’을, 오창환 전북대 교수가 ‘처분부지, 어떤 곳을 어떤 저차와 방법으로 선정해야 하나’를, 채병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가 ‘우리나라 지질은 안정한가?(장기적/완속성 진화모델, 급발성 현상, 심부처분환경조건 등)’에 대해 주제발표로 진행됐다.

또 이광석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의 ‘신 한미원자력협정과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발표 후에는 김경수 후행핵연료주기기술 및 정책 연구부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장)을 좌장으로 발표자들이 ‘방사성폐기물 분야 기술육성 및 인력양성 방안’을 주제로 패널토론도 이어졌다.

◆오창환 교수 “화강암내 처분 안정성 평가 우선돼야”
특히 오창환(사진) 교수는 과거 국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선정과정에 문제점을 “국내 방사성폐기물 정책이 걸어온 길은 험난했는데, 그 이유는 처분장의 안정성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로 부지 선정을 한 것이 주원인”이라고 언급했다.

오 교수는 “1980년대 계획은 1990년대까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동일 부지에 건설하면서 사용후핵연료는 최종 처분한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1991년 안면도, 1995년 굴업도, 2003년 부안 처분장 계획 등은 부지의 안전성을 확실하게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분장 선정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서 주민의 불안감을 촉발해 잇따라 백지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4년 말에는 중‧저준위와 고준위 처분장을 따로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경주가 중‧저준위 처분장 부지로 선정됐다”며 “하지만 공사 중 경주 처분장의 지질학적 자연방벽 조건이 매우 나쁨이 확인돼 사회적 갈등이 유발됐고 현재 주민들의 위험성을 감수한 채 경주 처분장이 운영을 시작해 앞으로 300년간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고준위 처분장 선정 사전합의 조건에 대해 “지질학적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 오 교수는 “특히 과거처럼 지하연구 결과 지질학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고준위 처분장으로 선정해서는 안 됨은 물론 안전성이 확인된 부지라도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처분장으로 선정해서도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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