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수원 이웅권 건설기술처장

지난해 말 UAE 원전수주과 함께 원전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부턴 원자력산업의 해외수출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국내 원전사업이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원전수출을 위해서는 선결해야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원전기술력 확보가 관건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건설기술처는 그래서 한수원 내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처로 꼽힌다. 그래서일까. 최근 만난 이웅권 건설기술처장의 얼굴에는 그러한 비장함이 묻어났다. “신월성건설소 소장직에서 본사업무를 맡았지만 내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건설기술처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해 나가고 있다”며 부담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건설기술처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건설 중인 원전사업이 적기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처장을 만나 원전사업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의 현안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주>

Q. 원자력발전본부 지역 사업소에서 본사로 새로 부임했는데 소감은.
- 먼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는 느낌이든다. 건설기술처에서 입지기술부장, 구조기술팀장으로 약 5년간 근무한 경험도 있어 한편으로는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다. 국내 원전사업, UAE 원전사업 지원,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 및 인천만 조력사업 등 해야 할 일이 그 어느 때 보다 많으나 유능한 건설기술처 직원과 함께 슬기롭게 해결 해 나가도록 하겠다.

Q. 지난해 UAE원전수출에 이어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건설 국제 경쟁입찰의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바야흐로 원자력산업의 해외수출이 본격화 되고 있는데 선행돼야할 과제가 있다면.
- 그간의 기자재 및 용역수출에서 벗어나, 지난해 세일즈 정상외교 등을 통해 역사상 최초로 UAE에 상업용 원전(1400MW급*4)을 수출하게 되는 쾌거를 이뤘다. 정부에서도 2030년까지 원전 80기(세계시장의 약 20%) 수출, 3대 강국 진입이라는 '원전 수출산업화 전략'을 만들었다. 원전수출이 갖는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성장동력 3인방인 선박, 자동차, 반도체와 견줄만한 규모다. 원전이 ‘제4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게된 것이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전망치(달러)를 보면 선박 460억달러, 자동차 340억달러, 반도체 310억달러, 원전(4기 규모) 400억 안팎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국내 원전은 세계 모든 나라에서 부러워할 만큼 짧은 기간에 최고의  운영, 건설기술을 보유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국내 원전사업은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본다. 향후 20년간 전 세계에서 약 400여기의 신규 원전건설에 있어 정부의 ‘원전 수출산업화 전략’에 부응하도록 적극 노력하고, 프랑스, 일본, 미국 등과 계속되는 경쟁에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전사업, 설계, 제작, 시공, 시운전 등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원전전문기술인력 확보, 한국형 원전기술자립의 조기완료 그리고 원활한 원전수출을 위해 기자재 수출 역량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원전 수출과 함께 핵심설계기술력을 국산화하는 것과 대?중소기업 원전기자재 개발 및 수출 지원책이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 한국형 원전기술자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중이며, 현재 원전기술 중 일부 미 확보된 원전설계핵심코드,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등 핵심기술을 2012년까지 조기 개발완료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며, 고부가  가치 기자재를 중심으로 전문, 중견기업을 육성하고, 우수 중소업체에 대한 기술 개발, 품질관리 지원 및 해외 공동진출 도모 등의 상생협력 파트너십 체계구축 등을 통한 수출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원전설계핵심코드, RCP, MMIS 등 핵심기술 개발은 관련 기관에서 기술개발을 대부분 완료한 것으로 안다.

