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염-철거 총 6단계, 종합 엔지니어링 ‘융‧복합 기술’ 필요
고리 1호기 해체 Track Record 바탕 해외시장도 단계적 진출

▲ 해외 원전해체 작업 관련 사진
원전의 해체는 영구정지 결정에 따른 해체 준비부터 마지막 환경복원까지 2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가동중지→해체 준비→제염→해체→폐기물 처리→부지복원’까지 6단계로 구성되는데 ‘원전 해체의 꽃’은 제염과 철거작업이다. 하지만 두 단계만 있다고 해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방사선이 어디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정확히 측정해야 하고 제염 후 철거한 폐기물을 용광로에 녹여서 마지막 남은 방사능 물질까지 제거한 후에는 원전으로 오염된 토양을 깨끗이 복원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원전 1기 해체비용 6400억 中 41% 방폐물 처분
그러나 결국 원전 해체의 핵심은 방사성폐기물 양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원전 1기를 해체하면 폐기물이 55만t 가량 나오는데, 그중 약 6000t 가량이 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한다. 폐기물 6000t를 200L 드럼에 넣으면 2만 개가 넘게 나오게 되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은 약 25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즉 원전 1기 해체 비용은 약 6400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방사성폐기물 비용만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방사성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제염‘을 잘하는 것이다.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부위만 골라서 떼어내는 기술을 ‘제염’이라고 하는데 제염을 잘할수록 방사성폐기물 양은 줄어들게 된다. 또 제염으로 오염 부위를 제거하고 남은 폐기물은 다른 원전을 지을 때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염 과정은 몸에서 때를 벗겨내는 일과 비슷하다. 원전도 오래 가동하다보면 냉각수 파이프라인 안쪽에 수 마이크로미터(μm=100만분의 1m) 두께로 때(산화막)가 생기는데, 여기에 오염물(방사성코발트)이 끼어 들어가게 된다. 고온고압에서 생긴 얇고 단단한 때인데다 사람이나 로봇이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 벗겨내기가 어렵다.

이런 방사능 때를 밀기 위해 철과 니켈 산화물을 녹이는 환원제, 또 크롬 산화물을 녹이는 산화제 등 제염제를 넣은 물을 번갈아 투입하게 되는데 그러면 산화막이 녹으면서 방사성코발트가 95%~98% 제거된다. 이후 복잡한 작업을 거쳐 방사능을 완전히 없애면 파이프라인을 재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원전 해체는 시간, 노력, 비용 면에서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50기의 원자로를 영구 정지했지만 아직까지 해체가 완료된 원전은 19기에 지나지 않으며, 국가별로는 미국, 독일, 일본에 국한돼 있다.

이에 김범년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발전본부장)은 최근 열린 원전해체워크숍에서 “원전 해체 경험이 없는 한국에서 원전 해체는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 확보를 위한 ‘역설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원전 해체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험이 많지 않은 작업이다. 이에 고리 1호기 해체는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물론 국내에서는 원전 해체경험과 일부 해체기술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영구정지 준비 2년, 사용후핵연료 냉각 5년 동안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 실제 해체작업이 착수되는 2022년 전에는 모든 준비가 완료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외 모든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고리 1호기 해체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은 물론 우수한 해체 실적(Track Record)을 바탕으로 해외 원전 해체시장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자”며 “고리 1호기의 해체 결정은 원전 역사의 흐름을 바뀌는 첫 포인트이자 첫 도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격시작 6년 전부터 산업인프라 갖춰야하는데…
한편 원자력 안팎에서는 고리 1호기 해체와 관련해 “여러 산업체들의 참여를 통해 해체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해체 개시시기가 향후 15년 후에 수행될 사업을 위해 민간기업이 지금부터 준비나 투자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원자력계 관계자 A씨는 “현재 국내의 해체관련 산업의 인프라는 전혀 없으며, 이는 국내에서는 원전 해체의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에 공급이 없었던 것”이라며 “그러나 해체의 공급이 시작돼 이러한 인프라가 자생적으로 발생하기를 기대한다면 막대한 국내 원전 해체시장은 외국의 차지가 될 것으로 예상돼 적절한 시기에 인프라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체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에 대해 관리조직과 작업수행조직으로 구성하는 등 구조만 조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표준해체 절차서나 모의해체 계획서를 공동으로 작성해 상세한 국내 기술 현황과 해체과정에서의 수요 및 공급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그 시작 시기는 원전의 해체가 시작되기 적어도 6년 전이 바람직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자력계 관계자 B씨는 “원전 해체는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현존하는 기술을 잘 골라 조합하고 응용해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소 기술 공급자망을 잘 관리해서 최적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원자력계 관계자 C씨는 “원전해체 기술은 방사선관리, 시공, 기계, 화학, 제어, 로봇 등 여러 분야의 지식과 기술이 복합된 종합 엔지니어링‧융복합 기술”이라며 “고방사성의 극한 환경에서 적용이 필요한 고난이도 기술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비원자력 부분의 상용화 기술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원전해체 기술의 완전확보는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원전 운영기술, 연구용 원자로 해체 시 개발된 기술, 타 분야에서 상용화된 기술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효과적인 활용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전해체 산업 육성 위한 ‘부산·울산 공동세미나’ 개최
부산시는 울산시와 공동으로 7일 오후 2시 벡스코 제1전시장 211회의실에서 ‘부산·울산 공동세미나’를 개최한다.

부산시는 국내외 원전해체시장의 본격 도래에 대비해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 중인 ‘원자력시설 해체종합연구센터 구축사업’과 지난 10월 5일 정부의 원전 해체산업 육성 발표에 따라 원자력 해체산업에 관심이 있는 많은 기업체들에게 정보제공 및 공유를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는 ▲서균렬 서울대 교수의 ‘다가온 미래원전, 떠오른 해체시장, 부산한 지방자치단체’ ▲홍서기 경희대 교수의 ‘원자력산업의 육성 및 발전방안’ ▲김희령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의 ‘원전해체 융합기술 및 협력기반 구축’ ▲안석영 부산대 교수의 ‘원전부지 재이용 및 복원’ 등 원전 전문가들이 원전해체시장 및 해체기술의 전망 등을 주제로 기업체 및 각계 전문가들과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그동안 부산과 울산은 본사업의 유치를 위해 2014년 3월에 유치의향서를 제출하고, 유치전략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 등을 분석해 유치지역의 타당성 논리를 개발하고 부산・울산지역 해체센터 유치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부산·울산 공동세미나’ 개최는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의 지난 4월의 해체센터 공동설립 약속이행을 위한 첫 사업이다. 지난 7월 부·울 공동설립 실무T/F팀을 가동해 4차례의 회의를 가진 바 있다.

향후 부·울 공동설립 MOU 체결과 공동설립협의회 구성 및 지역의 유망업체들을 구성원으로 원전해체산업협회 등을 발족시켜 정보와 지식 공유를 통해 해체산업에 참여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부산과 울산에는 원전해체산업의 기반이 되는 기계, 화학, 로봇, 해양플랜트 등이 발전돼 있어 종합기술이 요구되는 원전해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하며 “뿐만 아니라 원전해체 기술개발 고급인력 양성과 신규기업 창업 등 원전산업 육성으로 많은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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