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지구 식히는 원자력발전, CO2 배출량 석탄발전 1% 수준
배출비용 대비 발전단가 상승 불가피 “원전 경제성 더 높아져”
山많고 水적은 자연적 한계…‘기저전원’으로 신재생E 어려워

원전 핵심기자재 100% 국산화로 건설되고 있는 우리나라 27번째와 28번째 원전인 ‘신한울원자력발전소 1ㆍ2호기’.
지구 온도를 처음 측정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지구 온도는 1.7도 상승했다. 얼마 안돼 보이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지 못해 지금보다 8도 이상 오르면 지구는 생명체 거주가 불가능한 행성이 된다.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8000년 전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 고작 6도 밖에 낮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얼마나’ 상승하느냐가 아니라 ‘어느 속도’로 상승하느냐이다. 현재 평균 해수면 상승속도는 100년에 30cm 수준이지만 지구온난화 속도로 보면 조만간 10년에 30cm씩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더 빨라질 수도 있으며, 약 2400cm 정도 더 오르면 세계 주요 도시가 모두 물에 잠긴다.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에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량은 석탄보다 100배 적다. 특히 원자력은 발전단계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발전소의 건설이나 연료 폐기 등 다른 과정에서 최소한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친환경적인 에너지이다.

세계 7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우리나라는 2011년 원자력발전량을 석탄발전으로 대체했을 경우 탄소배출권 비용(9732원/t)은 1조4919억 원이 발생한다. 이에 정부는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절대적으로 원자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구온난화 재앙 늦출 ‘원자력에너지원’ 선택은 필수
지난 12월 12일 전 세계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지구온도 2℃ 상승을 막기 위한 약속을 담은 ‘신기후변화’ 체제가 타결됐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195개 당사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번에 타결한 신기후체제가 발효되는 2020년까지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에너지원 개발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기후체제에 가장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에 확산이 탄력을 더하고 있다. 바야흐로 원자력 산업에 ‘제2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고 있다.

최근 아그네타 라이징(Agneta Rising)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사무총장(Director General)은 한국원자력신문과 인터뷰에서 “원자력의 안전 문제가 현재는 물론 미래세대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지만 무엇보다도 신기후체제(Post-2020)에서 지구 온도를 2℃ 이하로 제한할 수 있는 저탄소에너지원으로서 커다란 축인 원자력에 대해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원자력발전이 청정에너지 전략의 중요한 구성요소라 판단하고, 원전산업 활성화를 위해 ‘원자력발전 지원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또 중국은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발전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13차 에너지발전 5개년 계획’에서 밝히며 기후변화 대응의 수단으로 원자력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목표와 함께 국가 기후변화 적응정책 등을 포함한 기여방안 등을 UN에 제출한 대한민국이 가진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안전성과 국내 원전 납품비리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원자력에 대한 불신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비중을 늘리면 이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원별 이산화탄소 배출량(g/KWh)을 보면 석탄은 991g, 천연가스 549g, 석유 782g, 태양광은 57g인 반면 원자력은 10g에 불과하다. 석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원자력의 100배 수준이고 천연가스 조차 50배가 넘는다.

또 발전원별 발전단가를 살펴보면 원자력발전은 두 번째로 저렴한 유연탄발전의 60% 수준이며 태양광발전의 8% 수준으로 가장 저렴하다. 이는 연료인 우라늄이 석유나 천연가스에 비행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1kWh를 생산하기 위한 연료비는 원자력이 3.66원으로 석유 202.10원의 18% 밖에 안돼 연료비가 상승하더라도 발전단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탄소배출권거래 제도로 탄소배출비용을 반영하면 화력발전 단가의 상승은 불가피하며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을 더욱 높아질 것이다.
◆설비이용률 낮은 신재생에너지, 경제성 떨어져
NGO단체를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독자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신재생에너지도 차세대 에너지로서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개발과 설비부문에서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대용량의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에너지와 여러 가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선 화석에너지에 비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원별 설비단가를 비교해보면 태양광의 설비단가는 LNG발전소의 약 16배, 풍력은 약 3배 수준이다. 그러나 이용률을 고려하면 경제성 차이는 이 보다 훨씬 크게 벌어진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풍력의 설비이용률은 약 20%, 태양광은 10~15%에 불과하다. 반면에 원자력, 석탄, LNG발전소는 연료만 넣으면 언제든지 가동할 수 있다. 국가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인 기저전력원으로서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하기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다.

또 자연을 이용하기 때문에 제어가 쉽지 않다는 단점도 지니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 바람, 해양, 지열, 물 등 자연을 이용해 얻는 에너지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적어도 초속 3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 가동되고 바람이 너무 세서도 안 된다. 태양광은 햇빛이 일정량 이상 비춰야 발전할 수 있다. 밤이나 장마철에는 전력 생산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땅이 협소해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태양광 발전에 부적합한 국가로 꼽힌다. 예컨대 서울의 전기 수요를 태양광 발전으로만 충당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380억kWh의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략 550㎢의 면적이 필요하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90%에 집열판을 설치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풍력 발전 역시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을 따라잡으려면 지능형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고장이 잘 나고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아 경제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며 발생하는 소음도 문제다.

물론 세계 각국은 각 나라의 자연조건을 고려한 저탄소에너지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이탈리아는 일조량이 풍부한 지중해연안을 중심으로 태양광발전을, 중국은 큰 국토와 긴 해안선을 이용한 풍력발전을, 노르웨이는 빙하가 녹으면서 나오는 물을 이용해 수력발전을 하는 등 각국의 조건에 맞는 신재생에너지를 운영하고 있다.

원자력계 관계자들은 “산이 많고 물이 적은 자연적인 한계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원이 원자력의 대체에너지가 되기 어렵다”며 “특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꼭 맞는 신재생에너지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안정적으로 대용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력발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석유 54년 vs 우라늄 283년+α…연료공급 안전성도 고려
무엇보다 전기생산 연료의 공급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현재 상황에선 원자력발전이 가장 유리하다.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에너지밀도가 높아 연료비축이 쉽고 에너지 안보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라늄 1g은 양질의 석탄 3t을 태웠을 때 나오는 열량과 같으며, 벙커C유 10드럼을 태웠을 때와 맞먹는 에너지가 나온다. 100만kW급 발전소를 1년간 운전하려면 석유는 150만t이 필요하지만 우라늄은 20t이면 되는 셈이다.

에너지경제 전문가들은 “제 1‧2차 오일쇼크와 같은 고유가시대가 도래하거나 석유 생산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피크 오일’ 시점이 발생한다고 해도 국가경제가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공급을 하려면 국외정세에 대비한 연료 공급과 에너지 안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장돼 있는 화석연료는 2011년 기준 석유는 54년분, 천연가스는 64년 분, 석탄은 112년분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비행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은 2009년 기준 283년분이 남아 있으며, 어느 한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세계 전역에 걸쳐 매장돼 있어 보다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을 원자로에 한번 장전하면 15~18개월 동안 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길어야 1개월분 밖에 저장할 수 없는 화석연료에 비해 연료비축 능력이 월등하다. 따라서 원자력발전은 국외 에너지 수급상황이 급격하게 변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우라늄은 수송과 저장이 쉽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우라늄은 해수면에서 무한정으로 많은 양이 매장돼 있어 탐사 및 채광기술이 발전될수록 매장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에 2011년 기준 에너지수입의존도가 97%에 이르고 보유에너지자원이 빈약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임은 부정할 수 없다.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우려는 지난 40여년의 안정적인 운영능력과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며 “2016년은 원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앞에 놓인 온실가스 저감대책의 과제와 에너지안보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원자력발전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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