Q. 원전 건설 경쟁력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공기단축, 경제성과 기술력, 품질  확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의 세계 유수의 나라와 비교해 원전 건설의 기술력 등 경쟁력은 얼마나 되는지 평가하면.
-  1980년대 초부터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원전의 추가 건설에 상당한 위축을 보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간 에너지자원 빈국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일관된 정책에 따라 국내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원전 건설을 추진할 수 있었다. 원전도입 초기에는 외국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단계에서 영광 3,4호기 건설을 통해 국내의 기술자립도를 95%까지 높이게 됐다. 원전건설 기술자립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는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의 반복 건설과,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신형경수로(APR1400)를 건설하는 등 풍부한 경험과  고급 인적자원을 보유하게 됐다.  설계, 제작, 시공, 사업관리 등 분야별 원전건설 기술력을 원전 선진국과 직접적으로 산술 비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나라가 어느 분야에 있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와 같은 반증으로 UAE 원전 수주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원전 수주의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함축적으로 살펴보면 ‘세계 최고의  가격경쟁력, 짧은 건설공기, 30년간 원전건설경험, 한국형원전의 안전성과 운영 실적’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설계 및 기자재 제작 분야의 품질은 한국표준형원전이 세계 최고의 운영실적을 보여 이미 검증됐다고 볼 수 있으며, 건설공기 또한 한국표준형원전의 반복 건설을 통해 수개월 이상 단축시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해외원전과도 확실한 비교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Q.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주요 건설기업들은 우리나라 원전건설의 산증인이자, 건설 경쟁력의 근간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자력 건설과정에서 이들 기업들의 기여도에 대해서 원전건설기술의 책임자로 계시는 분으로서 말씀한다면.
-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국내 원전역사와 함께해 온 굴지의 원전 건설업체이며 이들 외에도 두산중공업, 대림산업,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등 업체들 역시   국내 원전사업에 뒤늦게 참여했지만 괄목할 만큼 시공 능력을 키워 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원전이 이 만큼 발전하게 된 데에는 업체 다변화와 이들  업체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라고 본다. 또한, 해외로 진출을 도모할 수 있는 데는 이들 업체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국내의 원전 건설업체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보다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Q. 건설기술처의 올 해 주요한 현안 및 계획은.
- 건설기술처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건설 중인 원전사업이 적기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 및 신고리 3,4호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고, 건설 준비 중인 신울진 1,2호기가 적기 착공되도록 할 예정이다. 그리고 신기술/신공법 적용으로 원전건설 공기단축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 이 가운데에서 먼저 SC구조 모듈화공법(Steel Plate Concret)이 있다. 이것은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에서 거푸집 대신 강판을 사용하고 철근을 제거해 외부에서 모듈로 제작, 현장에 반입 설치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공법으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공법에 비해 획기적인 공기단축이 가능하다. 다음으로는 복합모듈화 기술이다. 이는 구조물과 설비를 외부에서 모듈로 제작, 현장에 반입 설치하는 것으로 플랜트공사에서 궁극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공법이다. 복합모듈화공법 확대적용은 산업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공법이 개발되면 원전건설 시공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여 40개월 이내의  원전건설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신형경수로(APR1400)을 세계적 프리미엄 원전으로 만들어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를 확보토록 하겠다.

Q. 처장께서는 부임이후 쉼 없이 건설기술력 향상에 매진해 왔다. 개인적인 목표와 계획은.
-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예측 가능한 것들을 늘리는 것과 내?외부 고객을 웃게 만드는 것이 업무 처리의 원칙이다. 올해는 세계 최우수 원자력 발전회사를 향한 한수원의 새로운 도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수원의 제2의 도약을 위해 건설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 품질수준향상 그리고 전문인력양성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임해나갈 것이다.

이력사항
01년 9월~2004년 1월 금호원자력건설본부 토목부장
04년 2월~2006년 1월 한수원 사업본부 사업기술처 입지기술부장
06년 1월~2008년 12월 한수원 사업본부 건설기술처 구조기술실장
08년 12월~2009년 12월 한수원 월성원전본부 신월성건설소 소장
09년 12월~현재 한수원 건설본부 건설기술처장

상훈
영광5,6 건설사업 공로상(사장상 Ⅰ등급, ‘97. 1)
울진5호기 원자로 설치공사 공로상(사장상 Ⅰ등급, ‘01. 6)
신고리1,2호기 기공관련 유공(산자부장관상, ‘05. 5)
전력산업연구개발사업 유공(지경부장관상, ‘0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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