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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고준위방폐물 관리로 ‘원전수출길’ 재개해야[특별기고]안홍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회장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로 빌 클린턴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지도 24년이 지났지만, 문제는 여전히 경제다.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경제를 걱정한다. 내수시장이 제한되어 있는 우리나라 경우는 더 심각하다. 총체적 저성장 기조 속에 수출입 물량이 모두 하락하는 등 지표가 좋지 않다.

원전수출 분야도 마찬가지다. 2009년 우리 고유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신형 경수로 APR1400 원전 4기를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이래 성사될 것만 같았던 후속호기 수출은 아직 기대난망이다.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원전시장에 우리나라가 프랑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대국들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현황 자체도 경이로운 일이지만, 수출로 구체화되어야 할 중대한 과제가 남아있다. 4년간 난항을 거듭하다 지난해 개정된 신한미원자력협정으로 원전 수출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했지만, 핵 주권 논란 등 소모적 정쟁으로 정작 주목받아야 할 내용이 묻혔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발전 38년 만에 우리나라 최초의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 로드맵이 나왔다. 25일 발표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6월 17일까지 행정예고 후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 7월경 총리 주재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을 전면 수용했다고 해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도 있었는데, 살펴보니 면면이 신선하다. 원전 수출업계 입장에서도 기대를 갖게 된다.

우선, 권고안에서 ‘원전 보관중인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용량이 초과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시설로 이송‧저장함을 원칙’으로 하라고 명시한 것을, 원전 내 저장시설 용량이 초과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시설로 이송하기 위해 원전 외부에 관리시설(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 등)과 국제 공동저장‧처분시설 확보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교류 활성화를 통한 수출 기회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고준위방폐물 관리기술 지속 개발계획과 사용후핵연료 관리기술 개발계획을 별도로 수립한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은 그동안 획기적 진보를 이뤘지만, 고준위방폐물 관리 등 앞으로 남은 과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교류하고, 소통하고, 노력해야 한다.

세상에 모든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원전 후발국에서 한세대 만에 원전 5대 선진국으로 급부상한데는 원전 전문가들의 노력은 물론 원전 선진국에서 벤치마킹한 기술력과 적극적 국제협력이 자리하고 있다. 더 활발하게 교류하고 소통할 때 기술도 인력도 수출도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이 대국민 수용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어 다행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계획이 나오기까지 38년 동안 9번의 부지선정 무산이라는 아픔이 있었다. 정부가 이번 계획에 담고 있듯이 가장 큰 책임의식을 느끼고 유연하고 열린 소통을 명시한 만큼 이제 그동안의 논란보다는 앞날을 모색하는데 사회적 힘을 쏟아야 한다. 원전 수출 역시 마찬가지다.

사소한 품목 하나를 수출해도 우리나라에 대한 평판이 영향을 미치는데, 원전 수출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예정된 절차에 따라 고준위방폐물 관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원전 수출업계가 먼저 나서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제2, 제3의 원전수출 기회뿐만 아니라 잠재 고객들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원자력신문  knp@knpnews.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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