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한양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앞머리는 숱이 무성한 대신 뒷머리는 대머리이다. 다가오는 기회는 누구도 잡기 쉽지만 일단 지나가버리면 뒤에서는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많은 리더들은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고 믿는다. 사실 우리 원자력계에 위기가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다. 여러 평가가 많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 원자력 산업 전반을 이끌어 갈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필요 인력과 공급 인력 간의 불균형 심화와 함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낼 인적 잠재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수명이 종료되는 2017년 6월 영구 운전 정지시키고 해체하기로 전격 결정하였다. 사실 그간 정부와 발전회사는 줄기차게 계속 운전을 주장해 왔었기 때문에 다소 의외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부는 2030년경부터 새롭게 열릴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주목하고 노후 원전을 둘러싸고 벌어질 지역 주민과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고리 1호기의 선제적 해체를 통해 국내 원전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랜만에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했다. 이제 우리 원자력 산업의 미래도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원전 해체가 이런 어려움 속에 찾아 온 기회가 아닐까?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은 향후 전개될 노후 원전의 해체 시장 규모가 440조원에 이르며 실험로와 핵주기 시설 등 원자력 시설 전체 해체 시장은 1000조원에서 2000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이 글로벌 시장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때가 우리가 고리 1호기를 성공적으로 해체를 마무리할 2030년 대 초반이다. 이제 국내 원자력계에 남겨진 문제는 이때까지 주어 진 10여년 기간 내에 고리 1호기 해체를 어떻게 잘 준비 해 얼마나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 진출 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물론 기회는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선제적 고리 1호기의 해체가 기회가 되기 위한 조건들이 있다. 제 때 필요한 인력의 양성이 핵심이다. 새로운 산업을 이끌 인재 없이는 기술 개발도 없다. 원전 한 기 해체에만 300 ~ 500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전문 인력을 꼽으라면 아무리 후하게 계산해도 그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또 지난 30년간 부지 내 습식 저장고에 저장해 왔던 사용후핵연료를 소내에서 적절하게 저장할 수 없다면 해체도 마냥 늘어질 수밖에 없다. 사용후핵연료의 성공적인 건식 저장 기술 인력 양성이 시급한 이유이다.

UAE 원전 수출 이후 봇물 터지듯 원자력공학과가 인가되어 2016년 현재 원자력공학과와 원자력 전공이 개설된 국내 대학의 수가 18개교에 이르고 재학생 수는 1,700 여명에 이른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이제 다시 우리 원자력 산업에도 어설픈 아마추어 10명보다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전문 인력 1명이 더 소중해진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전문 인력을 양성할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불러 들일 유인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회에는 늘 난관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해체 산업체 공급망 구축,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소 문제 등 같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그러나 나는 새로운 글로벌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세대가 함께 한다면 조금씩 위기감에 젖어 들고 있는 우리 원자력 산업계에 글로벌 도약의 발판이 만들어 질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40년 불모지에서 시작해 우리 손으로 설계한 원전 수출의 쾌거를 이룬 우리의 저력을 믿기 때문이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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